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후계자는 바로 당신

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유병률 특파원 2012.10.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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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스티브 잡스 1주기를 맞아

스티브 잡스의 후계자는 바로 당신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 5일(현지시간)로 딱 1년. 전 세계 언론들은 잡스의 일화와 잡스 이후의 애플에 대한 평가, 잡스를 이을 새로운 IT영웅에 대한 예측 등 많은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아이폰5 출시 이후 애플에 대해 혹평을 하던 사람들도 잡스에 대해서만큼은 그리움을 토로한다. 이들은 “잡스가 사라지니 열광할 일도 사라졌다”고 아쉬워한다.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을 넘어서고, 페이스북이 드디어 상장을 하는 등 새로운 IT영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오히려 잡스의 존재감은 더 커지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도 잡스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다”고 말한다.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80년 전 죽은 에디슨을 모든 사람들이 기억하듯, 앞으로 100년 후 모든 사람들이 잡스를 기억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어쩌면 잡스의 빈자리와 그의 후계자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지도 모른다. 에디슨의 빈자리, 에디슨의 후계자를 논하는 것이 무의미했듯 말이다. 아이폰6, 아이폰7은 계속해서 나오겠지만 잡스2, 잡스3가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빈자리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꼭 아이폰5에 ‘그리고, 하나 더(and one more thing)’가 없기 때문만은, 혹은 래리 페이지와 마크 저커버그에게서 잡스 만한 카리스마를 찾을 수 없기 때문만은 아닐 터이다.

잡스의 라이벌이었던 빌 게이츠가 (IT를) 떠난 빈자리에 대해서는 별반 얘기가 없었던 이유를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운영체제 ‘독점’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점유율과 호환성을 앞세워 수많은 경쟁제품을 쫓아냈다. MS의 이런 성장과정을 보면 “누군가 차고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개발하고 만들고 있지 않을까 가장 두렵다”던 게이츠의 말이 섬뜩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잡스는 달랐다. 그는 “잠자리에 들며 ‘우리가 정말 놀라운 일을 해냈어’라고 말하는 것, 내겐 이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참된 만족을 얻는 유일한 길은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 그것을 만나는 순간 가슴이 알 것”이라고 말했다. “설탕 물이나 팔면서 평생을 살 것이냐, 아니면 나와 함께 세상을 바꿀 것이냐”며 펩시 사장을 설득했고, 스스로도 늘 갈망하면서(stay hungry), 늘 무모하게(stay foolish) 살았었다. 그의 갈망과 무모함은 IT와 IT가 아닌 것의 경계마저 허물어버렸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잡스를 그리워하는 것은 어쩌면 갑갑한 자신의 현실 때문인지 모른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미친 듯이 한번 해보지 못하고, 꿈틀대는 욕망이 있어도 제대로 한번 꺼내보지도 못하는 현실. 전후좌우 꽉 막히고 생활 그 자체만으로도 버거운 현실.

사람들은 자기 안에 내재한 욕망과 편집증적으로 대면했던, 잡스의 자유로운 영혼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용기를 얻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의 빈자리가 진짜로 걱정되는 곳은 애플도, IT업계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의 마음속이다.

삼성과 애플간 특허소송이 불거지면서 잡스도 결국 베낀 것이 아니냐는 반문도 나왔다. 지적대로 MP3는 잡스 이전부터 이미 있었고, 터치스크린도 있었다.

하지만 잡스가 이를 참고 했든, 아니면 혁신적 사용자경험으로 승화시켰든지 간에, 그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엄청난 특허를 가지고 있다.

바로 창조적 욕망.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해서 결국 바꿔내고자 했던 욕망. 그의 카리스마가 마치 강한 전류처럼 우리를 감전시키는 것은 창조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욕망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아직 발현되지 못한 엄청난 창의성이 존재한다. 잡스는 자본주의 역사에서 그 누구보다 억눌린 창의성을 끄집어내었던 인물로 기록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설탕 물 팔며 사는 대신, 내가 가장 잘하고, 가장 하고 싶고, 내가 가장 해결하고 싶은 일에 몰입할 용기를 낸다면, 우리는 모두 그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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