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홈피에 '삼성광고' 보니… 싫은 티 팍팍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2.10.2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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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법원 "아이패드 안베꼈다" 홈피 공지 명령… 글자크기·타 법원판결 인용 등 '꼼수'

애플이 자사 홈페이지에 삼성전자 (81,700원 ▲200 +0.25%) 제품이 아이패드를 베끼지 않았다고 광고했다. 법원 명령에 따른 굴욕적인 조치인데, 애플은 싫은 티를 너무냈다.

애플은 26일 자사 영국 홈페이지(http://www.apple.com/uk)에 '삼성-애플 UK 판결'이라는 공지를 띄웠다.



이번 조치는 지난 18일 영국 항소법원이 애플의 항소심을 기각하면서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1심 판결을 확정한 데 따른 조치다.

항소 법원은 1주일 이내에 애플에 홈페이지에 1개월간 판결 결과를 게재하고 파이낸셜 타임스 등 영국의 일간지와 잡지 5곳에 같은 내용을 알리라고도 명령했다.



이에 애플은 영국 대법원에 상고하는 것을 포기하고 법원 명령에 따라 이날 판결 내용을 공지했다. "삼성전자 제품이 아이패드 디자인을 베끼지 않았다"는 공지는 사실상 삼성전자 제품을 광고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굴욕적인 명령에 애플은 마지못해 법원 명령에 따른다는 티를 명확히 드러냈다.

우선 애플은 법원이 정한 기한의 마지막날 명령을 따랐다. 애플은 자사 홈페이지에 25일(현지시간)이 끝나는 시점에 해당 공지를 게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과 잡지 게재도 25일 예산을 집행해 26일자 신문에 적용됐다.


공지한 곳도 웹사이트 하단에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곳이다. 홈페이지에서 하단은 통상 웹사이트 관련정책이나 회사소개 등을 표시하는 곳이다. 신문에서도 법원이 명령한 가장 마지막 페이지인 6페이지에 해당 내용을 게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기도 법원이 명령한 크기 중 가장 작다. 법원이 Arial(애리얼) 11포인트보다 작지 않은 크기로 게재하라고 명령하자 'Arial 10.5 포인트'로 게재, 반올림해 11포인트로 내용을 게재했다.

↑애플은 영국 홈페이지 중 가장 안보이는 곳인 오른쪽 하단에 '삼성-애플 UK 판결'이라는 내용을 게재했다.↑애플은 영국 홈페이지 중 가장 안보이는 곳인 오른쪽 하단에 '삼성-애플 UK 판결'이라는 내용을 게재했다.


내용면에서는 더욱 싫은 티를 냈다. 법원 명령에 따라 판결문 사본 링크와 중요 내용을 언급했지만 마지막에 다른 법원의 사례를 언급하는 '꼼수'를 부렸다.

애플은 "같은 특허에 대해 독일법원은 삼성전자가 아이패드 디자인을 베꼈다고 판단했다"며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언급했다. 또 최근 10억달러의 미국 배심원 평결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뒤셀도르프 법원의 가처분 결정은 이번 영국 법원의 판결로 무효화됐다. 유럽연합지역에서는 1심보다 2심이, 가처분이나 예심보다 본안판결이 우선권을 지니기 때문이다. 이날 게재문에도 "유럽에서는 아이패드 디자인 특허로 판매금지를 시킬 수 없다"고 명시했다. 미국 배심원들도 아이폰 디자인 침해는 인정했으나 아이패드 디자인에 대해서는 침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영국 법원은 소비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애플에 이같은 명령을 내렸으나 애플은 소비자를 다시 혼란에 빠뜨린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 명령을 무시한 처사"라며 "애플에 굴욕적인 일을 조금이나마 회피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애플은 영국 법원의 판결문 내용을 언급한 뒤 자사에 유리한 다른 나라 판결을 언급했다. ↑애플은 영국 법원의 판결문 내용을 언급한 뒤 자사에 유리한 다른 나라 판결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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