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시판 문화 새판 짤까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이하늘 기자 2012.08.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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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실명제 폐지 따른 사이버 여론조작·악플 대책 '절실'…포털 책임론 '부각'

# 이달 초 트위터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기론되고 있는 특정 후보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해 교묘해 편집된 동영상이 무더기로 유포됐다. 비영리단체인 '나쁜계정 신고센터'의 확인결과, 이들 글들이 동일한 트윗을 동시에 RT(재전송)하기 위한 계정들이다. 특정 보스 계정의 트윗을 받아 단순 RT 용도로 쓰이는 좀비계정들로 추정된다는 것이 신고센터측 설명이다.

오는 12월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처럼 여론조작을 위한 인터넷 악용사례들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더욱이 인터넷실명제 위헌 판결로 그동안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해왔던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마저 폐기 처분되면서 '익명'에 숨은 흑색선전과 비방전이 속출하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기존 포털을 비롯한 인터넷 게시판 시스템이 전면 재정비되지 않으면 이같은 우려가 곧바로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판치는 '인터넷 여론 조작'…포털 '게시판'이 조작

사실 블로그, 기사댓글, 커뮤니티 등 인터넷 게시판은 특정 사안에 대한 이용자들의 여론을 확인할 수 있는 풍향계로 출발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 뉴스 게시판과 아고라 등 토론 사이트는 정치와 사회 특정 이슈에 대한 네티즌들이 반응을 알 수 있고, 쟁점 현안에 대한 서로의 의견과 판단들을 공유하고 토론하자는 취지로 개설됐던 것. 한때 '디지털 민주주의 혁명'으로까지 추앙받기도 했다.

인터넷 게시판 문화 새판 짤까


인터넷 게시판 문화 새판 짤까
인터넷 게시판 문화 새판 짤까
그러나 '선거 정국'을 뒤바꿀 정도로 포털 등의 인터넷 게시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에따른 부작용들도 속출해왔다. 공직자 선거철이면 흑색선전전이 난무하고, '댓글알바' 논란도 끊이지 않아왔다. 여기에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무차별 악성댓글 테러는 연예인 자살사건의 주된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정부가 인터넷 실명제, 선거운동 기간 실명인증 의무화 조치 등을 도입한 근본적인 원인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이같은 악성댓글, 여론조작 사례는 끊이지 않았다. 이는 헌재가 '위헌 판결'을 내린 사유로도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실명제 전환 이후에도 이같은 악성댓글, 여론조작이 지속될 수밖에 없었던 이면에는 포털의 책임도 적지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댓글 추천제 등 게시판 관련 자율 정화 시도도 없지 않았지만, 근본적으로 이용자 유입에만 맞춰진 포털의 서비스 구조 자체가 악성 인터넷 문화를 조장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것.

가령,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가 대표적이다. 이용자들이 자주 찾는 검색 키워드를 실시간으로 노출시킴으로써 '클릭'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다른 네티즌들이 현재 궁금해하는 관심사를 확인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이점도 있지만 여론 조작의 창구로 악용돼왔던 측면도 적지않다는 것.

실제 최근 '안철수 룸싸롱', '박근혜 콘돔' 같은 실체없는 키워드들이 네이버 실시간 검색순위 상단을 차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의 시스템이 얼마나 인위적 조작에 취약한 지 방증하고 있다.



제대로 된 역기능 방지대책 없이 이용자 콘텐츠 수급에만 초점을 맞췄던 포털들의 블로그, 카페 확장 사업으로 수많은 네티즌들이 저작권법 위반에 따른 범법자로 몰리기까지 했다.

◇게시판 시스템 개편 불가피…인터넷 윤리문화 활성화 '시급'

이번 헌재의 실명제 위헌 판결로 이제 공은 인터넷 기업으로 넘어왔다. 헌재는 실명인증 의무화한 것이 위헌으로 판단했다. 즉, 게시판 실명 인증을 폐지할 지 그대로 존속할 지에 대해서는 사업자 자율적 판단이라는 게 방통위의 해석이다.



이제 인터넷 기업들의 책임이 그만큼 무거워진 셈이다. 사이버 여론조작 및 악플, 저작권 위반사례 등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하는 것은 물론 피해 발생시 신속한 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는 자체 구제시스템도 대폭 강화해야한다는 주문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인터넷 기업들이 앞장서 건전한 토론문화가 정착될 수 있는 새로운 게시판 제도로 전환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령, 실명인증 기반의 게시판(청정 게시판)과 비실명 기반의 게시판을 별도로 분리해 운영하는 방안과 이용자들 스스로 악플과 조작풀을 정화할 수 있는 댓글 서비스를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도 이번 헌재의 '위헌' 판결에 따라 인터넷기업들의 자율규제를 활성화하는 한편, 명예훼손 분쟁처리 기능 등 피해자 구제책을 대폭 강화키로 했다.



손연기 서울시립대 교수(정보통신윤리학회장은)은 "실명제 폐지 이후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존중하되, 악의적인 사이버 테러 행위에 대한 처벌은 보다 엄격한 잣대가 요구된다"며 "사이버 테러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한편, 포털의 책임도 보다 강화돼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건전한 사이버 공간이 조성될 수 있도록 인터넷 윤리교육도 보다 활성화시킬 대책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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