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웅진, '공중분해'인가 '재건 승부수'인가

더벨 문병선 기자 2012.09.2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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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건설-웅진홀딩스 동시 법정관리 신청..지주회사 기능 무너질수도

더벨|이 기사는 09월26일(18:12)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웅진그룹이 지주회사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초유의 결단을 내렸다.



지주회사 법정관리 사례는 전무후무하다는 점에서 채권단은 물론 금융시장 전반의 이목이 집중된다. 경우에 따라 그룹이 해체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법정관리 과정에서 자산 매각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모를리 없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일각에서는 그룹을 버리는 게 아닌 그룹을 다시 재건하기 위한 묘수로 해석하기도 한다.



웅진그룹은 26일 극동건설과 함께 웅진홀딩스 (1,243원 ▼35 -2.74%)까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극동건설의 법정관리행은 예상돼 왔으나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한다고는 채권단은 물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해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극동건설의 법정관리에 대처하기 위해 채권내역을 정리하는 와중에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지주회사의 법정관리행은 그룹이 와해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법정관리의 절차를 이행하다 보면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보유 자산을 대거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웅진홀딩스의 보유 자산은 그룹 계열사 지분이 대부분이다. 올해 6월말 기준 2조2361억원의 자산(개별 재무제표 기준)을 갖고 있는데, 그 중 종속기업과 관계기업 투자 지분이 1조482억원 가량으로 절반에 육박한다. 부채가 1조3597억원에 달해 자산을 모두 팔아야 부채 상환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곧 그룹 계열사 지분을 모두 팔아야 웅진홀딩스의 부채상환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단순하게 말하면 그룹이 사실상 와해될 수 있다는 뜻이다. 법정관리는 기업마다 과정이 달라 딱히 뭐라고 단정할 수 없으나 그룹의 와해될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채권단 다른 관계자는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로 가고 코웨이를 매각하려 했고 에너지 기업(웅진에너지, 웅진폴리실리콘)은 사실상 적자가 쌓여 경영이 어려운 형태였다"며 "이런데다가 지주회사마저 법정관리에 갔다는 것은 사실상 그룹이 와해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 이전 상당수 경영진이 회사를 이탈한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 임원진이 바뀌었고 그룹 임원들 중 일부가 회사에서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략적 선택이었다면 큰 동요가 없겠지만 경영진 상당수도 동요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판단으로 보기가 애매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분석과 달리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그룹재건을 위해 이런 초유의 결단을 내렸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지주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그룹 지배권을 놓치는 상황에 빠질 가능성도 있으나 경우에 따라 채무를 탕감받고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상황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법정관리 절차는 오너의 지배권을 인정해주는 식으로 제도가 바뀌어 왔다. 윤석금 회장 입장에서는 더 나빠질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극동건설과 홀딩스를 묶어 법정관리에 넣고 채무동결 시켜 놓은 상황에서 웅진코웨이를 발판삼아 처음부터 다시 재기를 모색하겠다는 뜻도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그룹 부실화의 주된 이유였던 극동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연대보증 의무나 자금확약 의무 등을 가지고 있는 웅진홀딩스는 계속해서 자금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웅진홀딩스도 함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이런 압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웅진그룹은 지주회사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를 결정하면서 동시에 MBK파트너스로 매각키로 한 웅진코웨이 매각을 취소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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