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맵 때문에 애플 굴욕 "구글 맵 사용하세요"

머니투데이 뉴욕=권성희 특파원 2012.09.2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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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8일(현지시간) 웹사이트에 공개서한을 올려 고객들에게 사과했다. 애플이 경쟁사인 구글과 맞서기 위해 구글 맵 대신 선보인 맵이 너무 부실해서다.

애플 홈페이지(www.apple.com)에 들어가면 왼쪽 하단에 '맵과 관련해 고객들에게 드리는 편지'라는 박스가 뜬다. 그 박스를 클릭하면 팀 쿡 명의의 서한이 나온다.



쿡은 "애플에서 우리는 고객들에게 가능한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는 세계 수준급의 제품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뒤 "우리는 지난주 새로운 맵을 출시했는데 이러한 헌신에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우리는 이것(맵 애플리케이션이)이 고객들에게 실망을 준데 대해 극히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쿡은 "맵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앱 스토어에서 빙(Bing)이나 맵퀘스트(MapQuest), 웨이즈(Waze) 같은 다른 맵을 다운로드 받아 (애플 맵 대신) 다른 대안들을 시도해볼 수 있고 또는 구글이나 노키아 사이트에 가서 구글이나 노키아 맵을 사용할 수 있다"고 추천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애플의 잘못된 맵 소프트웨어에 대한 분노가 실리콘밸리 기업의 최고위층에까지 도달했다"고 지적하며 쿡이 경쟁업체 구글에게 애플의 실수를 이용해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쿡의 사과가 발표된 지 몇 시간도 안돼 블로그에 웹 브라우저를 통해 어떻게 아이폰에서 구글 맵을 사용할 수 있는지 고객들에게 상세히 설명했다.


구글 회장인 에릭 슈미트가 이번주초 "내 의견으로는 (애플이) 우리 맵을 그냥 사용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라고 우회적으로 애플의 '엉터리' 맵을 비판한지 며칠도 안돼 쿡으로선 구글 맵이 낫다고 인정한 셈이다.

이날 쿡의 사과가 애플로선 더욱 뼈저린 이유는 지난주 매장 판매를 시작한 아이폰5를 일주일만에 22개국에서 추가로 선보인 날이었기 때문.



애플의 아이폰5는 사전 주문 하루 예약 판매량이 이전 모델의 두 배가 넘어서 엄청난 인기를 끌 것처럼 보였으나 막상 매장 판매를 시작한 주말 판매량은 500만대에 그쳐 애널리스트들 사이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3일만에 500만대도 많다는 반응이 있지만 애널리스트에 따라서는 800만대 이상 팔릴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게다가 아이폰5를 구입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애플 맵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면서 애플은 상당한 이미지 손상까지 입게 됐다.

애플의 맵은 장소를 잘못 알려줄 뿐만 아니라 이상한 위성 이미지들이 표시해 비판을 사고 있다. 애플은 이미 오류들을 바로 잡고 있으나 이미 애플 맵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진 상태다.



애플 내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오류들이 수정되면서 맵에 대한 불만이 가라앉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많다. 또 쿡의 사과가 애플 공동 창업자인 고 스티브 잡스의 전례를 따르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잡스는 2007년에 애플이 아이폰 첫 모델을 내놓은지 세달도 안돼 가격을 인하하면서 웹사이트에 사과 공지를 냈다.

하지만 WSJ는 일부 스마트폰 소유자들은 애플이 맵 기능이 개선되거나 구글이 자체 맵 애플리케이션을 발표할 때까지 아이폰 구입을 늦추겠다고 말하지만 궁극적으로 상당수 소비자들이 맵 때문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가 깔린 스마트폰을 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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