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개표방송 중계도 아니고 ‘해설위원’들까지 나와 실시간으로 팀 쿡 등의 발언을 라이브로 중계한다. 시청자 전화도 받고, 실시간 폴도 진행한다.
발표 직후에는 온갖 매체와 블로그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다. 한쪽은 ‘아이폰이 지루해졌다’ ‘대약진이 없다’고 하고, 다른 쪽은 ‘혁명(revolution)도 시간이 흐르면 진화(evolution)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변화 그 자체를 위한 변화를 만들지 않았고, 분명 더 좋아졌다’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WSJ는 미국의 한 잡지정보네트워크를 인용하면서 스티브 잡스를 잡지 커버에 등장시키면 그 전달호보다 25~45% 정도 더 많이 팔린다고 소개했다. 타임지가 지난해 11월 스티브 잡스를 기념하기 위한 커버스토리를 다루자 판매량이 평소의 2배에 달했다. 또 ‘9to5Mac’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세스 웨인트라우브는 웹 개발자로 일할 때보다 블로그에 애플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훨씬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이 정도면 아이폰은 참 잘 만든 제품 정도가 아니라, 엄청나게 사랑 받는 제품이다. 기술력이나 기능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아우라’(aura)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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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한 인사는 아이폰만의 ‘유저 익스피어리언스(사용자경험·UX)’때문이라며 이런 얘기를 들려주었다.
한때 모토로라 CEO가 “아이폰을 능가하는 스마트폰을 만들라”며 엔지니어들을 재촉한 적이 있었다. 이 결과 나온 스마트폰은 기술적인 스펙에 관한 한 아이폰 못지 않았고, 오히려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외면했다. 왜냐? 스티브 잡스는 디자이너들에게 먼저 숙제를 주었던 반면, 모토로라는 엔지니어들을 다그쳤기 때문이라는 것. 잡스는 UX를 먼저 고민하고, 엔지니어들이 거기에 맞춰서 제품을 만들도록 했다는 얘기이다. 그러니 어떻게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냐는 것.
그런데 기자가 보기에는 하나 더 있는 것 같다. 바로 누가 제품을 판매하냐는 것.
아이폰의 세일즈맨은 모바일 기기를 파는 가게 점원이 아니라, 스티브 잡스였고, 팀 쿡이었다. 사람들은 청바지와 검정 터틀넥을 입은 잡스와 쿡에게 아이폰을 샀지, 점원들에게 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스타 CEO가 스마트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스마트폰을 들고 당신들이 왜 사야 하는지 설득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문화현상이었다.
스마트폰이든, 다른 그 무엇이든 그것이 베스트셀러가 되려면 디바이스만 팔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 디바이스가 만들어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를 팔아야 한다. 그 디바이스 특유의 카리스마를 만들고 그 카리스마를 팔아야 하며, 아우라를 만들고 그 아우라를 팔아야 한다. 문화를 만들고, 그 문화를 팔아야 한다. 그러려면 CEO가 베스트셀러가 돼야 하고, 그 CEO가 직접 팔아야 한다. 그래야 잘 만든 제품을 넘어 사랑 받는 제품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도 꽤 많은 사람들이 갤럭시S3와 다음 달 나올 갤럭시 노트2가 어떻게 보면 아이폰보다 더 잘 만든 제품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아이폰5의 디스플레이가 커진 것도 어떻게 보면 갤럭시를 따라 한 것 아닌가. 이젠 더 사랑 받는 제품으로 변신할 차례이다. 그리고 가게 점원이 아니라 갤럭시를 대표하는 누군가의 스마트한 카리스마로 세일즈를 시도해볼 차례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