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 젊은층 '에너지음료 열풍' 괜찮을까?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2012.09.0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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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각성효과 강한 고카페인 음료 매출 10배 증가

밤샘작업에 열중이던 여직원은 피곤해 보인다는 말에 립밤 대신 딱풀을 입술에 바른다. 자신을 찾는 상사의 전화를 받던 남성은 급한 마음에 방금 ATM기에서 인출한 현금을 영수증 파쇄기에 집어넣어 버린다. 그야말로 '멘붕' 상황. 바쁜 청춘들의 일상을 통해 "청춘차렷!"을 외치는 에너지음료 '핫식스' 광고다.

롯데칠성음료의 '핫식스', 동서음료의 '레드불', 코카콜라의 '번인스테인'.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에너지음료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그러나 높아진 인기만큼이나 에너지음료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현재 국내 에너지음료시장은 300억원 규모. 지난해 1월 2억5000만원어치가 판매됐으나 올해 2월에는 30억원으로 1년만에 무려 10배 이상 늘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에너지음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926.6% 증가했다.

매출 분석결과를 보면 에너지음료 구매자의 41%는 20대, 23%는 10대, 21%는 30대에 집중돼 있다. 대학생 사이에 '각성효과'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대학가 인근 편의점에서의 판매량이 시험이 집중된 6월에만 전년대비 1315%나 뛰어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최근에는 대학 수능시험을 앞둔 고등학생들도 하루에 3~4잔씩 에너지음료를 섭취하는가 하면 술자리에서도 핫식스 등의 에너지음료를 섞은 '에너지 폭탄주'가 유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제품의 경우 일반 커피제품과 비교해 카페인 함량이 2배 정도 높다는 점.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승철 교수는 "국내에 판매 중인 에너지음료는 중추신경계에 자극을 줄 수 있다"며 "이를 습관적으로 섭취할 경우 두통이나 불안감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브레인신경과 이일근 원장은 "이 같은 음료는 습관성이 강해서 필요할 때 조금씩 마시다 보면 점차 복용량이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며 "특히 10대 수험생과 20대 젊은층의 에너지음료 열풍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들 제품의 국내 판매기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 중 습관적으로 에너지음료를 섭취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해당업체들은 최근의 열풍에 힘입어 오히려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을 강화하는 추세다. 핫식스처럼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광고로 인지도를 높이면서 젊은층의 수요에 맞춰 시험기간에 생산량과 유통을 늘려 품귀현상에 대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원장은 "미국에서는 이미 10대 수험생들의 습관적인 에너지음료 복용이 사회문제로 대두돼 최근에는 정치권에서도 제품판매 규제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오히려 반대로 젊은층을 타깃으로 업체들이 에너지음료 시장을 키우고 있는 중"이라고 꼬집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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