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금융의 혁신으로 사회 서비스의 효율 높이자"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2012.10.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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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없는 복지의 길, 사회투자]<4-2>지틴더 콜리 美 딜로이트 이사 겸 미국진보센터 선임연구원

편집자주 세계 금융위기 이후 재정 한계에 부닥친 정부, 요동치며 불안한 자본시장에 한계를 느낀 대형투자자, 빈곤인구의 거대한 고통에 대한 해법을 찾는 자선가. 이들이 한 테이블에서 만나고 있다. '사회투자'라는 테이블이다. '사회투자'는 자본이 혁신을 일으키는 원리를 사회 문제 해소에 적용해 '증세 없는 복지', 투자가 되는 복지의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론 영국 총리 등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따라서 복지국가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대통령선거 후보들에게도 재정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복지 문제를 해결할 비법이 될 수도 있어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머니투데이는 6회에 거쳐 국내외에서 시작되고 있는 사회투자의 새로운 트렌드를 소개한다.

↑지틴더 콜리 딜로이트 이사 겸 미국진보센터 선임연구원 ⓒ이경숙 기자↑지틴더 콜리 딜로이트 이사 겸 미국진보센터 선임연구원 ⓒ이경숙 기자


"미국에선 교도소에 다녀온 전과자가 자꾸 교도소로 돌아갑니다. 재범 예방을 위해 정부 기능을 대행하는 기관이 마약 퇴치, 주택 복지 등등 4곳이 있어요. 그런데 서로 대화를 별로 안 합니다. 만약 한국 상황이라면 '어떻게' 이들 사이에 효과적인 연계를 만들어낼까요?"

지틴더 콜리(Jitinder Kohli) 미국 딜로이트 연방정부업무 담당이사는 사회성과연계채권(Social Impact Bond·SIB)의 효과를 묻는 질문에 "SIB는 일종의 상(賞)"이라고 설명했다. 사회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 '수익'이라는 상을 주니까 여러 사회구성원이 그 상을 받으려고 대화를 시작하고 손을 잡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열린 '새로운 자본주의, 새로운 사회·경제정책 그리고 자본시장의 새로운 역할' 국제회의 참석차 방한했던 그는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실 전략부서에서 일하다 2009년 미국으로 건너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부에 정책을 자문하고 있는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가 선임연구원으로 겸직하고 있는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는 '오바마의 두뇌'라고 불리는 민주당의 싱크탱크다.

SIB에 대해 콜리 이사는 '공공 금융의 혁신(A public finance innovation)'이라고 표현했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세수가 줄어들고 공공 부문이 풀어야 할 사회 문제는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SIB는 민간 자원을 공공 부문에 끌어올 전략으로 영미권 정부의 관심을 끌고 있다.



콜리 이사는 "영국 정부의 많은 부처가 예산을 삭감했다"며 "예산 삭감보다 더 큰 어려움은 정부가 하는 일의 효과가 과연 있는지 불분명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공공 금융은 단순히 사회 서비스에 예산을 배정해 나눠줬다. 한번 집행된 예산은 원금을 회수하지 않았다. 어떤 사회 서비스가 효과적인지 알기도 어렵다.

이에 반해 SIB는 사회 혁신의 효과를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설계 단계에서 투자를 통해 창출해야 할 성과가 명확히 규정되기 때문이다. 또 원금 회수, 수익 배분을 통해 민간자금의 참여를 이끌 수 있다.

그는 "SIB 등 사회투자 전략을 쓰면 공적 자금이 효과적으로 쓰이는 곳에 배정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민간의 투자 자금이나 자선 자금을 끌어들여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도 있다"며 "재정적으로 빠듯한 곳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피터버러시(市)의 재범률 낮추기 SIB가 좋은 전례다. 동부의 농업중심지인 피터버러에서 범죄자 중 60%가 다시 범죄를 저지른다. 그런데 재범률이 가장 높은 건 경범 특히 음주 운전이었다.

해마다 농번기가 오면 동유럽에서 이민 온 농부들은 술을 마시고 운전했다. 동유럽에선 일정 수준 이하의 음주 운전은 합법이라 생긴 습관이었다. 하지만 영국에선 음주운전은 무조건 체포대상으로 교도소 행이다.

이런 문화는 농민 가정에는 불화를, 시 정부에는 예산 낭비를 일으켰다. 시 정부는 재범률 낮추기에 '상' 즉 수익을 주기로 결정했다.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법원장, 경찰서장, 수감자 대표, 수감자가족 지원단체, 음주운전자 자활기관 등 관련된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18개월 동안 논의해 각 지원기관 간 '칸막이'를 허물고 퇴소자 사회 복귀를 종합 지원하는 연계 구조를 만들어냈다.

그는 "정부가 SIB에 지급 보증만 하고 투자와 서비스 제공은 민간이 한다"며 "이렇게 하면 정부가 비효율적으로 수행하던 공공서비스에 민간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끌어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피터버러 SIB 투자자는 성과를 높이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따로 후원하기도 했다. 퇴소자의 재범률을 7.5% 이상 낮춰야 투자자에게 최고 13%의 수익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SIB를 모든 사회 문제 해결에 도입하기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SIB가 성공하려면 △성과를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고 △투자자가 보기에 합리적인 기간 내에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문제로 제한을 둬야 한다.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는 △협상 실무자와 사회 서비스 제공자에게 사회성과 연계구조를 만들 권한은 주되 △성과에 따라 수익을 주겠다는 약속은 책임지고 잘 이행해야 한다.

그는 "이런 특성 때문에 영국에선 고용 프로그램이나 보육원 아동 입양, 미국에선 범죄와 노숙자 줄이기 등 3~5년 안에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분야에서 SIB가 발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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