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덫' 부동산 PF 대안은…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12.09.1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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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설 미래를 묻는다<8-2. 끝>]단계별 파이낸싱기법 필요

'부실 덫' 부동산 PF 대안은…


[글싣는 순서]
⑴해외시장으로 등떠밀리는 건설사들
⑵해외시장 '정부·新동력' 있어야 롱런
⑶국내시장 '건설투자 축소'에 직격탄
⑷경제성장 못 따라가는 'SOC인프라'
⑸'레드오션' 공공시장에 몰락한 건설사
⑹'천덕꾸러기 된 주택사업 새 기회 없나
⑺건설산업 살리는 '구조조정'이 답이다
⑻'부실 늪' 부동산PF 대안을 찾아라


#사례1. 중견건설기업 A사는 수도권 주택사업을 조기 추진키로 했다. 사업을 포기하면 토지비와 금융비를 포함해 400억원대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분양가를 낮춰 계약률을 높이면 손실규모를 50억원 이내로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례2. 대형건설기업 B사는 서울시내에서 주거·상업·업무시설이 혼재된 복합개발사업 인·허가를 앞두고 상업시설과 오피스는 선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자산 선매각을 통해 PF(프로젝트파이낸싱) 규모를 줄이고 사업리스크도 낮추기 위해서다. 입지가 좋아 일부 유통사와 리츠(부동산투자회사)가 관심을 기울이는 게 위안거리다.

 부동산경기 침체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PF시장이 위축되면서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난 현상들이다. 기존 부실 PF사업을 해결할 묘수가 떠오르지 않자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사업을 최대한 빨리 완료하거나 자산 선매각을 통해 활로를 찾는 것이다.



 일부 금융권도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일부 PF사업에 대출해주고 에쿼티(Equity) 투자, 갭펀드(Gapfund) 등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종전 부동산 PF대출이 정착된 시장에서 새로운 시도가 대세가 되지 못하고 있어 시장 활성화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기존 PF사업 빨리 털고 보자"
 부동산PF의 가장 큰 숙제는 기존 부실사업장 해결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부실 PF사업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이미 토지매입용 브릿지론과 부동산 PF대출이 이뤄졌지만 사업이 지연되거나 시행사·건설사 부실로 문제사업장이 된 곳들이다.

↑평촌 '오비즈타워' 조감도.↑평촌 '오비즈타워' 조감도.
 A사처럼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고 있지만 사업을 포기하자니 토지계약금과 금융비용이 수백 억원에 달해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최근 지방 분양시장이 일시적 호황을 누리고 수도권도 분양가 경쟁력이 있으면 계약이 잘이뤄지자 일부 건설사가 분양가를 낮춰 계약률을 높이고 손실을 최소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윤 극대화'에서 '손실 최소화'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종전까지 분양가 산정 때 인근 최고시세를 기준으로 하던 것을 리스크 관리가 강화된 후 인근 최저시세로 바꾸면서 분양이 비교적 잘됐다"며 "은행이나 건설사 모두 손실을 최소화해 사업을 빨리 털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말했다.

↑판교 '알파돔시티' 조감도.↑판교 '알파돔시티' 조감도.
 자산 선매각도 PF대출 규모를 줄이고 부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주로 주거·상업·업무시설이 혼재된 복합개발사업에서 자산 선매각이 성사되고 있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판교 알파돔시티,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서울 도심 오피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선매각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만큼 매입주체들이 사업성을 높게 본다는 것으로, 최근 오피스시장 매물 부족과 상업시설에 대한 유통기업들의 공격적인 매수성향 때문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자산 선매각이 가능해지면 매각대금으로 토지대금을 갚거나 전체적인 PF대출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사업은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사업을 얼마나 빨리 종료하느냐가 관건이고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은 자산 선매각을 통해 자금 순환에 숨통을 틔우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부실 덫' 부동산 PF 대안은…
 ◇"PF대출 대안찾기 어렵네"
 부실 PF사업장이 눈에 띄게 줄지 않는 데다 신규사업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로 신규 PF대출이 중단되다시피 하면서 부동산금융시장에서는 PF대출 대안찾기가 한창이다.

 일부 금융기관은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특정 사업에 자금을 제공한다. 서울 여의도 센터원이 대표적 사례다. 블라인드펀드는 투자자부터 모집한 뒤 우량 투자대상이 확보되면 투자하는 펀드로 시장 변화에 대처가 빠른 점이 장점이다.

 최근에는 시공사 보증 없이 금융권이 개발사업 비용과 분양 리스크를 책임지고 건설사는 시공만 맡는 갭펀드도 출시됐다.

 일부 금융기관의 경우 펀드에 에쿼티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미분양아파트 발생시 금융기관이 매입하거나 건설사의 책임준공에 대해서도 일부 요건을 완화해주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이 PF대출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금융기관도 직접 투자하고 리스크를 줄이는데 일정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시공사가 모든 신용을 커버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게 중론이고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 PF대출시장의 규모가 워낙 컸던 탓에 최근 변화는 대세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시도되는 새로운 부동산금융 기법의 경우 사업성이 비교적 높은 프로젝트에만 집중되는 것도 대세론이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다.

 2010년 기준 국내 아파트개발사업의 평균 단지규모는 750가구. 1000가구 이상 대단지도 25%에 달하고 대형 개발사업은 수조원에 육박한다. 금융시장이 외국에 비해 선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규모만 크다보니 건설사나 금융기관, 발주기관 모두 리스크를 관리할 역량이 없었다. 결국 PF대출이라는 비정상적인 부동산금융시장이 정착됐다는 것이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로선 단계개발을 통해 규모를 줄이고 단계별 파이낸싱 기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처럼 토지매입단계 '브릿지론', 건설단계 '컨스트럭션론', 소비자금융단계 '모기지론'으로 파이낸싱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으며 여기에 맞춰 차별화된 금융상품·기법을 만들고 판매·유통방식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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