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된 50대…위협받는 반평생

머니위크 전보규 기자 2012.10.3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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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50대여, 인생 2막을 준비하라

"자재관리부터 현장감독까지 20년 넘게 건설 쪽에서는 안 해본 일이 없고 그래서 이런 경력이면 일자리 하나 찾는 게 어렵겠냐 싶었는데 현실은 전혀 아니더라고요."

지난해 말 중견 건설회사에서 명예퇴직 한 김정수씨(56)는 며칠 전 이력서를 낸 곳에서 또다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퇴직 후 재취업을 위해 이곳저곳을 찾아다니고 있지만 1년 가까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창업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퇴직금을 중간정산해 집을 마련하는 바람에 퇴직 때 받아든 돈으로는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의학의 발전으로 장수(長壽)의 꿈은 이뤄졌다. 이제 얼마나 오래 살 것이냐가 아닌 어떻게 오래 살 것이냐를 고민해야 하는 100세시대가 열렸다. 그렇지만 부족한 노후 준비로 100세 시대란 꿈은 황금빛보다 잿빛에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은퇴에 직면해있거나 이미 은퇴를 한 50대의 경우 다른 연령대에 비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은퇴 후 30여년은 더 살아야 하지만 노후를 준비할 시간과 여력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80세를 넘어섰지만 평균 퇴직연령은 53세에 지나지 않는다. 노후에 대한 아무런 준비 없이 50대에 들어섰다면 은퇴 후 27년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길어야 3년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그나마의 시간이라도 자신의 노후준비에 집중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자녀의 교육과 결혼, 부모 부양 등을 위한 지출을 멈출 수 없는 것이 50대의 현실이다.




◆노후자금 준비 절반 밖에…

일반적으로 은퇴준비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재무적인 부분이다. 실제로 국내 다양한 연구기관이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경제력'을 은퇴준비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았다. 이처럼 재무적 준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높지만 실질적인 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인의 은퇴준비 상태를 ▲건강 ▲관계 ▲여가 ▲일 ▲주거 ▲심리 ▲재무 등 7개 영역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은퇴재무준비지수는 100점 만점에 51.5점에 불과했다.

은퇴재무지수 중 현 상태에 대한 만족도는 30점 만점에 14.4점, 은퇴 후 재무준비 계획은 10점 만점에 9.1점, 은퇴 후 재무준비를 위한 계획 실천은 60점 만점에 25.9점을 기록했다. 계획과 실천을 100점 만점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각각 91점, 43점이다. 재무에 대한 관심은 높은 반면 실제 노력은 상당히 부족하다는 뜻이다.

연령별로는 은퇴에 임박하거나 이미 은퇴한 50~60대의 재무준비가 20~40대보다 부족했다. 40대는 56.5점, 20~30대는 모두 51점대의 준비지수를 기록한 반면 50~60대의 준비지수는 50을 밑돌았다. 재무적 부분에 대한 준비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의미다.



아울러 국내 퇴직 및 금융연구소들은 50대의 노후자금 준비율이 40%대 중후반 정도에 불과해 노후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절반도 충당하기 힘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재취업·창업 전선, 찬바람 쌩쌩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재취업이나 창업 등을 통해 새로운 경제활동을 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구체적인 준비 없이 재취업에 뛰어들었다가 번번히 문턱에 걸려 넘어지고 계획 없는 창업으로 퇴직금만 날리기 일쑤다.

KB금융연구소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02년 이후 개인사업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3.4년, 생존비율은 24.6%에 불과하다. 특히 50대의 휴·폐업 비중은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다.



50대의 창업 후 3년 내 휴·폐업률은 42.8%로 전체 자영업 대비 4.1%포인트 낮은 수준이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8.4%에서 2011년 13.8%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40대 비중은 66.2%에서 65.3%로 줄었다.

창업 전 소득하락폭도 50대가 전체 개인사업자보다 컸다. 전체 개인가업자의 창업 후 소득은 16.2% 감소했지만 50대는 25.1%나 줄었다.

김일광 KB금융연구소 팀장은 "개인사업자의 대부분이 음식점·소매업·개인서비스업에 집중돼 있고 창업자 절반 이상은 창업 준비에 6개월 이하의 시간만 쓴다"며 "창업을 위한 준비기간이 짧고 사업체 운영 경험이 적은데다 차별화를 하지 못하는 점 등이 부실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재취업시장도 찬바람이 가득하다. 고용노동부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 사업실적을 보면 지난해 고용지원센터를 통해 구직활동을 한 7781명 중 취업에 성공한 경우는 35.1%에 불과했다. 10명 중 6~7명은 재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절망' 말고 '강점' 찾아야

이처럼 어려운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은퇴 전에 스스로의 강점을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그래야만 고용시장에서 재취업에 도전할 분야를 압축하고 자신의 능력과 차별성을 제대로 알릴 수 있어 재취업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급여와 고용안정성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할 가능성도 키울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이 무엇을 잘 하는지 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이 하니까'라는 생각으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보면 시간만 허비하고 열악한 근무환경을 갖춘 직장을 구하게 될 확률만 커진다. 물론 재취업 실패란 최악의 결과도 배제할 수 없다.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재취업이나 창업을 지원하는 기관을 찾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렇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본인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잘 정리해두면 은퇴 후 새로운 경제활동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황영희 노사발전재단 전직지원센터 소장은 "50대의 경우 오랜 시간 동안 쌓은 경험과 기술, 노하우, 일에 대한 열정도 있지만 스스로의 기술이나 경험 등에 대해 정리를 해보지 않아 본인이 무엇을 잘하고 또 잘할 수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이 갖고 있는 전문성을 정확히 파악·정리해뒀다가 재취업 도전 시 그것이 어떤 식으로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등을 명확하게 어필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요즘 ○○이 잘 된다더라'라는 주변사람들의 말만 듣는 것보다는 은퇴 전 직장에서 경험했던 업무와 관련돼 있거나 평소 관심이 높았던 것을 선택해야 성공확률이 높다.

정부나 금융기관 등에서 제공하는 자금지원, 교육 컨설팅, 경영 및 기술지원 등을 받는 것도 실패 가능성을 낮추는 방법이다. 정부는 소상공인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개인사업자의 운영자금·경영개선·임차보증금·설비 및 장비 도입 등에 필요한 자금지원을 하고 있으며 교육 및 컨설팅도 제공한다. 금융권에서도 소상공인 우대대출, 프랜차이즈 대출 등 개인사업자 전용상품을 개발·제공 중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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