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 행세하는 '한국인' 아이더·밀레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2.11.1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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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뷰티 속닥속닥]2009년 국내업체 상표권 획득, 로열티 없이 직접 제조·판매

'프랑스인' 행세하는 '한국인' 아이더·밀레


'프랑스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 '북유럽 감성 아웃도어 브랜드', '미국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

국내에서 시판중인 아웃도어 제품마다 해외 브랜드임을 강조하는 수식어가 따라 붙습니다. 아웃도어 종주국이 정확히 어느 나라인지는 모르겠지만 국내 업체들이 유럽이나 미국을 선호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수입 아웃도어 브랜드를 낯설어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느 나라 제품인지 소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본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제품을 구입해 한국에 들여오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국내 업체가 상표권을 아예 사버린 경우라면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프랑스 라푸마 그룹으로부터 아웃도어 브랜드를 매입한 '밀레'와 K2코리아의 '아이더'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밀레는 2009년 4월 한국과 중국 판권을 매입했습니다. K2코리아 역시 같은 해 아이더의 상표권을 확보했습니다.

'프랑스인' 행세하는 '한국인' 아이더·밀레
라이선스 계약 방식이 아닌 만큼 이들은 프랑스 본사에 상표권 로열티(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습니다. 제품도 국내 업체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조합니다. 브랜드 태생만 프랑스일 뿐 상표권도, 제품제조 권한도 한국 기업인 밀레와 K2코리아에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 판매하는 밀레, 아이더 제품은 프랑스 본사와 어떤 관계도 없습니다.



이들 업체가 상표권을 사온지 3년이 훌쩍 지났고 그새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5조원대로 급성장했지만 밀레와 아이더는 여전히 프랑스 브랜드로 남고 싶은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품의 디자인 역량과 기술력인데 '프랑스 OOO 지역에서 시작된 브랜드', '유럽에서 정평이 난 브랜드' 등을 홍보하는데만 열을 올립니다.

심지어 아이더는 최근 '브랜드 론칭 50주년' 기념 할인행사까지 실시했습니다. 프랑스에선 아이더가 론칭한 지 50년이 지났을 지 모르지만 한국에선 접한 지 얼마 안된 후발 브랜드입니다. 이같은 설명이 빠진 '론칭 50주년 이벤트'라는 타이틀에 소비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50년전인 1962년, 한국은 아웃도어의 개념 조차 생소한 시장이었으니까요.

한국 기업이 상표권을 확보하고 직접 제조·판매하는 제품에 프랑스 브랜드 타이틀만 붙이면 50년 역사와 전통이 그대로 이어지는 걸까요? 업체들의 주장대로 아이더와 밀레는 프랑스 브랜드로 봐야할까요? 어떻게든 출생국 프리미엄을 얻고 싶은 나머지 자랑스런 한국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길 기피하고픈 것은 아닐까요?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이들 업체를 한마디로 정의합니다. 프랑스 태생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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