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대체할 결제수단, 카드 아성 넘을까?

머니위크 문혜원 기자 2012.10.1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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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지갑 없이 결제하는 방법이 신용카드업계는 물론 전자결제시장에서도 큰 관심사다. 그중 신용카드 없이 지정 계좌에서 바로 출금되는 시스템이 오는 11월 첫 포문을 열 예정이어서 모바일 결제가 확산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에 시도되는 전자직불결제시스템은 그동안 카드업계와 이통사들이 개발해온 스마트폰에 신용카드를 탑재하는 모바일카드와는 개념이 다르다. 지금까지 모바일카드 등 다양한 결제방법이 시도돼 왔으나 소비자의 호응은 미미했다. 가맹점에도 결제용 단말기가 설치된 곳이 적어 모바일카드 확산은 지지부진했던 것이 사실.



이번 전자직불결제시스템은 가맹점에 비싼 결제기를 설치할 필요 없이 이미 사용 중인 바코드 입력기를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모바일카드보다 보급이 훨씬 빠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 결제시스템이 NFC(Near Field Communication)의 중간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점쳤다.

과연 전자직불결제시스템이 제자리걸음하던 모바일결제시장의 발전을 앞당길 수 있을까.





◆ 가맹점 수수료율 낮출 대안 될까


전자직불결제시스템은 금융결제원 주관으로 PG업체(Payment Gateway, 전자지불)인 KG모빌리언스 (5,030원 ▼20 -0.40%)다날 (3,825원 ▼20 -0.52%)이 공동 개발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의 사용방법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우선 바코드 입력 거래로 고객이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아 자신이 보유한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바코드가 생성되고 이 바코드를 입력기에 읽히면 직불결제가 이뤄진다.

또 다른 방식은 자동응답전화(ARS)를 기반으로 고객이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한 후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결제 시 등록된 번호로 전화가 온다. 이때 휴대전화로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통장에서 결제금액이 빠져나가게 된다.


이같은 방식은 현재 사용 중인 휴대전화 결제를 응용한 것이다. 이 사업의 관계자는 바코드나 ARS가 보안상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KG모빌리언스 관계자는 "바코드의 경우 생성된 후 2분 후에는 폐기돼 유출되더라도 사용할 수 없다"며 "휴대전화로 결제했을 당시 단 한건도 문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관련업계는 이러한 결제방법이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가맹점 수수료율 문제를 완화할 방안이라고 설명한다. 가맹점은 현재 결제 건당 1.5%의 수수료를 카드사에 지급해야 하는데 전자직불결제시스템을 이용함으로써 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가맹점은 카드사에 지급하던 수수료를 PG사에 지급하게 된다. PG사 수수료는 아직 산정되지 않았지만 신용카드사 수수료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 전자직불결제, 문제없나

현재 이 서비스는 모든 준비를 마친 채 금융당국의 관련법규 개정을 기다리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전자금융감독규정은 오는 11월8일 개정 예고됐지만 문제는 금융감독원의 허가다. KG모빌리언스와 다날을 직불사업자로 등록해줘야 전자금융감독규정에 부합하지만 금감원이 이를 승인해줄지가 미지수다.

또 전자직불결제시스템을 시행하려면 가맹점도 바코드를 읽을 수 있는 장비를 갖춰야 한다. 대형가맹점은 이미 이 장비가 보급돼 있지만 문제는 중소형가맹점. 결제를 위해 이 장비를 추가로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사업자는 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KG모빌리언스 관계자는 "바코드 장비는 비싸지 않을 뿐 아니라 높은 가맹점 수수료로 허덕이는 가맹점주라면 바코드 장비를 구입하더라도 손해보지 않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 신용카드 '대체' 가능할까

금융결제원은 전자직불결제시스템이 후불 신용카드를 대체하기까지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선불'과 '후불'의 기능이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또 신용카드에 길들여진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신용카드를 쓸 때 많은 부가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것과 달리 이 시스템은 직불카드 정도의 혜택만 줄 뿐이다. 현재 직불카드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소득공제 시 신용카드보다 높은 30%의 공제율을 적용받는 것이 유일하다. 즉, 신용카드가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이 없어 소비자가 선뜻 신용카드를 포기하고 이 시스템을 사용할지 입증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관련당국은 이 시스템이 자리 잡을 경우에는 전체 결제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당국은 "후불결제인 신용카드의 영향력에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현재 편의점 등에서할인용 바코드 사용 추이를 봤을 때 전체 결제의 10%가량 차지할 전망"이라며 "앞으로 모바일카드 사용이 확산되는 데 상당부분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소액결제 시 이 시스템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업계 역시 아직은 신용카드를 위협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내다본다. 우선 직불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20만개인 반면 신용카드 가맹점은 300만개나 되기 때문에 신용카드시장의 축소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재 직불카드가 유명무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고객이 이 시스템에 얼마나 호응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신용카드업계를 위협하는 듯 보이지만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직불카드 수요를 늘리기 위한 대책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현재 금융당국이 지정한 이 시스템의 1회 1일 결제 가능금액은 30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활성화되기에는 사용액이 적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결제가능 금액이 크게 늘면 체크카드시장이 조금 위축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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