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물부족 국가의 혁신적인 적응전략"

머니투데이 유영호 기자 2012.09.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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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폴 라이터 국제물협회 사무총장 "세계적 화두인 '빗물 재사용' 선도사례"

"4대강 사업, 물부족 국가의 혁신적인 적응전략"


"한국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깨끗한 수자원을 안정적이고 풍부하게 확보하는 혁신적인 적응 전략이자 기후변화 대응 전략이다."

폴 라이터 국제물협회(IWA) 사무총장(사진)은 10일 머니투데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세계는 최근 물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빗물 재사용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 같이 평가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은 본질적으로 강수량이 많은 시기에 물을 저장하고 부족할 때 사용하자는 취지라는 점에서 빗물 재사용 흐름과 일치 한다"면서 4대강 사업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라이터 사무총장은 30년간 물 문제를 연구해 온 세계적 전문가다. 지난 2002년부터 10년째 세계 최대의 물 전문가그룹인 IWA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그는 부산 벡스코에서 16일부터 엿새간 열리는 '2012 IWA 세계물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번 주에 방한할 계획이다.



라이터 사무총장은 한국이 물 관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여건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구조적 단점 때문에 물 관리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지리적으로 태평양 태풍의 영향권에 위치해 있어 물 관리에 매우 취약한 여건"이라면서 "그런데도 인구 1000만 명의 복잡한 도시인 서울이 36시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에 강수량 1미터에 맞닥뜨려도 큰 피해 없이 대처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고 밝혔다.

라이터 사무총장은 "태풍과 홍수로 인한 빈번한 피해가 한국 정부에게 물 관리에 한발 앞선 관심을 갖는 계기로 작용했다"며 "이런 경험이 한국이 미래 물시장의 리더로 자리매김하는데 특별한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국이 세계에서 4번째로 고도물처리용 분리막 개발에 성공한 것을 언급하며 "세계 수준의 연구개발(R&D) 능력이 한국을 물 산업 분야의 세계적인 리더로 부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물부족 국가의 혁신적인 적응전략"
하지만 한국의 국가적 '물 빈곤' 문제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라이터 사무총장은 "한국의 1인당 도시 물 소비량은 하루 평균 300리터로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보다 높은 편"이라며 "특히 한국처럼 홍수 직후 상대적 또는 절대적인 물 부족을 경험하는 곳에서는 시민들에게 책임감 있는 물 사용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IWA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수자원량은 세계 147개국 가운데 117위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 OECD가 지난 3월 발표한 '환경전망 2050' 보고서에서 34개 회원국 중 '물 스트레스'가 가장 높고 '물 수지'가 가장 위험한 국가로 분류됐다.

한편 라이터 사무총장은 "세계적으로 볼 때 물은 그 가치에 비해 비효율적인 사용으로 금이나 다이아몬드에 비해 훨씬 더 큰 규모로 부족해지고 있다"면서 '블루골드'라 불리는 물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세계경제가 발전을 거듭하는 한 물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가 먹을 수 있거나 산업용수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물 부족에 준비할 수밖에 없다"면서 "앞으로 물 문제에 대처하는 능력이 곧 국가경쟁력까지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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