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 폐지…명예훼손분쟁조정 유명무실해지나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2012.08.24 13:40
글자크기

명예훼손분쟁조정·이용자정보청구시 가해자 파악 힘들어…방통심의위 "보강 방안 검토"

인터넷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 위헌 결정으로 익명을 전제로 한 사이버 명예훼손이 기승을 부릴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명예훼손분쟁조정제도' 등 관련 제도가 유명무실해지는 것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관련 기관은 지난 23일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른 해당 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후속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실명제가 폐지됨에 따라 명예훼손 피해 당사자가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4일 밝혔다.

정보통신망법에 규정된 '명예훼손 분쟁조정제도'란 인터넷 게시글 등을 통해 명예훼손을 당한 피해자가 방통심의위에 직접 분쟁 조정을 신청하는 제도다.



피해 당사자가 직접 가해자의 이메일 주소 등 최소한의 정보를 알고 있어야 심의위에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분쟁 조정 성격상 양측 신원이 확인돼야 서로의 의견을 들어 화해시키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분쟁조정 신청이 접수되면 방통심의위 산하 명예훼손분쟁조정부에서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해 양측에 조정안을 제시해 실제 조정 작업에 들어간다.

지난해 연간 60여건, 월 평균 5건에 그쳤던 신청 건수는 최근 인터넷을 통한 의사표현이 늘면서 한달 10여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명예훼손분쟁조정제도의 전제는 피해자·가해자가 서로의 신원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위한 익명성 보장'이라는 헌재의 판단에는 반대될 수 밖 없는 제도"라며 "근본적 대안을 세우기 쉽지는 않지만 분쟁 조정 신청 요건을 더 완화하면서 심의위가 가해자 신원파악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심의위는 이미 지난 6월에 규칙을 개정해 가해자 이메일만 알려줘도 심의위가 중간에서 연락을 취해서 조정이 가능하도록 분쟁조정 신청요건을 완화한 바 있다.



인터넷실명제 폐지에 따라 가해자 신원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이용자정보청구제도'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이용자정보청구제도'란 사이버 게시글 등으로 인해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피해자)이 민·형사소송을 제기하려 하는 경우, 가해자에 대한 신원을 알려달라고 하는 제도다.

방통심의위 산하 명예훼손분쟁조정부가 가해자 신원정보 제공 여부를 결정해 청구를 받아들이면, 심의위는 포털 등 인터넷사업자로부터 정보(이름, 생년월일, 집주소)를 받아 청구인에게 제공한다. 지난해 200여건의 이용자정보청구가 들어왔고 이 중 절반 정도가 받아들여져 정보가 제공됐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인터넷실명제 폐지로 인터넷사업자가 회원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제공하기 어려워지는 경우에는 심의위가 이용자정보제공 결정을 해도 시행하기 어렵다"며 "관련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는 만큼 방통위와 협의해 보강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