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치킨가게는 가라

머니위크 강동완 기자 2012.11.1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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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창업트렌드/ 치킨전문점의 변신

1970년대는 생산만 하면 상품이 판매되는 공급자 전성시대였다. 하지만 점차 공급이 수요를 앞서면서 마케팅이 등장했다.

나아가 소비자의 주도권은 막강해졌다. 소비자 성향을 먼저 파악한 후 상품을 생산하는 '소비자가 왕'인 시대가 된 것이다.

소비자 중심의 시장은 상품 생산 경향에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판매방식 역시 소비자 위주로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 편의를 극대화한 편의점의 지속적인 성장은 이런 경향을 입증하고 있다. 편의점의 경우 상품을 다른 소매점에 비해 비싸게 판매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장소와 시간을 배려함으로써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이렇듯 최근 창업시장에서도 유통시장과 마찬가지로 소비자 편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판매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상품의 가격과 질 못지않게 어떻게 소비자 니즈를 관리하느냐도 중요한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똑같은 치킨가게는 가라


◇ 한마리? 저울에 달아 파는 치킨

지난 5월 대치동에 오픈한 15평 규모 치킨전문점 ‘무게로치킨’은 치킨을 저울에 달아서 판매해 하루 평균 80만 원가량 매출을 올리고 있다.

닭고기는 1마리 단위로 판매하는데 대부분 공급자 중심이다. 따라서 닭고기도 쇠고기나 돼지고기처럼 1인분 또는 무게별로 정량화해 고객이 원하는 만큼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장은정 점주(40세)는 “브랜드별 치킨 1마리를 구매해서 무게를 측정해 봤더니 400g부터 800g 중반까지 천차만별이었다. 무게가 제각각인데 1마리 단위로 1만4000~1만8000원으로 비슷한 가격에 판매돼 불편을 주던 판매방식을 소비자 취향에 맞게 바꿔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단골고객인 이민정(35세) 주부는 “가족이 3명인데 치킨을 1마리 단위로 구입하다보니 한 번에 다 못 먹고 냉장 보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곳에서는 무게를 달아서 판매하니 매번 바삭한 치킨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인 것 같다”고 했다.



무게로치킨에서는 후라이드 치킨 1마리 무게가 940g, 가격은 1만500원으로 저렴하다. 정량 단위로 판매하는 후라이드 치킨과 달리 순살 치킨의 경우는 아예 원하는 양만큼 주문하면 된다.

이곳에서는 닭고기 시세와 상관없이 오르기만 했던 치킨을 닭고기 시세가 내려가면 바로 판매가격에 적용해 인하하는 등 탄력적 가격 시스템을 적용했다. 최근에는 ‘치킨 무게를 맞춰라!’ 이벤트를 벌여 주문한 치킨의 무게를 정확히 맞추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 4종류 치킨을 한꺼번에?



'함께'에서 '혼자'로 트렌드가 바뀐 한국의 점심식사 문화도 치킨 판매단위를 바꾸고 있다. 20~30대 고객에게 어필하는 ‘한 사람의 개성’을 배려한 매장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퍼스널라이징(개인화) 업종’이 창업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소비력 강한 20~30대 고객에게 어필하는 것이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비빔밥전문점도 변화하고 있다. ‘쇠고기비빔밥’이나 ‘낙지비빔밥’ 등 단품 메뉴가 아닌 다양한 재료를 직접 선택해 나만의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시스템이 정착되고 있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라는 치킨 판매 공식을 깨고 한 마리 주문 시 4종류의 치킨을 한꺼번에 먹을 수 있도록 제공하는 곳도 있다.



'소담치킨'은 15가지 메인 메뉴를 모두 반씩 주문이 가능하다. 총 120가지의 다양한 메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후라이드 치킨을 비롯해 현미베이크크래커치킨, 쉬림프강정치킨, 홍합바비큐치킨 등 현존하는 모든 치킨 조리법을 구현한 것도 특징이다.

◇ 젊은 감각 카페형 인테리어

치킨전문점 ‘야들리애치킨’은 자체 개발한 숙성법을 내세운 프리미엄 치킨 외에도 카페형 매장을 표방하며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배달형 중심의 치킨 전문점에서 벗어나 매장에서도 얼마든지 호프전문점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인테리어부터 젊은 감각을 살렸다. 자체 개발 파우더와 숙성으로 품질을 높인 후라이드 치킨, 카페형 퓨전 분위기 등으로 입소문을 타며 배달뿐만 아니라 방문 고객까지 폭넓게 흡수하고 있다.

야들리애치킨 관계자는 “호텔식 치킨 레스토랑이라는 이미지에 착안해 고급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매장 콘셉트에 적용했다”며 “여성 고객들을 주 타깃으로 안락한 느낌을 주는 실내 분위기를 연출해 다른 치킨 매장과는 차별화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파스타치킨 요리전문점인 '빠담빠담'은 외부에 치킨호프 전문점이라는 입간판을 세우지 않으면 누구나 커피전문점으로 생각하게 하는 분위기를 갖추고 있다.



치킨과 파스타를 결합한 '파스타치킨'과 세계인들이 즐겨먹는다는 '쿰피르'가 특징적이다. 쿰피르는 큰 감자를 삶아서 치즈나 버터와 함께 섞은 다음 다양한 토핑을 올려서 먹는 음식으로 치킨전문점의 서비스 메뉴로 자리 잡고 있다.

◇ 무한리필 치킨 전문점 뜬다

소비자 지갑을 열기 위한 무한리필 역시 '뜨는' 판매방식이다. 1인당 일정액을 내면 무한정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 과거 무한리필의 경우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것이 관건이었지만, 최근에는 품질을 높여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무한리필’는 요소는 고객에게 심리적인 만족감을 주므로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는 차별화된 판매방식이다. 불경기에 지갑이 얇아진 서민층을 공략하기에 제격이다.

‘치킨팩토리’는 치킨을 무제한 제공하는 치킨호프전문점. 1인당 7900원에 12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치킨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일반 후라이드 치킨 외에도 까르보나라 치킨퐁듀, 레알토마토 치킨퐁듀 등의 퓨전 메뉴를 선보여 여성들에게 인기다. 치킨호프전문점이면서도 점심식사 시간에는 1인당 5900원에 돈가스를 무한 제공하고 있다.

무한리필로 성공하려면 회전율을 높이고 조리·서비스의 단순화로 인건비 감축, 직거래·대량거래를 통한 원재료 구입비 인하 등으로 운영경비와 원가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주의할 점도 있다. 아무리 무한리필로 메뉴를 제공하더라도 인테리어와 서비스 역시 차별화해야 한다. 품질이 낮으면 외면당하기 마련이어서 고객만족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의 품질을 확보해야한다.

원가율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외식업종의 경우 식재료 비중이 높다면 인건비와 임대료 등 다른 고정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지속적인 마케팅으로 매출을 관리하고 운영자금을 넉넉히 확보하는 것도 포인트. 무한리필은 뷔페와 달리 고객이 원할 때만 추가로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불필요한 식자재 낭비를 줄이도록 고객을 설득하는 것이 좋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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