[더벨]도이치운용, 리테일부문 구조조정

더벨 김경은 기자 2012.11.1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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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주식형펀드 편중 한계…08년 대비 수탁고 80% 급감

더벨|이 기사는 11월12일(15:50)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국 도이치자산운용이 리테일 영업 인력을 대거 축소해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각에서는 도이치자산운용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국내에서 리테일 영업을 중단하는게 아니냐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12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최근 도이치자산운용은 별도로 운영했던 리테일 마케팅 부문(third party distribution)과 홀세일 파트(법인영업)를 하나의 영업파트(Sales & Distrubution)로 통폐합했다. 이 과정에서 리테일 부문 인력의 절반 이상인 3명을 구조조정했다. 통합 부서에는 리테일 인력 2명과 홀세일 부문 인력 7명이 배치됐다.

도이치운용 관계자는 "도이치뱅크그룹이 자산운용부문 매각을 중단하고 은행, PB(Wealth Management) 부문, 자산운용부문(Asset Management)을 하나로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자산운용 내부에서도 일부 조직개편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홀세일 부문 인력이 리테일 관련 영업도 함께 하는 것이지 철수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도이치운용의 리테일 부문 인력 축소는 자금 이탈에 따른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도이치운용의 리테일 부분 총잔고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2008년 말 1조7849억 원에 달했던 공모펀드 규모는 8일 현재 3922억 원으로 78% 급감했다. 한때 도이치운용은 빈티지 주류에 투자하는 '와인펀드(도이치DWS와인그로스실물투자펀드)'를 만들어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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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운용펀드 대부분이 역외에 설정된 자사펀드의 재간접 펀드에 치우친 탓에 해외주식형 펀드 환매 열풍에 직격탄을 맞았다. 도이치운용의 공모펀드 대부분은 재간접 및 모자형 해외주식형 펀드로 설정액의 96%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머징 국가 등 해외 주식 시장의 수익률 회복 속도는 더뎠고, 도이치운용의 해외주식형 펀드의 5년 운용 수익률은 -30.74%(7일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운용사 가운데 본사운용펀드의 위탁 판매사에 머무르는 곳들은 해외펀드 자금이탈로 회사운영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며 "도이치운용 역시 토착화 전략에 실패한 외국계 운용사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리테일 부문 위축과 더불어 도이치운용은 지난 2010년 11월11일 옵션사태 이후 브랜드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기관자금 이탈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옵션사태는 2010년 당일 증시 마감 직전 10분간 도이치증권 창구로 나온 1조6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매물 폭탄으로 인해 코스피가 53.12포인트(2.7%)나 하락한 사건이다. 당국은 한국도이치증권과 도이치은행 홍콩지점이 공모해 풋옵션을 사두고 합계 448억 원의 이익을 챙긴 점을 찾아냈고, 관련 제재와 법적처분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도이치그룹에 속한 한국 도이치운용은 당시 옵션쇼크로 투자일임 계약이 일부 해지되면서 2010 회계연도에 38억 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사건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그룹의 브랜드 리스크가 전이되면서 시장 신뢰도가 추락했다고 할 수 있다. 도이치운용은 지난해 오피스 빌딩을 매각하고 수수료 수입을 얻어 4억 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내기도 했지만 기본적인 자산운용 영업은 옵션 쇼크 이후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상태다.

옵션 쇼크가 터지기 전인 2009년말까지만 해도 3조 5000억 원대를 유지하던 투자일임계약 수탁고는 2011년 말 1조7082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리테일 자금 이탈과 투자일임 계약해지로 전체 수탁고는 같은 기간 5조1600억 원에서 2조3000억 원대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도이치운용의 공모 및 사모 펀드 설정액이 최근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며 "도이치운용이 관련 계열사의 옵션 사태 이후 재기를 하지 못하면서 한국 사업을 사실상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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