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후보의 고심은 경제민주화 공약을 성안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대기업집단법' 제정 등 당초 예상보다 강력한 수위의 경제민주화 방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또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빼앗는 계열회사를 설립하려 할 경우 이를 사전 방지할 수 있는 '계열사 편입심사제',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행위가 반복될 경우 계열사 지분을 강제 매각토록 하는 '지분조정명령제' 등도 담겨 있다.
경제가 위기상황에 빠지자 박 후보는 최근 연일 "경제민주화와 경제성장이 '투트랙'으로 함께 가야한다"고 밝히는 등 성장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잠재성장률을 1%포인트 끌어올리는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나섰다. 이는 박 후보가 출마선언 및 후보수락 연설 등을 통해 경제민주화를 최우선 순위로 내세웠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여기에는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기업에 대해 지나친 규제를 쌓을 경우 기업들이 투자를 더욱 줄여 가뜩이나 취약한 경제에 치명타를 안길 것이란 고심이 반영됐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경제상황에서 박 후보가 김 위원장의 경제민주화를 그대로 수용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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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후보 측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방안과 관련,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더불어 성장도 필요하다는 기본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며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 최종안을 검토하고 승인을 내리기 전까지 모든 안이 결정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는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 방안을 최종 검증하는 과정에서 급진적인 내용이 조율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 정책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 안종범·강석훈 의원은 물론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원장인 김광두 힘찬경제추진단장 등이 지나친 경제민주화에 대해 우려하는 대신 성장정책을 지지해왔다는 점도 이 같은 시각을 반영한다.
중앙 선대위 일각에서 김 위원장이 경제민주화 방안 등 경제공약에 대해 아무런 의견도 교환하지 않고 지나치게 독선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돼왔던 점도 정책 수정 가능성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박 후보는 주말동안의 고심을 거쳐 다음 주 중 경제민주화 로드맵을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