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한전 사장 교체?유임? 깊어진 정부의 고민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정진우 기자 2012.09.0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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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內 "교체 불가피" 기류 강해… '절차상 난관·정치적 부담' 고민

김중겸 한국전력 사장 해임설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해임설 진원지인 청와대와 지식경제부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정부 내부에서는 김 사장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하기 때문이다.

김중겸 한전 사장 교체?유임? 깊어진 정부의 고민


청와대에 김 사장 해임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 지식경제부는 4일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밝혔고, 청와대 역시 "지경부로부터 해임건의가 없었을 뿐 아니라 교체하자는 분위기도 아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당사자인 김 사장은 아무런 반응 없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기자들의 전화도 피하고 있다.

김 사장은 한전 사장에 내정되면서부터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인물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에 TK(경북 상주) 출신인 데다 현대건설에서 이 대통령과 함께 근무했던 인연 때문이다.



'MB 인맥'으로 분류되는 김 사장에 대한 해임설이 나온 것은 자초한 면이 크다는 게 정부 안팎의 분위기다. 전기요금 인상을 놓고 정부와 공개적으로 대립한데다 전력거래소를 상대로 4조400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추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정부가 김 사장 교체 카드를 검토한 결정적 원인은 '아랍에미레이트(UAE) 원자력발전소 수출 사업'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수출은 이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먹거리로 직접 챙겨왔지만 김 사장이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수주한 UAE 원전 수출이 김 사장의 소극적인 대처로 무산될 뻔한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정부와의 갈등까지 겹치면서 "김 사장이 아직 자신을 민간기업 사장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문제는 김 사장 교체가 생각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본인이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 이상 해임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정부에 맞섰다'는 이유만으로 해임할 수 없고, 정권 말에 새로운 사장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전 사장은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어 후보를 결정하면 주주총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밟는다. 경질할 때도 공운위의 해임 건의를 거쳐야 한다.



한 달에 한번 열리는 공운위를 감안하면 해임 절차에 최소 1개월, 후임 사장 인선에 2개월 등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전력대란 등 산적한 현안이 있는 국내 최대 공기업의 수장 자리를 수개월간 공석으로 비워 둬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게다가 김 사장이 자진사퇴를 거부하고 정부에 맞설 경우 정부가 감수해야 할 정치적 부담도 크다. 일각에서는 김 사장이 전기요금 현실화 등 누구도 총대 메기 쉽지 않은 일을 힘 있는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답게 과감히 추진했을 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공기업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큰소리치면 공기업은 좋은 일이든 싫은 일이든 찍소리 못하고 해야만 한다"며 "정부도 잘못 판단할 수 있는 부문을 소신을 갖고 지적할 공기업 사장이 얼마나 있겠냐"고 반문했다.



정부가 김 사장의 경질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실제 교체로 이어질지 예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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