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는 지금 '바이오 투자' 전쟁중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2.11.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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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 약가인하로 매출 1조7000억 증발..신약개발 '바이오' 투자로 새 돌파구 노려

대형 제약사들이 앞 다퉈 바이오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 이후 제약업계 매출이 1조7000억원이나 증발되면서 바이오를 새로운 돌파구로 삼으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이 바이오기업을 인수·합병(M&A)하거나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지분 확보에 나서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투자 성과는 아직 불투명하다. 일부에서는 대형 제약사가 바이오 투자를 단기적으로 접근할 경우 리스크가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유한양행은 한올바이오파마 (33,300원 ▼400 -1.19%)의 지분 9.1%를 296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 투자가 완료되면 유한양행은 한올바이오파마 지분 9.1%를 보유한 2대주주가 된다.

유한양행의 올 상반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2102억원으로 업계 최상위 수준이다. 보수적인 경영으로 이익을 차곡차곡 쌓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로 기존 사업이 한계를 맞자 과감하게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나선 모습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을 개량해 편의성이나 효능을 개선시키는 바이오베터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베터는 오리지널 단백질을 개량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독보적인 기술력이 핵심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이와 관련해 90여개의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바이오 기술 제휴와 공동 연구가 가능해 졌다"며 "한올바이오파마가 개발한 약품의 국내 판권을 유한양행이 확보할 수 있는 등 전략적 제휴도 함께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올바이오파마 입장에서는 유한양행 자금유치로 재무적인 어려움에 숨통이 트이게 된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올 상반기 368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순손실 23억원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에는 JW중외제약도 바이오업체 파미셀과 손잡고 줄기세포 기술을 이용한 간부전 치료제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 회사는 파미셀이 임상2상 시험에 착수한 간부전 줄기세포치료제 ‘리버셀그램(Livercellgram)’의 개발과 조기 사업화를 위해 협력할 방침이다. 파미셀이 리버셀그램의 국내외 임상개발을 맡고, JW중외제약은 연구·개발 인프라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리버셀그램의 상업화를 맡는다.

제약회사의 탄탄한 현금 동원력과 바이오회사 기술력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현상은 올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한독약품이 329억원을 투자해 바이오벤처 제넥신의 최대주주로 올랐다. 지난 5월에도 녹십자가 150억원을 투자해 면역세포치료제 바이오기업인 이노셀을 인수했다.

이밖에 JW중외제약은 181억원을 주고 크레아젠을 인수했고, 한미약품은 크리스탈지노믹스에 310억원을 투자한 전례도 있다.

◇합성약 '저성장', 바이오약 '고성장'..세계적 추세 =이 같은 합종연횡은 지난 4월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로 촉발됐다. 전체 의약품 1만3814개의 47.1%에 해당하는 6506개 의약품의 약가가 평균 21% 인하돼 전체 의약품 평균 약가가 14% 낮아졌다. 연간 1조7000억원의 매출이 단번에 줄어든 셈이다. 제네릭(복제약) 시장은 포화 상태를 맞았다는 평가도 제약사들의 바이오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제네릭만 팔아도 어느 정도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약가인하 이후 적정 마진을 올리기가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기술이 검증된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가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오에 집중하는 이유는 시장 성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세계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2006년 930억달러에서 지난해 1570억달러로 연평균 11%씩 성장하고 있다. 2016년에는 2000억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 경우 전체의약품 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6.4%에서 2016년 18%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화증권 정보라 연구원은 "각국 정부가 제네릭 약가인하 정책을 쓰고 있어 화학물 합성의약품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바이오 의약품은 특허 보호를 정부 정책과 상관없이 고성장이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바이오 의약품은 기존 화학물 합성 의약품에 비해 효능이 좋고 부작용이 적어 시장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오 장기 투자해야…단기 접근 위험 가능성도= 실제 글로벌 초대형 제약사들은 바이오회사 M&A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이미 구사하고 있다. 세계 최대제약사인 화이자는 와이어스라는 바이오회사를 인수했고, 로슈는 제넨텍, 머크는 쉐링프라우를, BMS는 메다렉스를 각각 사들였다.

그러나 국내 제약사들이 바이오 기업에 대한 정확한 평가 없이 경쟁적으로 투자에만 나서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들린다. 아직까지 국내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의 투자 결합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 벤처 캐피탈업체 관계자는 "바이오 의약품은 아직 국내 시장이 좁아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국내 바이오회사 중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곳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 신약은 개발과정이 복잡하고 변수가 많아 장기적 관점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국내 제약사들이 단기성과에 집착하면 오히려 마찰만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제약사 바이오 투자 주요 현황]
제약업계는 지금 '바이오 투자' 전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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