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보다 많이 번다"…장사로 대박난 아저씨

머니위크 문혜원 기자 2012.11.0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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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50대여, 인생2막을 준비하라/ 창업 성공한 김정수씨

서울 가락동에 위치한 호프 프랜차이즈인 치어스. 이곳은 전국 300여곳의 치어스 가맹점 중 '매출 TOP10'에 드는 점포다. 지난 2009년 문을 연 이래 단 한번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창업초보자가 차린 호프집이 잘 되겠어?"라는 주변의 예상을 보란듯이 깼다.

한해 폐업하는 자영업자만 83만여명에 달하는 살벌한 창업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인생2막'을 연 김정수 사장(65)이 이곳의 주인이다. 단골 고객들이 하루하루 늘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마음이 벅차오른다는 그를 만나 성공비결을 들어봤다.

◆ 성공적인 인생2막의 열쇠




2003년 초까지 그는 KT에 몸담았던 '번듯한' 직장인이었다.

"30년간 울타리 같던 회사를 나오려니 눈앞이 캄캄했죠. 아내도 새벽같이 출근하던 남편이 거실에서 TV나 보고 있으니 얼마나 안타까웠겠어요."



정년을 3년 앞두고 명예퇴직했을 땐 모든 것이 막막했다. 나름대로 은퇴 이후를 준비해왔지만 당황스러운 마음은 감출 수가 없었다. 은퇴 전 총무팀, 홍보팀 등에서 근무해온 터라 딱히 내세울 만한 기술도 없었다.
"월급보다 많이 번다"…장사로 대박난 아저씨


고민 끝에 맨 처음 선택한 것은 관리만 잘 하면 되는 모텔사업이었다. 그러나 사업이란 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을 손해를 보고 나서야 절실히 깨달았다. 그는 지체 없이 모텔사업을 정리했다. 조금이라도 미련을 뒀다간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나마 빠른 판단으로 손해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 이후 보험설계사, 여행사 직원 등 그가 거쳐 간 직업만 해도 손가락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어떤 이들은 그동안의 인맥을 활용해 다단계 사업을 권하기도 했다.

"대부분이 영업직이었는데 주위 사람들에게 아쉬운 소리해가며 돈을 벌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게 제일 고역이었죠."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창업이었다. 신문을 읽던 중 '치어스'라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알게 됐다. 이후 그는 일부러 다른 프랜차이즈의 사업설명회를 찾아다녔다. 객관적으로 '치어스'와 비교해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다른 사업설명회를 다닐수록 그의 마음은 '치어스'로 굳어졌다. 나중에서야 그때 사업설명을 들었던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모두 망한 것을 알게 됐다.


김씨는 프랜차이즈를 시작하려면 꼼꼼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집 반경 8km 안에 있는 치어스는 시간대별로 다 가봤어요. 테이블은 얼마나 차는지, 메뉴는 어떤 게 있는지, 손님은 얼마나 만족해하는지 등을 관찰하기 시작했죠. 이렇게 꼼꼼하게 분석했기 때문에 적자 없이 지금까지 사업을 했다고 봅니다."

직장생활만 해온 김 사장이 처음 가게를 차린다고 했을 때 아내는 물론, 주변 친지들까지 모두 만류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한번 모텔사업에 실패한 데다 또 한번의 실패로 은퇴자금마저 잃으면 회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직장생활과의 괴리도 있었다. 그저 책상에만 앉아서 일해 온 그가 하루에도 몇번씩 화장실을 청소해야 하고, 취한 손님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고된 일에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컸다.

그러나 이미 창업 전 6년여 간의 '시련'속에 그는 단단해져 있었다.

"창업을 하려면 그야말로 무슨 일이든지 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때로는 손님들이 시설물을 좀 더 깨끗하게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죠. 하지만 어떤 손님이든 다 제 고객이라고 생각하면 그저 감사하게 되더군요."

그는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임에도 3년 동안 한결 같이 오후 5시30분 출근, 새벽 1시30분 퇴근을 고수하고 있다.

"몸은 고되지만 사장인 제가 나와야지 손님들도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저희 가게 마케팅의 비결이기도 한데 서비스 메뉴를 내갈 때는 꼭 제가 직접 서빙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단골고객을 우대해주니까 제가 간혹 자리를 비우면 사장님 안 계시느냐며 찾기도 하죠."

그가 서비스에 신경 쓰는 이유는 고객들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알아주는 점주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단골고객이 일행과 함께 왔을 때는 업주가 알아보고 인사말을 건네며 서비스를 제공하면 고객의 위신이 선다는 설명이다.

이런 노하우와 마케팅 덕분인지 그의 매장은 언제나 손님들로 북적인다. 매출이 얼마나 되냐고 묻자 김 사장은 "은퇴 전보다 많이 벌고 있다"고 에둘러 대답했다. 그는 전 직장에서 예비은퇴자를 대상으로 창업에 대한 강의도 한다.

"때로는 직장에 다니던 시절 동료들과 맥주 한잔 하던 게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창업을 하면 승진과 같이 직장생활에서만 누릴 수 있는 성취감도 없죠.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보람을 느낍니다. 바로 고객에게서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죠."

※ 김정수 사장의 창업 성공 노하우

 1. 매장의 성공에 대한 판단력을 갖춰라. 판단력은 철저한 분석에서 나온다.
 2. 단골고객을 확보하라. 불황을 이길 수 있는 힘이다.
 3. 직장생활의 영화는 잊고 무슨 일이든지 할 각오를 단단히 하라.
 4. 자신의 가게를 남에게 맡기지 말라. 회사에 나오는 마음으로 매일 출근하라.
 5. 은퇴 이후 창업은 노동이 따르는 일이다.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 하라.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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