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시도되는 전자직불결제시스템은 그동안 카드업계와 이통사들이 개발해온 스마트폰에 신용카드를 탑재하는 모바일카드와는 개념이 다르다. 지금까지 모바일카드 등 다양한 결제방법이 시도돼 왔으나 소비자의 호응은 미미했다. 가맹점에도 결제용 단말기가 설치된 곳이 적어 모바일카드 확산은 지지부진했던 것이 사실.
과연 전자직불결제시스템이 제자리걸음하던 모바일결제시장의 발전을 앞당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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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맹점 수수료율 낮출 대안 될까
전자직불결제시스템은 금융결제원 주관으로 PG업체(Payment Gateway, 전자지불)인 KG모빌리언스 (5,030원 ▼20 -0.40%)와 다날 (3,825원 ▼20 -0.52%)이 공동 개발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의 사용방법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우선 바코드 입력 거래로 고객이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아 자신이 보유한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바코드가 생성되고 이 바코드를 입력기에 읽히면 직불결제가 이뤄진다.
또 다른 방식은 자동응답전화(ARS)를 기반으로 고객이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한 후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결제 시 등록된 번호로 전화가 온다. 이때 휴대전화로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통장에서 결제금액이 빠져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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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방식은 현재 사용 중인 휴대전화 결제를 응용한 것이다. 이 사업의 관계자는 바코드나 ARS가 보안상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KG모빌리언스 관계자는 "바코드의 경우 생성된 후 2분 후에는 폐기돼 유출되더라도 사용할 수 없다"며 "휴대전화로 결제했을 당시 단 한건도 문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관련업계는 이러한 결제방법이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가맹점 수수료율 문제를 완화할 방안이라고 설명한다. 가맹점은 현재 결제 건당 1.5%의 수수료를 카드사에 지급해야 하는데 전자직불결제시스템을 이용함으로써 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가맹점은 카드사에 지급하던 수수료를 PG사에 지급하게 된다. PG사 수수료는 아직 산정되지 않았지만 신용카드사 수수료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 전자직불결제, 문제없나
현재 이 서비스는 모든 준비를 마친 채 금융당국의 관련법규 개정을 기다리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전자금융감독규정은 오는 11월8일 개정 예고됐지만 문제는 금융감독원의 허가다. KG모빌리언스와 다날을 직불사업자로 등록해줘야 전자금융감독규정에 부합하지만 금감원이 이를 승인해줄지가 미지수다.
또 전자직불결제시스템을 시행하려면 가맹점도 바코드를 읽을 수 있는 장비를 갖춰야 한다. 대형가맹점은 이미 이 장비가 보급돼 있지만 문제는 중소형가맹점. 결제를 위해 이 장비를 추가로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사업자는 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KG모빌리언스 관계자는 "바코드 장비는 비싸지 않을 뿐 아니라 높은 가맹점 수수료로 허덕이는 가맹점주라면 바코드 장비를 구입하더라도 손해보지 않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 신용카드 '대체' 가능할까
금융결제원은 전자직불결제시스템이 후불 신용카드를 대체하기까지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선불'과 '후불'의 기능이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또 신용카드에 길들여진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신용카드를 쓸 때 많은 부가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것과 달리 이 시스템은 직불카드 정도의 혜택만 줄 뿐이다. 현재 직불카드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소득공제 시 신용카드보다 높은 30%의 공제율을 적용받는 것이 유일하다. 즉, 신용카드가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이 없어 소비자가 선뜻 신용카드를 포기하고 이 시스템을 사용할지 입증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관련당국은 이 시스템이 자리 잡을 경우에는 전체 결제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당국은 "후불결제인 신용카드의 영향력에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현재 편의점 등에서할인용 바코드 사용 추이를 봤을 때 전체 결제의 10%가량 차지할 전망"이라며 "앞으로 모바일카드 사용이 확산되는 데 상당부분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소액결제 시 이 시스템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업계 역시 아직은 신용카드를 위협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내다본다. 우선 직불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20만개인 반면 신용카드 가맹점은 300만개나 되기 때문에 신용카드시장의 축소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재 직불카드가 유명무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고객이 이 시스템에 얼마나 호응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신용카드업계를 위협하는 듯 보이지만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직불카드 수요를 늘리기 위한 대책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현재 금융당국이 지정한 이 시스템의 1회 1일 결제 가능금액은 30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활성화되기에는 사용액이 적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결제가능 금액이 크게 늘면 체크카드시장이 조금 위축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