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SW 라이선스 분쟁 막으려면

머니투데이 김은현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회장 2012.09.06 05:02
글자크기
[기고]SW 라이선스 분쟁 막으려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발효된 지 5개월이 지났다.

FTA 발효 초기에는 해외 SW(소프트웨어) 회사들이 한국에 ‘소송태풍’을 몰고 오고, 법률시장 개방으로 인해 해외 로펌들이 저작권 관리에 미흡한 국내 회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남발할 것이란 우려도 많았다.

이런 줄소송이 국가간 무역분쟁으로 이어질 것이란 염려도 나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SW 불법사용과 관련해 통상협정 위반이 된다거나 상계관세 등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우려는 현실화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근 글로벌 SW 회사들이 정부 부처와 기업들을 상대로 ‘SW불법 사용’ 문제를 거론하며 추가 구매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에 대해 갑작스럽게 추가구매를 요구하는 게 무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FTA를 방패삼아 악용하는 저작권사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부만의 문제로 저작권사 전체를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는 없다. 오히려 SW업계는 물론 IT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 동안 많은 기업과 기관들이 SW 예산 부족을 핑계로 실제 필요한 것보다 적은 수량으로 라이선스를 계약한 뒤 초과해서 이를 사용해 왔다. 기업과 기관의 경영진들은 ‘그럴 리 없다’고 하겠지만, 현장 실무담당자들은 ‘한정된 예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외산 SW의 저작권 분쟁이 수면위로 올라온 것은 기관과 기업이 그동안 불법 SW 사용을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과 기관이 ‘똑똑한 소비자’로서 대처하고 협상하려는 의지와 준비만 됐다면 지금의 리스크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문제였던 것이다.

FTA 발효 이후 협정문대로 지난 6월 중앙 정부기관 및 지자체, 산하기관을 망라하는 공공 부문에는 ‘SW관리와 정품사용 의무화’를 담은 대통령 훈령이 내려졌다. 공공 부문의 정품 사용 환경 정착을 위한 시스템 도입인 만큼, 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업계에서는 그간 정부가 3000여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해 온 SW 사용 현황 실태 조사 결과에 대해 갸우뚱한다. 대부분의 실태 조사가 자체 조사를 취합한 결과인 만큼, 신뢰도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향후 신뢰할 수 있는 외부 기관이나 단체의 조사 동행이나 참관 정도만 이뤄져도 신뢰도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공공부문의 정품 사용 환경 개선을 위해 선행돼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바로 ‘예산’이다. 무리한 라이선스 계약 요구, 조달 단가에 맞추기 위한 사용자 수의 무리한 확대 요구와 같은 문제는 공공기관의 저작권 위반 위험에 노출시키는 근본 원인이다. 이를 방지하려면 구매 및 유지 보수 예산을 적정 수준으로 책정하는 법률 또는 규정의 신설이 절실하다. 아울러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SW구매 예산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조직과 전문가 도입도 필요하다.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여줄 것이다.

끝으로 이 같은 변화 움직임이 잠시 소나기나 피하자는 식의 땜질 처방이나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의무화될 필요가 있다. 훈령을 뼈대로 한 법률 제정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민간 기업 등에서 적극 도입하고 있는 SW자산관리 솔루션 도입 의무화, 컨설팅 또는 내외부 감사를 정기화하는 방안도 고려할만 하다. 무엇보다 정부나 공공기관 내부에 SW저작권 전문가를 적극 양성, 조직의 리스크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된다.

SW는 경영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자산인만큼 계속해서 관리돼야 한다. 사용자는 이를 통해 경영 리스크를 줄이고, 효율적 사용 방안을 지속 발전시킬 수 있다. SW는 비용이라는 생각 대신, 효율적인 구매와 관리를 통해 조직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