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웅진그룹…32년史 이대로 무너지나

머니투데이 정지은 기자 2012.09.26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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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도서출판 해임으로 출발 매출 6조기업으로 성장..극동건설 인수 후 위기봉착

웅진그룹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매출 6조원대의 30대 그룹으로 성장했던 웅진그룹이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

웅진홀딩스는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 기업회생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계열사인 극동건설이 25일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서 돌아온 150억 원 규모의 만기어음을 막지 못해 1차 부도를 내고 기업 회생을 신청한 까닭이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연쇄 도산을 우려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32년 전 작은 학습지로 시작해 2000년대에 이르러 계열사 32개를 거느린 '대형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성공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소기업에서 30대그룹으로 성장하기까지
'사면초가' 웅진그룹…32년史 이대로 무너지나


웅진그룹은1980년 도서출판 해임인터내셔널이라는 소기업으로 출발했다. 1983년 웅진출판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한 뒤 1989년 한국코웨이를 설립해 교육출판에서 생활환경가전으로 무대를 넓혔다.

웅진그룹의 한국코웨이는 1991년 '코웨이 정수기' 첫 생산에 들어가면서 정수기업계의 선두주자로 나섰다. 이듬해 지금의 웅진코웨이로 사명을 바꾸고 자사 환경기술연구소를 설립하면서 도약기에 접어들었다.



1990년대 후반기는 웅진코웨이의 전성기나 다름없었다. 웅진코웨이가 1996년 세계 3대 국제 발명전을 동시에 석권했고 아시아 최초로 미국위생협회(NSF)에서 품질 인증을 획득했다. 1997년에는 웅진코웨이가 비데를 출시해 국내에 '비데 설치'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웅진그룹은 성장을 거듭했다. 2002년에는 웅진코웨이 렌탈 고객이 100만명을 돌파해 국내 정수기업계 1위의 면모를 자랑했다. 식품 사업 역시 대표 음료 '초록매실'과 '아침햇살'을 앞세우며 뻗어 나갔다.

2006년에는 웅진에너지를 설립해 태양광 사업까지 뛰어 들었다. 웅진그룹은 건설레저, 금융까지 사업을 뻗어가며 성공신화를 썼다.


◇극동건설 회생 위한 자금 투입, 너무 벅찼나
윤 회장은 지난 2010년 웅진그룹 30주년 창립기념식에서 "지난 30년간 우리는 많은 것을 이뤘지만 앞으로 가야 할 목표는 아직 멀고 높다"고 말했다. 당시 윤 회장은 "기업은 끊임없이 성장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며 "웅진의 장기적 목표는 '지속가능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이 '지속가능기업'의 포부를 밝힌 지 불과 2년 만에 웅진그룹은 기업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 2007년 8월 론스타로부터 극동건설을 인수하면서 웅진홀딩스가 유동성 위기를 겪은 탓이다.

웅진홀딩스는 극동건설 인수 이후 현재까지 극동건설의 회생을 위해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인수대금 6600억원에 웅진홀딩스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1000억 원을 포함, 추가 4400억원 등 1조 1000억원을 직접 투입했지만 건설경기침체로 회생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2월부터는 핵심 계열사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해 극동건설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MBK와 작업이 원활치 못해 웅진코웨이 매각도 중단된 상태다.

웅진홀딩스 고위 관계자는 "웅진홀딩스는 극동건설로 인한 채권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 회생 절차를 밟는 것"이라며 "우량 자산의 지속적 매각 추진과 철저한 비용 절감을 통해 채권자 보호와 기업 회생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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