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질때마다 연료 주입…1000만弗 수출드라이브 동승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12.10.25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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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짝꿍, 금융의 '한국스타일']<5>기업은행

편집자주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주도해 온 기업의 뒤엔 금융이 있다. 사회적 인프라로서 안전망 역할을 수행해온 금융사들이 각종 사회공헌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온 공로도 적잖다. 그런데도 금융사의 사회공헌 활동이 최근 불거진 '탐욕적 이미지'에 묻혀 평가 절하되는 측면이 있다. 실체는 달랐다. 동반자였다. 평생을 함께 하는 짝꿍과 같은 상생은 금융의 새로운 '한국스타일'이라 할 만하다. 머니투데이는 은행과 기업, 금융사와 사회적 약자 사이의 동반자 관계를 조명하고 금융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방 지점과 소기업의 만남부터 은행과 대기업의 거래, 금융과 실물의 소통까지 다룰 예정이다.

자동차의 외관을 제작하는 미래테크노(주)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회사다. 1999년 직원 3명으로 시작해 12년 만에 직원 수는 60여 명으로 늘었으며, 지난 연 매출 99억을 달성했다.

매출 중 수출이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주요 고객들이다. 일본 혼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헤밍금형(본네트, 도어, 트렁크 등)의 약 95%가 미래테크노 회사 제품이다. 또 스즈키 자동차에도 헤밍금형의 약 70%를 공급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금주 미래테크노 대표, 이명희 기업은행 화성남양지점장, 김경성 미래테크노 이사<br>
▲사진 왼쪽부터 박금주 미래테크노 대표, 이명희 기업은행 화성남양지점장, 김경성 미래테크노 이사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래테크노는 2002년 100만불 수출의 탑, 2005년 500만불 수출의 탑, 2008년 1000만 불 수출의 탑을 잇따라 수상했다. 올 여름 10년에 걸친 설비 증설을 마치고 제 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자동차 외판금형 뿐 아니라 외판부품의 설계, 엔지니어링, 설비제작, 부품생산을 일관하는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종합생산회사로 성장하는 것이다.

지금은 잘나가지만 초창기만 해도 경기도 화성시의 조그만 공장 하나에 불과했다. 당시 일본에서 자동차 장비 관련 무역업을 하던 박금주 미래테크노 대표는 한국에서 제조공장을 만들기 위해 현 위치의 미래테크노 공장을 낙찰 받았다.



경매자금이 턱없이 부족했던 박 대표는 경매자금의 80%를 기업은행에서 대출 받았다. 당시 경매대금을 비롯해 창업을 위해 기업은행으로부터 대출 받은 금액은 3억5000만원. 박 대표가 가지고 있는 자본금의 3배에 해당했다.

미래테크노를 이를 발판으로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창업 당시 워낙 자본이 소규모여서 제조설비가 부족했다.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설비를 늘려갔지만 한계가 있었다. 일본 매출이 늘어나자 미래테크노는 창업 4년 만에 1차 증축을 계획했다. 이 때 기업은행으로부터 약 5억5000만원을 대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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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3년 뒤인 2006년 생산을 늘리기 위해 인근 부지 3200평을 매입해 2차 증축에 나섰다. 기업은행은 당시 회사의 사내 유보 자금과 중소기업청 정책자금을 연계해 15억원을 대출해줬다. 미래테크노는 이 돈으로 공장을 설립하고 새로운 장비를 들일 수 있었다.


증축 이후에는 생산력이 늘어나면서 매출이 대폭 늘었다. 그 이후에도 지난 2010년까지 미래테크노는 3번을 더 증축해 총 5번을 증축했다. 설비를 늘린 뒤 인원을 충원하면 이는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그럼 또 다시 설비를 늘리는 식의 방법을 반복한 셈이다.

박금주 대표는 "기업은행의 지원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금형은 업종 특성상 설비투자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매출을 올리기 전에 적재적소의 선투자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기술력만으로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리기가 쉽지 않았다. 헤밍금형에 필요형 금형기계는 기계 한 대 값도 만만치 않아서 대출 규모도 컸다.

그 때마다 기업은행이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회사 창립 때부터 5번의 증축까지 기업은행이 대출해준 금액은 총 100억원에 이른다. 기업은행은 일찌감치 미래테크노의 기술 경쟁력을 높게 샀다. 미래테크노는 매년 헤밍금형에 대한 특허 등록을 할 정도로 그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또 이 회사를 은행의 유망중소기업과 패밀리기업으로 선정하고 금리 인하 혜택 등을 통해 금융비용 부담을 덜어줬다.

기업은행이 본 것은 회사의 기술 경쟁력뿐만이 아니다. '사람'이다. 기업은행 이명희 화성남양지점장은 "박 대표의 경영철학을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외형의 확대보다 철저하게 품질과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박 대표의 영업마인드를 좋게 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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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일례가 있다. 기름을 만지는 공장에서 흰색 작업복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미래테크노 직원들의 작업복은 모두 흰색이다. 박 대표의 아이디어다. 박 대표는 "물건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라고 말했다. 흰 작업복을 입으면 옷에 신경을 쓰고 늘 주위를 깨끗하게 하려는 자세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직원들이 늘 깨끗한 작업복을 입고 일할 수 있도록 회사 내에 세탁소도 별도로 뒀다.

이명희 화성남양지점장은 "현장에 가면 직원들이 청소하고 정리하는 게 생활화 돼 있다. 또 정말 집중해서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게 느껴진다"며 "그런 것들이 고스란히 제품의 결과물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공장에서는 이례적으로 '시간제'가 아니라 '연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동기 부여와 함께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박 대표는 "금형업무는 개인적 능력에 따라 제품의 품질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며 "3년 경력의 직원이라도 5년 경력 직원의 결과물을 내면 그에 맞게 연봉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매년 이익의 1/3을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주고 있다. 성과급도 개인 업무 능력 평가와 개인별 면담 등을 통해 차등 지급한다.

미래테크노는 지난해 기업은행이 선정한 '일하기 좋은 600대 기업'에도 선정됐다. 우수한 직원이 우수한 회사를 만든다는 박 대표의 의지를 반영해 직원복지에 공을 들인 결과다. 기업은행은 '잡월드'라는 취업프로그램을 통해 우량 중소기업과 구직자들을 연결해주고 있다. 미래테크노도 잡월드를 통해 8명의 직원을 채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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