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환율 하락 리스크 노출되나?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12.10.1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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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수주 감소 우려…건설업계, "엔·유로화 결제 확대·환헤지로 환리스크 관리 가능"

원-달러 환율이 1년 만에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수출기업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 건설시장 침체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면서 매출의 절반 안팎을 해외 수주로 채우고 있는 대형건설사들도 환율 변동을 주시하고 있다. 환율 하락이 지속될 경우 매출 감소는 물론, 가격경쟁력 악화로 인한 수주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다만 대부분의 해외건설공사가 플랜트 관련 시설이어서 기자재 구매를 위해 엔화와 유로화 결제를 늘리고 있으며 올 초 사업계획을 1100~1150원의 환율에 맞춰 수립, 극심한 추가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심각한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환율 하락, 매출 감소에 가격경쟁력 저하 불가피
환율 하락에 따라 무엇보다 매출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많다. 단순 계산해도 10억달러짜리 공사를 환율 1200원에 계약한 후 1100원으로 떨어졌다면 1000억원의 매출이 줄게 된다.

수주 감소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환율 하락으로 인해 국내 조달 기자재값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 최근 건설·부동산시장 침체로 국내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해외로 진출하고 있는데다, 중국이나 유럽 등 외국 건설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강점인 가격 경쟁력이 뒤쳐질 경우 수주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환리스크를 관리할 여력이 없는 중소건설기업들은 대기업보다 피해가 클 수 있다. 정창구 해외건설협회 정책연구실장은 "중소기업들은 기성금이 들어오면 곧바로 인건비나 공사대금을 지급하는데, 이때 원화 기준으로 지급하다보니 환율 하락으로 계약 당시보다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환율 더 떨어지지 않는다면…"
대형건설사들은 일단 1100원대 환율이 유지된다면 환리스크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대형사들은 환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이미 통화선도계약을 해둔 상태다. 통화선도계약은 미래의 특정시점(만기)에 계약된 통화를 사거나 팔는 방식으로 환헤지(환율위험 회피)를 한다.

매출 감소도 우려스러울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이다. 해외매출의 경우 연 평균 환율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올들어 1~9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38원. 따라서 1100원대가 2개월간 지속되더라도 평균 환율이 크게 낮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사업계획에도 환율 리스크가 반영됐다. 대형건설기업들은 올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수립하면서 원-달러 기준 환율을 1100원 초반대로 잡았다.

결제 화폐를 유로화와 엔화 등으로 다양화한 것도 원-달러 환율 변동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이유다. 대형사들의 주력 수주상품은 플랜트. 플랜트는 기자재 구매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주로 일본과 유럽 제품이 많다. 대형건설사들은 기자재 구매를 원활히 하기 위해 엔화와 유로화로 결제를 다양화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기자재를 뺀 나머지 공사비용도 발주처가 현지 화폐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아 원-달러 환율 변동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며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대형건설사들이 환리스크 대응이 정교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보다 환율이 더 하락할 경우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건설공사의 경우 현장마다 이익률과 원가율이 다르기 때문에 상당수 현장은 환율 추가 하락에 따른 손실 규모가 커질 수 있어서다.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해 추가적인 환율 하락을 막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락폭이 커질 경우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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