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만 바꾼 '한국형 편의점'?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2012.09.04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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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간판만 바꾼 CU의 독립선언

"현재 우리나라 편의점은 약 2만5000여개로 외형적 성장은 있었으나 점포형태와 운영방식이 20년 전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1세기 한국형 CVS의 독자모델 개발은 큰 의미를 갖습니다."

지난 6월 BGF리테일이 사명을 변경하고 CU브랜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홍석조 회장은 '한국형 CVS(편의점)'의 의미를 이렇게 강조했다. 일본 훼미리마트사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며 브랜드 차별화를 위해 21세기 한국형 편의점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겠다는 포부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편의점업계는 BGF리테일의 변신에 '빈 수레가 요란했다'는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BGF리테일에서 강조하는 CU의 한국형 CVS로의 변신이 간판만 바꿔 단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다.


사진_머니투데이 DB
 
◆한국형 편의점? 바뀐 건 간판뿐

훼미리마트가 CU로 본격적인 '변신'을 시작한 건 지난 8월1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광장점에서 홍석조 회장과 회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CU 1호점 개점식이 열렸다.



훼미리마트의 새로운 브랜드 CU는 'CVS for you'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날 BGF리테일 측은 CU라는 새로운 이름의 뜻에 걸맞게 "공급자 중심의 편의점 1.0세대를 벗어나 이용자 중심의 편의점 2.0시대로 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U는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50%가량 가맹점 교체작업이 진행된 상태다. 그러나 '한국형 CVS'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현재까지 교체작업이 진행된 가맹점의 경우 간판 외에는 기존과 큰 차이점이 느껴지지 않는다.

가맹점의 교체작업 진행과 관련한 질문에 가맹점주들은 "본사에서 일정을 알려온 뒤 간판을 교체하는 데는 몇시간도 걸리지 않았다"며 "그 이후로 매장 진열 등에서 별도의 공문을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입점 상품의 조정이나 매장 진열 변화, 인테리어 등에서 독자적인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는 BGF리테일 측의 발표 내용과는 상당히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BGF리테일 관계자는 "기존 7400여개 매장을 한번에 바꾼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장기계획으로 단계별 변경을 추진 중"이라며 "현재는 1단계로 간판변경 작업을 진행 중이며 10월에 마무리한 뒤 이후 2단계 인테리어 변경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업계 "새로울 것 없는데 뭐가 한국형?"

그러나 이 같은 BGF리테일 측의 설명에도 '한국형 독자모델'과는 어울리지 않는 변화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BGF리테일 측이 브랜드를 새롭게 교체한 것을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강조하고 있을 뿐 실제 새롭게 신규가맹점에 적용된 인테리어 등을 살펴봐도 기존 편의점과 차별점을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BGF리테일 측은 간판교체 작업과 더불어 신규가맹점의 경우 인테리어나 매장 진열 등 완성된 CU 독립모델을 적용 중이다. 그러나 BGF리테일 측은 현재 이 같은 한국형 CVS 모델이 적용된 신규 매장 개점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새로운 모델이 적용된 CU 1호점인 방이동 올림픽광장점을 대표로 살펴봤을 때 BGF리테일 측에서 가장 큰 변화로 꼽은 부분은 공간효율성 확대다. 진열대 하단에 수납 공간을 확보하고 고객휴게공간을 넓혔다. 입지에 따라 상품구성을 최적화하는 데 집중한 만큼 매장마다 상품 가짓수를 대폭 줄인 것도 달라진 점이다. 고객에게 상품 구매를 강요하는 전단지 부착 등도 최소화했다.

문제는 이 역시도 한국형 CVS의 특징이라고 보긴 어렵다. 이미 기존 편의점 업체가 해왔던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CU 1호점의 경우 고객 휴식공간을 강조했는데 실제 카페형 편의점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에서 소비자가 얼마나 큰 변화로 받아들일지 모르겠다"며 "1호점의 경우 공원 같은 입지조건을 반영해 통유리로 고객 휴식공간을 꾸몄다는데 그 전에도 원래 통유리 매장이었다고 하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국 브랜드든 국내 브랜드든 이미 한국에 편의점이 정착한지 20년이 넘은 상황에서 큰 변화를 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는 물류센터도 마찬가지"라며 "간판교체 외에 매장 인테리어까지 바꾸기 위해서는 투자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에 새로운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한국형'이라는 단어로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다"고 꼬집었다.

BGF리테일 측은 최근 강릉시 사천면 강릉과학산업단지 내에 오픈한 전용 통합물류센터를 두고 '한국형 물류시스템'이라고 소개했지만 이 역시도 배송시스템이나 공간 구성 등에서 기존과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 '한국형 CVS'라는 문구를 마케팅 전략으로만 삼고 있을 뿐 실질적인 매장 변화를 통한 독자모델 개발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뒤따르는 이유다.

 
사진_머니투데이 DB

◆알맹이 없는 '변신'…가맹점 이탈 잇따를까

이처럼 브랜드명 변경과 매장 교체 작업에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최근에는 가맹점주들이 BGF리테일을 상대로 단체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형 편의점을 앞세운 것과 비교해 실질적인 변화가 뒤따라주지 않는 상황에서 기존과 비교해 인지도가 낮은 CU로의 브랜드 교체는 가맹점주들에게 손해라는 주장이다.

지난 8월22일 훼미리마트 편의점 가맹점주 24명은 BGF리테일 측을 상대로 상호 변경에 따른 불이익에 대한 손해배상과 계약 해지를 주장하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한국형 CVS'로의 변신 한달째인 만큼 가맹점주의 이탈 움직임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하지만 CU가 다른 편의점과 비교해 확실한 차별화로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 같은 점주들의 이탈 움직임은 급속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BGF리테일 관계자는 "실질적인 변화가 미진한 상화에서 '한국형 편의점'이라는 용어를 마케팅 차원에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장기간 단계별로 교체작업이 추진되는 만큼 향후 가맹점주와 소비자들이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차별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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