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 '댓글도배'···무한RT '좀비계정' 테러

머니투데이 이하늘 기자 2012.11.0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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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여론이 왜곡된다/上]조직적활동·금품수수 의혹도,트위터 자동프로그램

편집자주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세상.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하지만 그 허점을 찾아 여론을 왜곡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최근 대선을 맞아 포털뉴스 댓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활용한 게시글 도배부터 인터넷을 통한 특정기업 옹호 및 홍보도 이어지고 있다. 열린 공간으로 객관적 정보들이 오고가던 인터넷 공간이 더이상 신뢰하기 힘든 정보로 넘치고 있다. 때문에 인터넷 여론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인터넷 여론은 누가, 어떻게 조장하는 걸까.

"새벽 1~3시 사이에 정치뉴스 관련 댓글 도배가 폭주합니다. 상대적으로 이용자가 적어서 추천조작이 용이하기 때문이지요. 최근에는 오전 5~7시에도 비슷한 성격의 댓글이 몰려듭니다. 출근시간에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는 직장인들을 겨냥한 것 같아요."(국내 모 포털 콘텐츠 모니터링 담당자)

최근 맹목적인 도배질로 인해 인터넷 세상의 여론이 왜곡되고 있다. 포털 뉴스 사이트에는 일부 특정 '아이디' 이용자가 정치적 기사마다 특정 후보를 비난하는 동일한 내용의 댓글을 잇달아 게시하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의 팬클럽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화면. 이 팬클럽은 회원들의 SNS 계정 신설 및 운영에 대한 온오프라인 교육은 물론 주요 이슈에 대한 RT 등을 요구하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의 팬클럽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화면. 이 팬클럽은 회원들의 SNS 계정 신설 및 운영에 대한 온오프라인 교육은 물론 주요 이슈에 대한 RT 등을 요구하고 있다.


◇"포털 모니터링을 피해라"···순차적 댓글삭제·복수ID 등 지능화

이들 이용자의 공통점은 △아이디 사용기간이 길지 않고 △같은 내용의 글을 여러 기사에 붙여넣기를 하고 △하루 총 댓글은 30개를 넘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디 사용기간이 짧은 이유는 네이버를 제외한 포털에서는 '이용자의 다른 댓글 보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도배사실을 네티즌들에게 발각되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푸른**', '쥐를**', '서울***', '함**' 등 아이디는 7일 정도 활발히 같은 내용의 댓글을 수차례 단 후 활동을 멈췄다.

아이디 '사람***'은 댓글도배 후 수일이 지나면 이를 모두 지운 후 다시 활동하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인터넷 뉴스의 특성 상 시간이 지나면 이용자들의 관심이 뜸해지는 것을 활용한 방법이다.

특히 포털의 모니터링을 피하기 위해 한 아이디로 올리는 댓글 횟수도 30건으로 제한하고 있다. 국내 포털 관계자는 "각 포털 별로 특정 단어나 도배 횟수 등에 대한 댓글 모니터링 알고리즘이 있다"며 "정해진 기간을 두고 이를 업그레이드하지만 일부 계정은 곧바로 모니터링의 사각지대를 파고드는 '쫒고 쫒기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부 정치색이 짙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기사의 인터넷 주소를 올리고 회원들에게 자신들의 뜻과 부합하는 댓글 작성 및 추천을 종용하고 있다. 실제로 이 같은 게시글이 올라온 후 해당 뉴스 기사에는 편향적인 댓글이 갑자기 늘었다.

◇트위터 '무한도배'···자동 프로그램등 편법까지

과거 포털 뉴스에 국한됐던 '도배질'은 SNS로도 번졌다. 특히 개인 정보 노출이 제한적인 트위터가 주요 대상이다.

일부 정치인 팬클럽과 정치색을 갖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회원들의 트위터 가입 및 운영 기초부터 △네티즌들의 신고에 의한 트위터 정지 복구 방법 △리트윗 지시 등 트위터를 이용한 여론 확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유력 후보의 인터넷 팬클럽은 '트위트리아'라는 별도 트위터 이용자들의 커뮤니티를 통해 이를 체계적으로 시행한다. 특히 팔로워 1만명 이상을 돌파한 회원을 '만호장'으로 임명하고 이들에게 팬클럽 '지회장', '지회장' 등 임원 자격을 부여한다. '만호장'에 임명된 회원만도 1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사이트를 통해 특정 후보에 유리하거나 상대 후보에 불리한 뉴스를 중점적으로 리트윗할 것을 주문하는 게시글도 상당수 눈에 띈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따르면 이 팬클럽은 최근 이 같은 트위터 교육을 온라인 뿐 아니라 오프라인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트위터들은 복수의 계정을 운영하면서 글을 올리거나 리트윗, 팔로잉 등을 자동으로 실행하는 '봇'(로봇의 준말)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트위터 공간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같은 내용의 게시글들을 동시에 올린 트윗계정들. 최근 한명의 이용자가 여러개의 계정을 만든 후 자동화프로그램을 활용해 같은 내용을 올리는 '신종도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같은 내용의 게시글들을 동시에 올린 트윗계정들. 최근 한명의 이용자가 여러개의 계정을 만든 후 자동화프로그램을 활용해 같은 내용을 올리는 '신종도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웹모니터링 서비스 '마이사이트봇'에 따르면 똑같은 트윗과 리트윗을 올리는 복수의 트위터 계정들도 다수 발견됐다.(http://www.mysitebot.com/xe/index.php?mid=free_board&document_srl=1310) 이에 따르면 동일한 내용을 올리는 복수 계정은 20여개 이상인 것으로 보인다. 동일 이용자가 여러 계정을 등록한 후 자동시스템을 활용해 같은 내용을 도배하는 신종 댓글알바 수법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것.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국내 서비스는 한 기업당 수백명의 모니터링 인력을 운영하고 있지만 해외 서비스는 이같은 모니터링이 전혀 없어 '좀비 계정'이 늘고 있다"며 "대선 시즌을 맞아 향후 '댓글알바' 활동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기업 역시 모니터링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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