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SSCP, 알짜사업 매각대금 1500억 어디로?

더벨 이재영 기자 2012.09.2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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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CP 흑자 부도①]차입금 일부만 상환...관계사 지원 및 해외로 유출된듯

더벨|이 기사는 09월21일(19:19)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난 18일자로 최종 부도 처리된 SSCP는 2011년 말 자회사 슈람(SCHRAMM Holding AG) 및 코팅사업부를 네덜란드 화학기업 악조노벨(Akzo Nobel)에 매각했다. 슈람의 매각으로 6억 2173만 홍콩달러(한화 925억 원), 코팅사업부 영업양수도로 520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당시 회사는 "매각대금을 전액 SSCP (0원 %)의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해 건실한 SSCP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0년 2682억 원이었던 부채가 2011년에 2987억 원으로 오히려 늘었고, 올 상반기 감사보고서 기준으로는 2840억 원을 기록했다.



총 1500억 원에 육박하는 매각대금을 전액 SSCP의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하겠다던 회사의 말은 공염불이었던 셈이다.

◇ 이해 안되는 코팅재료 사업부문 철수

SSCP는 그간 창업주 오주헌 회장의 탁월한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했다. 전자제품용 코팅소재를 주력으로, 고부가 IT코팅소재와 디스플레이용 핵심소재로의 사업 확장을 통해 전자재료 전문업체로서 입지를 탄탄히 해왔다. 2010년 기준 코팅재료 사업부문은 총매출액의 48.5%의 비중을 차지했다. 전자재료 사업부문은 과도한 감가상각비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나빴지만 코팅재료 사업부문은 삼성과 LG 등 국내 대기업들과의 견고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30년 이상 회사의 근간이자 주요 캐시카우(Cash Cow)였다.



이 회사는 2007년 독일 특수코팅소재 기업인 슈람을 인수, 유럽 코팅소재 시장 공략 및 SSCP의 글로벌화를 도모해 세계 특수코팅 시장의 선도업체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이러한 회사의 청사진을 바탕으로 기관투자가들로부터 1000억 원 가량의 인수자금도 조달했다. 인수 후 성과도 좋았다. 슈람은 지속적인 당기순이익 성장세를 기록했고, 2009년에는 슈람의 홍콩증시 상장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SSCP는 2011년 돌연 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코팅재료 사업부문을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재무건전성을 확보해 전자소재 전문업체로 탈바꿈해 재도약의 발판을 삼겠다는 게 매각 이유였다.

◇ 알짜사업 매각으로 현금확보…SSCP는 '徒勞無益'

하지만 자신하던 전자소재 전문업체로서의 변신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올 상반기 매출액 950억 원, 매출채권은 968억 원으로 실제 회사에 유입된 현금은 -10억 원. 특히 매출원가는 793억 원으로 치솟았고, 결국 회사는 800억 원선의 현금 손실이 발생했다. 영업이익이 50억 원을 기록했지만 빛좋은 개살구일 뿐이었다.


매각의 사업적 타당성 이전에 SSCP는 알짜사업의 매각으로 1500억 원의 돈을 쥐게 됐다. 창업주의 2세인 오정현 대표는 2011년 말 인터뷰를 통해 매각대금의 전액 차입금 상환을 통해 1800억 원선의 단기 차입금의 상당부분을 상환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와 올해 4번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총 456억 원의 외부자금을 조달했다.

그러나 이 돈들은 결과적으로 SSCP의 재무구조를 더욱 악화시켰다. SSCP는 2011년 말 오정현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한 STM코퍼레이션이 74%의 지분을 갖고있던 알켄즈라는 회사를 인수한다. 비상장사인 STM코퍼에리션은 SSCP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었다. SSCP는 STM코퍼레이션이 보유한 알켄즈 지분을 216억 원에 인수했다. SSCP가 STM코퍼레이션에 대여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거래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지분을 인수 후 회사는 알켄즈에 추가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알켄즈의 대출에 93억 원 규모의 지급 보증을 했고, 155억 원을 대여했다. 당시 SSCP 소액주주들은 "알켄즈가 위태하니 SSCP에 떠넘긴 것 아니냐"며 반발하기고 했다.

SSCP가 STM코퍼레이션에 대한 대여금 회수 목적으로 알켄즈를 떠안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STM코퍼레이션은 SSCP에 대해 여전히 400억 원에 달하는 대여금을 보유하고 있다. STM코퍼레이션은 알켄즈에도 단기 차입금과 미지급비용을 포함해 87억 원의 채무가 있다.

특이한 점은 올 상반기 기준 SSCP가 100%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인 SSCP Holdings (HK) LIMITED라는 회사에 690억 원의 대여금 및 1104만 달러의 지급보증을 해주고 있다. 지난해 540억 원의 대여금이 6개월 사이 150억 원이나 늘었다. 이 회사는 2010년 1억 5000만 원의 당기순손실, 2011년에는 15억 8000만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부실회사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사는 무역업을 영위한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사업적 성과가 불분명한 페이퍼 컴퍼니 수준의 회사"라며 "이런 회사에 SSCP가 부채상환보다도 우선적으로 자금을 대여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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