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하우스푸어 구제대상 4만5천가구"= 금융당국이 하우스푸어 구제 대상 가이드라인으로 꼽은 건 LTV(주택담보인정비율) 80%와 DTI(총부채상환비율) 40%다. 현재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70%대 초반에 그치고 있다. 요컨대, LTV가 80%를 넘어가면 경매에 넘겨도 대출금을 못 건지는 '깡통주택'이란 뜻이다. DTI가 40% 이상이면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빚 갚는데 쓴다는 얘기다.
현재 당국이 파악한 주택담보대출 연체자는 4만5000가구(대출금 기준 4조5000억원)다. 당국은 LTV와 DTI 기준을 초과하면서 연체 중인 가구를 엄밀한 의미의 '하우스푸어'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LTV와 DTI를 초과하지 않았더라도 연체가 시작됐다면 '하우스푸어'로 분류할 가능성이 크다. 최대 4만5000가구가 구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얘기다.
버블세븐지역(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용인 평촌)은 지난 8월 경매낙찰가율이 71%까지 떨어졌다. 감정가 10억 원짜리 집이 경매에서 7억 원 수준에 낙찰된다는 얘기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77.8%)보다 낮다. 그나마 경매진행건수 대비 낙찰률은 고작 24.1%에 불과하다.
주택 거래도 뚝 끊겨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2% 급감했다.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지면서 지난 2010년 월 평균 4000건 수준이던 법원 개인회생 신청건수도 올 들어 월 평균 7500건 정도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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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그러나 하우스푸어를 구제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개입할 만큼 극단적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연체율 수준이 관리 가능하고 집값 하락폭도 경기침체에 빠진 유럽처럼 크지 않다는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지난 21일 정부 개입과 은행권 공동 대책 마련에 대한 반대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공동 대응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개별 은행이 대책을 마련해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일단 주택담보대출자에게도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을 적용하는 등 개별은행이 하우스푸어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 대형 시중은행 부행장은 "은행권 공동 트러스트앤리스백 등은 법적 제약이나 막대한 재원 등 걸림돌이 많다"며 "프리워크아웃 등의 채무재조정 제도를 활용하면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시중은행 임원도 "개별은행들이 일단 맞춤형으로 처방을 할 필요가 있다"며 "연체가 되더라도 경매를 유예하고 대출 상환 방법을 바꿔주는 방향으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