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광화문점포까지 꿀꺽! 커피업계 포식자 '엔제리너스'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12.11.1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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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서 내논 광화문 점포에 입성…롯데, 대기업도 감당못하는 고율 임대료 베팅 논란

↑기존 CJ 투썸플레이스가 자리잡았던 신문로 옛 금강제화 앞 건물에 앤제리너스가 새로 입점 준비를 하고 있다. ⓒ장시복 기자↑기존 CJ 투썸플레이스가 자리잡았던 신문로 옛 금강제화 앞 건물에 앤제리너스가 새로 입점 준비를 하고 있다. ⓒ장시복 기자


#. 서울 신문로 옛 금강제화 빌딩 주변은 'CJ 광화문 벨트'로까지 불렸다. 바로 앞에는 투썸플레이스·콜드스톤·더플레이스가, 건너편에는 비비고 1호점 등 주요 외식브랜드가 입점해 있어서다.

서울을 대표하는 오피스 상권의 랜드마크격이어서 상징적 의미도 컸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투썸플레이스가 있던 바로 그 자리에서 롯데리아 커피사업부인 '엔제리너스'(Angel-in-Us)가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했다. 롯데가 CJ 벨트의 맥을 끊어버린 모양새가 돼버린 것이다.



CJ 관계자는 "5년전 계약 당시보다 임대료가 너무 뛰어 연장하기 보단 인근으로 이전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선 엔제리너스가 기존보다 약 3배 정도 높은 임대료를 '베팅'한 것으로 추측했다.

이에 대해 엔제리너스 관계자는 "광화문에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던 중 CJ의 계약이 끝났다는 것을 듣고 들어간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고율의 임대료를 주고서라도 목 좋은 입지를 차지하려는 엔제리너스의 과한 출점욕은 곳곳에서 잡음을 일으켜왔다.

지난 1월에도 엔제리너스는 '홍대 리치몬드' 제과점이 급등한 임대료를 감당 못하고 철수하자 그 자리에 바로 입점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이때도 엔제리너스는 "매물을 잡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엔제리너스가 경쟁 대기업이 입점했던 자리까지 공격적으로 파고들면서 일각에선 '커피업계의 포식자'(捕食者)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점포 가치에 합당한 임대료를 주고 장사를 하는 건 당연한 시장 논리지만,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과다하게 임대료를 높일 경우 오히려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결국 무한 임대료 베팅은 건물주만 배불릴 것"이라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이달 김포공항 내 2개 매장 경쟁 입찰에서도 엔제리너스는 높은 임대료를 제시해 낙찰됐다. 여기에 있던 스타벅스 매장은 높은 임대료 때문에 적자를 면치 못한 상태였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도 엔제리너스의 사업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은 엔제리너스를 직접 거론하며 "중소 프랜차이즈인 할리스커피 점포에 억대 규모의 기기장비, 시설전환비 지원을 제안하며 간판을 바꾸도록 유도했다"며 "업계에서 '덮치기'라 불리는 이런 행위를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맹점주 사이 못지않게 대기업-중소프랜차이즈 간 불공정 행위도 심각하다는 비판이다.

커피전문점 업계가 워낙 포화 상태다 보니 나타난 부작용이기도 하다. 엔제리너스 측은 "업계 후발 주자로서 차근차근 계획에 따라 오픈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마땅한 신규 입지를 발굴키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의 목 좋은 입지로 눈이 갈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임대료 상승분이 결국 소비자들에게 다시 전가된다는 점이다. 엔제리너스는 이달 1일부터 아메리카노 등 주요 메뉴의 가격을 100~300원 올리면서 '임차료 상승'을 인상의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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