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란 옷 입고 ‘성공 하늘’ 날다

한수진 창업칼럼리스트 2012.11.1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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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로 대변되는 콘텐츠가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최고의 화두다. 전세계인들이 열광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에 나오는 말 춤은 40~50대들의 향수까지 자극하며 모든 연령층을 아우르는 슈퍼울트라 히트곡이 되었다. 올해 초 아련한 첫사랑의 느낌을 되살린 영화가 인기를 얻는가 하면, 1997년을 배경으로 H.O.T를 좋아하는 '빠순이'의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가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복고와 사랑에 빠진 상태다.

이러한 영향은 외식시장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주점이나 음식점을 비롯해 고기 집, 카페 등 대부분의 외식업종들은 앞다퉈 복고 요소를 인테리어나 메뉴에 반영하기도 하고, 이벤트의 주제로 사용하고 있다. 아예 복고를 표방한 아이템으로 론칭하는 브랜드도 증가하는 추세다. 가장 순수하고 그리운 시간을 되돌아보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의 니즈를 만족시켜 주기 때문에 ‘복고’는 마케팅적인 수단으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군림하고 있다.



또한 하반기 프랜차이즈 박람회에 근 10여 년 만에 당구 브랜드가 등장해 새로운 부활을 알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80~90년대를 풍미한 당구는 그간 인터넷게임이나 신개념 레포츠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최근 추억의 먹을거리는 물론, 놀거리 또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부각되고 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 나와 다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기억의 습작'을 부른 전람회 1집 음반



◆돌아가고 싶어, 추억이 깃든 그때 그 시절로~

‘감성마케팅’이 대세로 등극한 데는 팍팍한 현대생활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복고적 감성을 들춰, 추억이 깃든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인간 본연의 내면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여기다 아날로그적 감성에 호기심과 선망을 나타내는 젊은 세대들까지 끌어들이며 대중적 코드로 빠르게 자리 잡은 모습이다.

수많은 클럽들이 즐비한 홍대 번화가에서도 유독 사람들의 긴 행렬이 포착된 곳은 ‘밤과음악사이’란 90년대식 추억의 가요음악을 콘셉트로 한 주점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R.ef의 ‘이별공식’이란 노래에 맞춰 사람들은 떼창(구성원들이 같은 노래를 동시에 부르는 것)하거나 예전 춤사위를 연출하는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H.O.T 1집을 LP로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이곳에 88년생들까지 섞여 있는 모습은 생경하기까지 했다. 예전엔 30~40대들이 주로 찾던 핫 플레이스였지만, 이젠 90년대 문화를 좋아하며 즐기고 싶어 하는 20대 중후반 연령대까지 몰려들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강남과 건대, 신림 등 대형 상권에 지점이 운영될 정도로 대세임을 증명하고 있다.


‘밤과음악사이’가 성공을 거두자 타깃 대상과 스타일을 달리한 브랜드의 출현도 이어지고 있다. DJ부스를 만들어 신청곡을 받고 부킹 매뉴얼을 적용시키는 대신 메뉴의 구성은 퓨전요리와 세계 맥주로 세팅시켜 신구조화를 이룬 감성클럽들이 그것. 20대 초반들이 주요 고객들인 이곳은 고등학교 때의 듣던 추억의 노래들과 현재 최신음악들이 공존하고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부모님 세대의 놀이 문화를 접목시킨 점이 특징이다.

인근 대학을 다닌다는 A씨는 홍대 밤 문화가 많이 변화를 보이고 있고, 실제로 90년대 문화에 대한 관심이 친구들 사이에서도 급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클럽데이가 펼쳐지는 금요일이면 길거리에 온통 하우스 록 일렉트로닉 계열의 팝음악이 울려 퍼졌어요. 그런데 요즘은 가요가 강세라니까요. 그것도 90년대 댄스음악들이 자주 울려 퍼지는 걸 목격해요. 클럽뿐 아니라 주점이나 포장마차, 심지어 고기집, 떡볶이들도 옛날스러운 걸 찾는 친구들이 많아졌어요.” A씨의 설명처럼 일부 지역과 한정된 아이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복고는 하나의 외식 트랜드가 되어버렸다.

◆외식 성공 아이콘으로 등극…모방만으로 차별화 못 이뤄

복고 바람은 전국적인 추세다. 부산의 가장 번화가인 서면에도 라디오 DJ가 LP판 음악을 들려주는 복고풍 술집이 성황을 이룬다. 손님들은 틀어주는 음악을 수동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테이블에 놓인 종이에 신청곡을 적어 내고 주크박스를 이용한다. 또한 별다방 미쓰리, 옥다방 등 카페란 말 대신 사용하던 ‘다방’이란 이름을 강조한 브랜드도 확고한 단골고객들 덕분에 선전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올드팝이나 전통음료, 빈티지한 인테리어를 조화시킨 완성형 콘셉트를 선보이며 또 다른 시장 영역을 구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된다 싶으니 ‘복고’라는 키워드가 너무 많이 소비되고 있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브랜드마다 무분별하게 남발되고 있는데다 정신이 사라진 채 겉모양만 복고를 표방한 뻔한 상술들은 풀어내야할 숙제다. 소비심리를 얄팍한 상술로 이용하며 모방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형태는 빠른 싫증만 유발시킬 뿐이다. 아직도 생생한 첫사랑을 마음속에서 끌어내고, 떠올리면 아련한 청춘의 시간을 연상시키는 일은 감동 없는 모방에선 절대 나올 수 없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친구야, 직장상사의 잔소리와 일 업무에 파김치가 된 오늘은 대학캠퍼스에 앉아 즐거워 흥얼거리던 이승환의 ‘덩크슛’을 들으며 막걸리 한잔 하고 싶구나. 추억의 타이머신 타고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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