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1100원 붕괴…해외건설, 환율 리스크 현실화?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12.10.2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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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리스크 해지로 당장 영향 없지만 하락폭 커질 경우 타격 불가피

원-달러 환율 1100원 선이 1년 만에 무너지면서 매출의 절반 안팎을 해외공사 수주로 채우고 있는 대형건설사들도 환율 변동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환리스크를 헤지하고 있어 당장 큰 영향은 없지만, 추가 하락이 계속될 경우 손실 규모가 커질 수 있어서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이 전일 대비 5.4원 빠진 1098.2원으로 마감함에 따라 대형건설사들은 해외사업장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환율이 하락하면 매출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순 계산해도 10억달러짜리 공사를 환율 1200원에 계약한 후 1100원으로 떨어졌다면 1000억원의 매출이 줄게 된다.



수주 감소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환율이 떨어지면 국내 조달 기자재값이 상승해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 최근 건설·부동산시장 침체로 국내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해외로 진출하고 있는데다, 중국이나 유럽 등 외국 건설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이 뒤쳐질 경우 수주에 차질을 빚어질 수 있어서다. 달러 기성금이 들어오면 곧바로 원화로 바꿔 인건비나 공사대금을 지급하는 중소건설기업들은 대기업보다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대형건설사들은 당장 환율 하락이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대형사들은 환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이미 통화선도계약을 해둬서다. 통화선도계약은 미래의 특정시점(만기)에 계약된 통화를 사거나 팔는 방식으로 환헤지(환율위험 회피)를 한다.



해외매출도 연 평균 환율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크게 줄지는 않을 전망이다. 연말까지 1100원 미만대가 2개월간 지속되더라도 평균 환율이 크게 낮아지지는 않는다는 것. 올들어 1~9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38원이다.

올 사업계획 수립 때 원-달러 기준 환율을 1100원 초반대로 잡은 것도 환율 하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요인이고 결제 화폐를 유로화와 엔화 등으로 다양화한 점도 원-달러 환율 변동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다.

대형사들의 주력 수주상품은 플랜트. 플랜트는 기자재 구매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주로 일본과 유럽 제품이 많다보니 구매를 위해 엔화와 유로화로 결제를 다양화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더 떨어질 경우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건설공사의 경우 현장마다 이익률과 원가율이 다르기 때문에 상당수 현장은 환율 추가 하락에 따른 손실 규모가 커질 수 있어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대형건설사들이 환리스크 대응이 정교해지기는 했지만 환율 하락폭이 클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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