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안철수,'정치공학'과 '국민'이라는 덫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12.11.0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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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안철수,'정치공학'과 '국민'이라는 덫


범야권이 단일화로 아우성이다.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대선 후보, 시민사회단체는 물론이고 야권에서 꽤 묵직한 목소리를 가진 '원탁회의' 원로들까지 답답하다는 듯 연일 단일화를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단일화의 한 축인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측은 요지부동이다. 단일화의 구체적 방법과 시기를 묻는 질문이 나올 때 마다 "정치공학적 접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시기와 방법은 국민이 과정을 만들어 줄 것이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대선까지는 50여 일, 후보 등록까지는 그 절반이 남았으니 무엇보다 정권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범야권 입장에서 시간도 촉박한데 모호한 소리만 반복하는 안 후보 캠프를 답답하게 바라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단일화에 소극적인 안 후보 측 입장도 이해는 간다. 1년 넘게 꺼지지 않은 지지율을 등에 업은 채 대선에 뛰어들었고, 현장 행보와 강연 정치를 통해 볼 수 있는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을 뒤로 한 채 단일화 테이블에 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울러 미래로 가는 새로운 시대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안 후보가 섣부른 단일화 논의에 들어서게 된다면 이 과정에서 공개될 문 후보와의 '정치공학적' 입씨름은 '안철수도 별 수 없다'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단일화 논의가 '반정치공학'과 '국민'으로 함몰될수록 안 후보 측이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민들의 피로감이 늘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단일화 설득논리도 최근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대선 종합정책 발표 예정일인 오는 10일까지 내린 '단일화 함구령'과 민주당의 단일화 요구가 있을 때마다 강연을 통해 정치쇄신안으로 정책이슈를 주도한 것은 그 어떤 정치원로 보다 '정치공학적'이라는 평가다. 게다가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굳어지는 안 후보 지지층 30%만을 '국민'으로 치부할 수도 없다.


안 후보가 후발주자로서 정치경험이 많고 정당이라는 조직을 등에 업은 후보들보다 잘해온 것을 부정할 순 없다. 정권교체와 정치쇄신을 동시에 이끌어야 한다는 이슈를 주도하며 만만치 않은 대선 후보임을 증명했다.

다만, 범야권과 지지층에게 단일화 논의는 더 이상 '정치공학적 접근'도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것도 아닌 시기가 왔음을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버텨온 논리가 자신을 옥죄는 덫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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