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주택대출 연체자', 4.5만 가구 구제된다

머니투데이 오상헌 김유경 배규민 기자 2012.09.24 04:45
글자크기

당국, 하우스푸어 지원대상 '주담대 연체자'...은행별 채무재조정 구제 나설듯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연체자를 '하우스푸어'로 규정한 것은 구제 대상을 명확히 해야 맞춤형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불명확한 개념과 정치권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과의 결합으로 인해 하우스푸어 구제 논의가 중구난방 식으로 전개돼 온 게 사실이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빚 상환을 못하고 있는 연체자 중심으로 구제 대상을 명확히 하고 실태파악을 마무리한 후 은행업계 주도의 채무재조정 지원을 독려할 계획이다.

◇당국 "하우스푸어 구제대상 4만5천가구"= 금융당국이 하우스푸어 구제 대상 가이드라인으로 꼽은 건 LTV(주택담보인정비율) 80%와 DTI(총부채상환비율) 40%다. 현재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70%대 초반에 그치고 있다. 요컨대, LTV가 80%를 넘어가면 경매에 넘겨도 대출금을 못 건지는 '깡통주택'이란 뜻이다. DTI가 40% 이상이면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빚 갚는데 쓴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추산하는 LTV 80% 초과 대출 가구는 18만5000개, DTI 40% 초과 대출은 70만 가구다. 두 가지를 동시에 초과하는 가구 수는 7만 개다. 여기에 더 중요한 기준이 있다. 바로 '연체' 여부다. 당장 원리금을 못 갚을 만큼 어려워야 하우스푸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현재 당국이 파악한 주택담보대출 연체자는 4만5000가구(대출금 기준 4조5000억원)다. 당국은 LTV와 DTI 기준을 초과하면서 연체 중인 가구를 엄밀한 의미의 '하우스푸어'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LTV와 DTI를 초과하지 않았더라도 연체가 시작됐다면 '하우스푸어'로 분류할 가능성이 크다. 최대 4만5000가구가 구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석동 "정부개입 안해", 은행별로 구제= 금융당국은 부동산 시장과 가계 채무상환능력 악화 징조가 뚜렷해 어떤 식으로든 하우스푸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버블세븐지역(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용인 평촌)은 지난 8월 경매낙찰가율이 71%까지 떨어졌다. 감정가 10억 원짜리 집이 경매에서 7억 원 수준에 낙찰된다는 얘기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77.8%)보다 낮다. 그나마 경매진행건수 대비 낙찰률은 고작 24.1%에 불과하다.

주택 거래도 뚝 끊겨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2% 급감했다.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지면서 지난 2010년 월 평균 4000건 수준이던 법원 개인회생 신청건수도 올 들어 월 평균 7500건 정도로 뛰었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하우스푸어를 구제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개입할 만큼 극단적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연체율 수준이 관리 가능하고 집값 하락폭도 경기침체에 빠진 유럽처럼 크지 않다는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지난 21일 정부 개입과 은행권 공동 대책 마련에 대한 반대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공동 대응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개별 은행이 대책을 마련해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일단 주택담보대출자에게도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을 적용하는 등 개별은행이 하우스푸어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 대형 시중은행 부행장은 "은행권 공동 트러스트앤리스백 등은 법적 제약이나 막대한 재원 등 걸림돌이 많다"며 "프리워크아웃 등의 채무재조정 제도를 활용하면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시중은행 임원도 "개별은행들이 일단 맞춤형으로 처방을 할 필요가 있다"며 "연체가 되더라도 경매를 유예하고 대출 상환 방법을 바꿔주는 방향으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