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남긴 또 하나의 멋진 비유는 월스트리트의 격언이 됐다. "두 사람이 동시에 하나의 바이올린을 켤 수는 없다." 펀드매니저 한 명이 펀드운용을 책임지는 방식은 이 말에서 비롯됐다. 그 이전까지는 투자위원회에서 포트폴리오를 결정하는 게 불문율이었다. 에드 존슨은 이런 식의 집단운용 방식보다 탁월한 펀드매니저 1인의 독창성을 더 존중했다.
에드 존슨은 변호사 출신으로 역발상을 좋아했는데, 그가 투자의 세계를 음악에 비유한 것은 동일한 악보를 똑같은 악기로 연주하는 데도 들리는 소리는 연주자마다 다 다르기 때문일지 모른다.
물론 피아니스트의 기교에 따라 곡의 인상이 상당히 달라지지만 연주시간의 차이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중간의 휴지기(休止期) 때문이다. 건반을 한 번 친 다음 또 다시 건반을 칠 때까지의 짧은 시간 말이다. 일종의 공백과도 같은 이 시간적 간격은 소리 없는 연주라고 할 수 있는데, 나는 이 아무것도 없이 음의 여운만 남는 시간에 명상에 빠지기도 하고 피아니스트의 매력을 한껏 느껴보기도 한다.
다소 장황하게 피아노 연주를 이야기한 것은 주식투자의 성과 역시 이런 휴지기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 박자가 됐든 반 박자가 됐든 건반을 타격하는 것을 실제 매매행위라고 한다면, 그 사이의 시간적 간격은 주식을 매수한 다음 보유하고 있거나 아니면 매도한 다음 시장에서 물러나 있는 시간이다. 많은 투자자가 믿고 있고, 또 투자관련 서적이나 소위 투자 고수들이 가르치는 것은 매수와 매도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좌우된다는 것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그러나 매매타이밍은 휴지기의 길이에 따라 결정된다. 다시 말해 투자의 간격이 투자 성과를 판가름할 수 있는 것이다. 글렌 굴드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비결이 어느 정도 자신을 악기로부터 떼어놓는 방식에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의 경우도 이 같은 분리의 기술, 즉 매매행위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에 집중해볼 필요가 있다. 한 번 건반을 친 다음 새로운 건반을 칠 때까지 자신을 잊고 시장의 변화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1960년대 중반 미국 주식시장은 경제활황과 뮤추얼펀드 열풍, '니프티 피프티'(Nifty-Fifty) 붐에 힘입어 그야말로 '고고의 시절'(The Go-Go Years)을 만끽했다. 에드 존슨은 1967년에 쓴 글에서 대공황 이후 이어진 약세장의 종말을 선언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 우리 모두가 들었던 음악의 가는 선율은 사라졌다. 그 선율은 오랫동안, 분명 수십 년은 넘게 계속되었다. 그러나 최상의 규칙은 이것이다. 음악이 멈추면 그 음악은 잊어라."
시장은 늘 이렇게 변곡점을 준비한다. 매일매일의 주가변동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없지만 시장을 둘러싼 상황과 투자환경은 끊임없이 변해간다. 투자자는 이 흐름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세상이 변하면 그동안 들어왔던 음악은 잊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