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내 완공해야 하는데" 수서역 첫삽도 못떴다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2.08.15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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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조 투입 '수서發 KTX' 개통 지연 불가피


- 서울시 "교통문제 해결책 미비" 심의 3번째 보류
- 정치권·여론 반대로 경쟁체제 도입도 확정 못해


↑ 수도권고속철도(수서발KTX) 노선도 일부.ⓒ국토해양부 제공↑ 수도권고속철도(수서발KTX) 노선도 일부.ⓒ국토해양부 제공


 총사업비 3조9000여억원이 투입되는 서울 수서와 평택간 수도권 고속철도(수서발(發) KTX) 건설사업이 곳곳에서 누수 현상을 보인다. 수서역 건설 등 주요 공정이 지방자치단체와의 마찰로 난항에 빠져 당초 계획했던 2015년 개통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특히 정부가 'KTX 경쟁체제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치권과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운영사업자 선정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어 개통 이후 철도운영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철도시설공단은 수서역 건설을 위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가 3번째 보류됨에 따라 2015년으로 예정된 수도권 KTX 개통을 위해 불가피하게 성남시 구간에 임시 역사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14일 밝혔다.



 공단 관계자는 "아직 서울시에서 심의를 보류한 이유와 요구조건에 대한 공문을 내려주지 않아 손놓고 있다"며 "수서역 건설계획은 10월 이전에 착공 일정을 지키지 못하면 2014년 완공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단이 KTX 개통 일정을 맞추기 위해 역세권개발이나 교통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관리계획 심의를 거치다보니 서울시와 마찰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서역이 개통되면 매일 1만8000명이 이용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교통문제는 대충 넘어가서는 안될 문제"라며 "조건부 계획이 아닌 명확한 교통문제 해결대책과 정확한 의지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수서역 개통과 함께 주변에 보금자리주택도 들어설 계획이어서 철도공단 계획처럼 수서역 근처 600m 구간만 8차선(현행 6차선)으로 늘리는 것은 교통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며 "보금자리주택에서 수서역에 이르는 1.4㎞의 도로 전체를 8차선으로 확장하는 등 구체적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수서역 주변 밤고개길은 성남에서 서울 강남으로 진입하는 차량 때문에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 상태라면 수서발 KTX는 정작 '수서역'을 짓지 못한 채 개통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고속철도 중간 정차역으로 예정된 화성시 동탄정거장 건설 역시 진행에 차질이 생겨 최근에야 사업자를 선정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수서돥동탄구간은 수도권 KTX와 광역급행열차(GTX)의 공용노선으로 공법상 문제 등을 논의하다 지난달 25일에서야 KTX 단독건설을 위한 사업자를 선정했다. 이 때문에 아직 공사도 착수하지 못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당초 예산절감을 위해 KTX와 GTX가 구간을 공동사용하기로 하고 건설을 추진해왔다"며 "2009년 3월 실시한 KTX 예비타당성조사 당시 철로와 역사를 단독 건설할 경우 비용편익(B/C)이 0.76인데 반해 KTX와 GTX가 공동사용하면 1.05로 높아져 GTX와 기반시설을 공동사용하는 조건으로 수서돥동탄구간 건설사업 승인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2015년 고속철도 개통 시기를 맞추기 위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서-평택 KTX 노선은 총 61㎞로 평택 지제역부터 기존 KTX경부선을 이용한다. 이 노선은 강남권의 KTX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된 사업이다.

↑ KTX경쟁체제를 도입했을때 추정되는 효과.ⓒ국토해양부 제공↑ KTX경쟁체제를 도입했을때 추정되는 효과.ⓒ국토해양부 제공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KTX 경쟁체제 도입 역시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는 KTX 운영사업자를 코레일(한국철도공사) 독점체제에서 민간업체의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알짜 구간에 대한 민간업체 참여는 재벌 특혜'라는 비판 여론에 밀려 당초 계획했던 상반기 사업자 선정조차 못하는 등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한 전문가는 "KTX 신규사업자의 안정적 철도운영을 위해선 적어도 2년6개월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며 "수서 KTX의 민간사업자 방식이 허용되더라도 업체의 준비기간을 고려할 때 신규 운영사업자 선정 지연으로 인해 개통 이후 철도운영에 적잖은 문제점이 드러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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