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하우스푸어' 지원대상 4.5만가구

머니투데이 박재범, 박종진 기자 2012.09.24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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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 80%·DTI 40% 상회 가구 '7만'…주담대 연체액 4.5조원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연체자 중심으로 최대 4만5000가구를 '하우스 푸어'로 규정하고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하우스 푸어' 대상을 명확히 해야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피할 수 있는데다 정책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은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가치인정비율(LTV), 연체율 등을 주요 기준으로 삼고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은행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집값하락으로 LTV가 80% 넘게 치솟은 동시에 DTI가 40% 위로 올라간 차주는 총 7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즉 이들 7만여 가구는 매매가 대비 대출금 비율이 80%를 넘은 '깡통주택'을 보유하면서 빚 갚는 데만 소득의 40% 이상을 쓰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LTV 80% 이상이면서 DTI도 40%를 넘는 7만여명 중 현재 연체 상태인 대출자들을 추리고 있다"며 "이들이 하우스 푸어 대책의 우선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금융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연체자 수는 4만5000여명이다. 가구당 연체액은 평균 1억여원, 총 연체액은 4조5000억원이다. 따라서 연체자 4만5000여명과 LTV 80%·DTI 40%를 동시에 넘어선 7만여명의 '교집합'(두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대출자)이 1차 지원 대상이다.

하지만 지원 대상은 연체자 전체로 확대될 수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꼭 LTV나 DTI 비율이 일정 기준을 넘지 않아도 형편이 어려워 빚을 못 갚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현재 시점에서 연체를 빚을 정도로 사정이 어려워졌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한 시중은행 창구 전경.↑ 한 시중은행 창구 전경.


이처럼 금융당국은 앞으로 추진할 하우스 푸어 대책의 지원 대상을 기본적으로 연체자로 한정할 계획이다. LTV나 DTI 비율이 높다하더라도 담보로 잡히지 않은 다른 자산이나 소득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집 없는 사람과의 형평성 시비 등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실제 연체가 발생한 대출자로 지원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금융당국은 특히 시장상황과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고 보고, 관련 대책을 준비 중이다. 실제 8월 말 기준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72.4%로 전달보다 2.9%포인트 하락했다. 전국 아파트 거래량도 올 들어 35.9%나 급락했다.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지면서 법원 개인회생 신청 건수도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2% 급증했다.


금융당국은 다만 하우스 푸어 대상에 대한 획일적 대책보다 은행별 맞춤형 자율 대책을 지도할 방침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정부 개입이나 재정투입을 전제로 하는 은행권 공동 대응 방안을 반대하고 있는 만큼 당장 '종합' 대책을 만들긴 어렵다는 현실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체자 의 재정상태 등은 개별 은행이 더 정확히 알고 있다"며 "프리워크아웃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먼저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그러나 "어차피 은행별 프로그램을 가동해도 실무적·기술적 가이드라인은 금융당국이 제시할 수밖에 없다"며 "자연스레 공동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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