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더 감동적인 뮤지컬 '레미제라블'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2012.11.10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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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영상, 풍부한 색감 살린 무대, 변화하는 의상 등

↑포은아트홀에서 한국어로 초연하는 뮤지컬 '레미제라블' (사진제공=레미제라블코리아)↑포은아트홀에서 한국어로 초연하는 뮤지컬 '레미제라블' (사진제공=레미제라블코리아)


"공연하는 내내 한 번도 멈추지 않는 게 있어요. 바로 영상이죠."

한국어 버전으로 초연하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영국 초연 25주년을 기념해 새롭게 각색한 버전이다. 오리지널 버전과 시각적으로 가장 다른 점은 무대다.

'레미제라블' 공연의 상징적인 회전무대를 과감히 없애고, 원작자 빅토르 위고가 직접 그린 삽화를 활용해 입체적인 3D영상을 제작한 것이다. 영상은 인물의 심리상태나 사건의 상황을 깊이 있게 표현하기도 하고 때론 역동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이번 공연의 무대디자이너인 맷 킨리는 "공연하는 동안 영상이 멈춰있는 순간은 거의 없지만 관객들은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기술적인 것을 부각시키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대의 일환으로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야기 자체가 복잡하기 때문에 관객의 시선이 영상으로 너무 많이 빼앗기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며 "어느 시대에나 어울릴 수 있는 클래식한 영상을 만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연출가인 로렌스 코너도 "'레미제라블'은 이미 훌륭한 작품이기 때문에 오리지널 버전보다 더 잘 만들려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 전달방식을 바꿔보려고 했던 것이고, 더 다양한 색깔로 결의에 찬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레미제라블 25주년을 기점으로 무겁고 어두웠던 색감을 많이 바꿨다. 원작의 톤을 살리되, 다채로운 색감이 가미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극 초반부에 나오는 추수 장면은 밀레의 '이삭줍기'의 색감을 차용해 갈색과 노란색을 살려 가을의 느낌을 내려고 했다. 또 과거에는 남자배우만 등장했지만 이번엔 여자배우들도 함께 나오면서 배우들의 동선에도 변화가 생겼다.

장발장의 의상에도 변화를 줬다. 펑퍼짐한 옷에서 점점 몸에 붙는 스타일이 되었고 길이도 약간 짧아졌다. 시대와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과거에 뮤지컬 '레미제라블' 오리지널 버전을 본 사람이라면, 변화된 무대와 배우들의 동선, 의상 등을 눈여겨보면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장발장과 자베르를 제외한 모든 배우들이 앙상블(조연)로 출연한다. 누가 어떤 역할을 맡아서 소화하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에 주목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배우와 조명, 다이내믹한 무대를 전체적으로 바라본다면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레미제라블은 계속 젊어지고 있다"는 영국제작사 측의 말처럼, 이미 잘 만들어진 이야기와 노래에 끊임없이 변화를 주면서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이 레미제라블을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받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등장하는 자베르, 장발장, 코제트.(왼쪽부터)↑뮤지컬 '레미제라블'에 등장하는 자베르, 장발장, 코제트.(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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