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예방에서 상담·치유까지…기업이 나섰다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2012.08.23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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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학교폭력 추방' 앞장 선 기업들

촘촘한 네트워크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학교폭력 예방' 팸플릿을 나눠주며 홍보에 열심이다. TV 속 고추장 CF에서는 탤런트 신애라가 "순창의 이름으로 학교폭력 널 용서하지 않겠다"며 단호한 목소리로 선언한다.

학교폭력 해결에 기업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 학교폭력의 폐해가 깊어지면서 예방 홍보부터 비밀 상담까지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쉽고 가까운 '상담 창구', 기업이 나섰다

청소년들이 쉴새 없이 수다를 떠는 통로는 다름 아닌 휴대폰 메신저. 다음커뮤니케이션은 8월 말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마이피플'을 통해 학교폭력 상담을 오픈할 계획이다.



다음 (41,500원 ▲1,200 +2.98%)은 지난 7월26일 교육과학기술부, 국민은행, 열린의사회와 함께 '학교폭력 관련 학생 상담·치료지원을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학교폭력 관련 학생에 대한 상담과 치료지원을 통해 청소년들이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 공동협약기관들이 추진하는 민·관·기업협력 교육기부사업이라 할 수 있다.

모바일 콘텐츠를 전문으로 하는 다음은 이를 위해 자사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마이피플'에 상담 창구를 마련키로 한 것이다. 다음은 학교폭력 관련 학생상담 지원과 시스템 개발 및 운영, 사업 홍보, 상담정보 및 개인정보에 대한 보안관리를 담당한다.



그동안 학생들은 학교폭력 피해를 입더라도 보복이 두려워 교사와 부모에게 상담 요청을 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 따라서 마이피플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전문상담사와 함께 문제해결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다음은 프로그램 테스트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마이피플의 친구 추천에 '학교폭력 상담'을 등록한 뒤 '상담신청' 메시지를 보내면 즉시 전문상담사와 연결되도록 할 예정이다.

최세훈 다음 대표는 "10대에게 친숙한 마이피플은 학생들이 거부감 없이 고민을 터 놓을 수 있는 상담창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학교폭력 관련 학생상담과 치료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CJ그룹은 교육나눔사업의 일환인 'CJ도너스캠프'를 통해 소외계층 아동을 위한 학교폭력 및 왕따근절 교육지원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 하반기 중 대학생 인성멘토단 50명을 양성해 전국 100여곳의 공부방에 파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인성멘토단 선발을 마친 상태로 오는 9월7일까지 인성멘토 소양교육을 거쳐 9월 중순부터 '희망 공부방'에 파견한다.


지난달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저소득층 아동의 범죄실태 및 보호방안'에 따르면 부모 소득이 낮은 초등학생일수록 부상을 당하는 물리적인 학교폭력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CJ도너스캠프 관계자는 "공부방 아동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더해 상대적으로 가족의 보살핌을 받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아이들은 실제 친구 사이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마땅히 상의할 어른이 주위에 없는 경우도 많아 사회적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지원 배경을 설명했다.

CJ 대학생 인성멘토단은 1인당 공부방 2곳을 배정받아 주 1회씩 방문,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역할극이나 토론을 통해 아이들의 학교폭력 상담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자존감을 높이고 감정을 잘 조절하며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하는데 교육의 초점을 맞췄다. 멘토로 나설 대학생에게는 16주 교육활동을 기준으로 144만원의 활동비가 지급되는 등 탄탄한 지원방안도 마련해 놓고 있다.

곽대석 CJ나눔재단 사무국장은 "단지 돈을 버는 것 외에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자리를 찾는 대학생들에게도 내적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공부방 어린이들과 대학생 멘토 모두에게 이로운 사회공헌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주부 마음' 잡는 예방 캠페인

학교폭력의 또 다른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이들이 바로 부모들이다. 주부들을 주타깃으로 하는 식품업계 역시 학부모들의 마음을 대변하며 학교폭력 예방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요청으로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야쿠르트 아줌마들을 통해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에 동참한 바 있다. 전국 1만3000여명의 야쿠르트아줌마들은 교과부로부터 '학교폭력 예방 알리기' 위촉장을 받고 교과부가 제작한 '학교폭력 예방' 리플렛 150만부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다.

야쿠르트 관계자는 "학교폭력의 징후와 올바른 대처방법 등이 적힌 안내물을 배포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예방활동 중 중학생 한명의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도와 경찰서로 사건을 연계하고 표창장을 받은 사례도 있다. 현재는 이와 같은 예방활동은 마무리된 상태지만, 한국야쿠르트는 앞으로도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물적·인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대상그룹의 청정원 순창은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과 손잡고 다양한 학교폭력 예방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오는 11일까지 청정원 순창고추장 판매수익금의 2%를 청예단에 기부할 계획이다. 기부금은 학교폭력예방 교육 및 장학사업 등에 쓰이게 된다.

대표적으로 오는 9월까지 전국 중·고등학교를 찾아다니며 학교폭력 예방 프로젝트인 <뮤지컬 4(死)번 출구>를 공연 중이다. 청정원의 후원으로 청소년뮤지컬 전문극단인 '이룸시어터'가 공연을 맡아 '때려서 미안해' '친구가 무서워' 등 다섯가지 에피소드를 무대에 올리고 있다.

굽네치킨을 운영하는 지엔푸드는 지난 3월 김포경찰서와 협약을 맺고 학교폭력 예방 및 신고 활성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학교폭력 상담신고 전화번호와 캠페인 문구를 넣은 포장박스를 특별주문해 치킨 배달 때 사용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는 TV광고 자막에도 학교폭력 신고전화번호인 117번호를 적극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김정문알로에는 지난 4월 교과부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맺은 바 있다. 특히 학교폭력의 피해학생이나 가해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를 위한 전문상담 프로그램을 마련해 눈길을 끈다. 전국 5000여명의 카운슬러들이 학부모 교육컨설턴트 역할을 하며, 학부모 고객에게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실천방안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와 함께 '학부모가 들려주는 학교폭력 예방과 극복이야기'라는 주제로 학교폭력 예방 학부모 수기 공모전을 진행하는가 하면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가족들을 제주농장으로 초청하는 '힐링캠프'도 준비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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