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확률이 절반인 범죄, 아동성범죄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12.09.0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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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은 죄목 추가로 "무기형 가능"… "합의시 집유 가능한 법 문제" 지적 나와

전남 나주 여자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의 범인 고종석(24)이 2일 오후 2시30분께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광주지방법원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2012.9.2/뉴스1전남 나주 여자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의 범인 고종석(24)이 2일 오후 2시30분께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광주지방법원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2012.9.2/뉴스1


"16세 미만 성범죄 = 30년 이상 징역 또는 무기징역(성범죄 가중 양형기준, 미국)"
"13세 미만 대상 강간·강제추행 = 무기징역(2003년 제정된 성범죄법, 영국)"
"피해자와 합의나 공탁은 양형에 반영하지 않음 = 일본, 영국, 프랑스)"

성범죄에 대한 주요 선진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보다 더 엄격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16세 미만 성범죄자에 대해 미국은 30년 이상 징역형이나 무기징역형을 선고한다.



영국의 경우 2003년 제정된 성범죄법에 따라 13세 미만 성범죄에 대해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피해자와 합의를 실형 선고의 중요 기준으로 삼는 우리나라와 달리 합의나 공탁은 양형에 반영치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선 2008년 나영이(당시 8·가명)를 성폭행해 영구장애를 입힌 조두순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해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에 시달렸다. 이후 아동·장애인 대상 성범죄 양형이 세 차례 상향 조절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아동 대상 강제추행 기본형은 종전에는 징역 3년~6년이었지만 4년~7년으로 늘었다. 아동 강간 기본형은 과거 기본형 징역 7년~10년에서 8년~12년으로 늘어났다. 가중요인이 있을 경우에는 최장 징역 15년형이다.

초등학생을 이불째 싸안고 가 다리 밑에서 성폭행한 고종석(23)의 경우는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강간 등 살인미수, 강간 등 상해 등의 죄목이 추가, 무기징역형이 가능하다고 법조인들은 입을 모은다.

형량은 예전보다 강화됐지만 합의를 통한 집행유예 선고 관행에 대해서는 법원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성범죄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비율은 2010년 전체 482명 중 199명으로 41.3%였지만 지난해에는 48.1%(468명 중 225명)로 오히려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31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형사법관포럼에서는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면 집행유예가 원칙이 되는 경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포럼에서 한 법관은 "합의 여부가 성범죄자 양형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에 대해 일반 국민과 전문가 그룹 간 인식 차이가 크다"며 "합의나 공탁을 형량이나 신병처리의 결정적 요소로 고려하는 것을 지양해야 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참석한 법관들은 성폭력 범죄 양형에 대해 피해자가 입는 고통의 정도, 금전으로 완전한 피해 회복이 어려운 범죄 속성, 친고죄 규정의 전면 폐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 등을 고려해 합의나 공탁을 성범죄 양형이나 집행유예의 결정적 사유로 고려하는 데 극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정치권도 아동성범죄에 대해 엄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3일 라디오연설에서 "전자발찌의 실효성을 높여가는 한편 그것만으로 부족하면 약물치료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대책을 적극 검토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성폭력 범죄는 재범 가능성이 높아 적극적으로 성범죄자 신상공개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법 감정은 범인의 얼굴 공개, 사회적 격리, 화학적 거세 등 확실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며 "사법부도 각성하고 의지를 확실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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