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에 들어서자 '퀸덤에디슨', '퀸덤아인슈타인', '퀸덤링컨'이란 독특한 이름의 아파트단지가 눈에 띄었다. 2005년 분양 당시 시공사였던 영조주택은 '국내 최초의 영어전용단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단지내에 영어마을을 조성하겠다며 이같은 이름을 지었다.
↑부산 을숙도 대교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전경.ⓒ송학주
고급 명품아파트라는 점을 부각시켜 당시 부산에서 가장 비싼 값에 분양했다. 2006년 2차 물량은 고분양가 논란으로 분양 승인이 보류된 후에도 3.3㎡당 최고 1897만원에 책정됐다. 서울 강남 일부를 제외하면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를 웃도는 금액이었다.
↑부산 명지동 '퀸덤1차에디슨' 아파트 전경.ⓒ송학주
하지만 상황은 2010년 이후 급변했다. 시공사였던 영조주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이듬해 시행사인 대한리츠가 파산하면서부터다. 여기에 영조주택과 대한리츠의 대표인 윤모씨(55)가 100억원대의 전세금을 빼돌려 사기혐의로 입건되는 악재마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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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명지동 '명지오션시티'에 입주한 아파트값 비교표.
결국 영조주택은 3차에 걸쳐 분양하기로 한 '퀸덤'아파트를 1차 2866가구만 분양하는 데 그쳤다.
2차 1041가구는 분양보증을 선 대한주택보증이 시공사를 대우조선해양으로 바꿔 올 5월 준공했고 3차 898가구는 아예 공사를 포기했다. 이 때문에 분양당시 영조주택이 내세웠던 '명품'아파트는 온데간데 없어진 셈이 됐다. 영어마을은 물거품이 됐고 비싼 분양가를 줬음에도 주변 다른 아파트보다 시세가 더 떨어졌다.
'퀸덤1차 에디슨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김현주(42.가명) 씨는 "단지 내에 영어마을을 조성한다고 해서 아이들 교육을 생각해 대출을 받는 등 다소 무리해서 집을 샀다"며 "급매로 내놨지만 근처에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가 훨씬 싸 거래마저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명지동 Q공인 관계자는 "퀸덤1차는 대형 평수만 바다 조망을 할 수 있는데 인근에 새로 생기는 아파트는 중소형도 바다 조망이 가능하다"며 "이왕이면 새로 분양되는 아파트를 계약하거나 이름있는 아파트를 구입하는 게 훨씬 좋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입주를 시작한 퀸덤2차 '엘크루 블루오션'도 입주 4개월이 지나도록 입주율이 50%를 밑돌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로 아파트값은 분양가대비 30% 안팎 하락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급기야 대한주택보증은 미분양아파트 100여가구를 지난 22일 공매에 부쳤다.
↑부산 명지동 '명지오션시티'내 건설중인 아파트 모습.ⓒ송학주
퀸덤아파트가 입지한 '명지오션시티'는 올해 말까지 추가로 5개 단지 약 4000가구가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다. 인근에 조성 중인 명지국제신도시도 2만가구가 신규 공급될 예정이다. 신도시 뒤로는 친수복합도시인 '에코델타시티' 계획이 추진돼 비슷한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선다.
이처럼 공급 물량이 일시에 몰리다보니 향후 부산 강서지역의 교통대란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명지동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올 하반기 대규모 아파트 분양이 이뤄지는 만큼, 이들 단지가 이뤄지는 시점에선 출·퇴근 시간 교통정체가 극심해질 수 있다"며 "지금 당장 아파트를 매매하기보다 2년 정도 전세로 살아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