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바람 '제대로 읽으니' 매출 업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2012.08.1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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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날씨도 돈이 된다/ 날씨 매니지먼트

폭염일 때는 맥주 출고량이 20~30%가량 올라간다. 황사에는 돼지고기 판매가 늘어나고, 폭설이 오면 인터넷 쇼핑몰의 매출이 증가한다. 겨울철 이상고온이 지속되면 의류업체의 매출이 줄어들고, 황사철에는 반도체사업이 침체된다. 집중호우나 태풍이 오면 수출품 선적이 지연되고 조업이 중단되기도 한다.

날씨에 따라 부침을 겪는 산업분야는 이처럼 다양하다. '날씨경영'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화두에 오른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산업 전반에 걸쳐 날씨경영을 도입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돈 되는 날씨 정보'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기업들의 다양한 날씨경영 사례를 모았다.
 

사진_머니투데이

◆유통업계 "날씨 따라 잘 팔리는 제품 따로 있다"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를 운영 중인 SPC그룹은 지난 6월1일 기상정보업체 케이웨더와 제휴를 맺고 날씨경영을 적극 도입했다. 지역별로 세부 날씨정보를 제공받아 매장 POS(Point of Sale) 시스템에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각 매장에서는 이 같은 날씨정보를 활용해 주문 발주나 진열을 달리 배치하곤 한다.



이와 함께 샌드위치, 음료와 함께 빵 종류에 따라 날씨와의 매출 상관관계를 분석해 시스템화 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날씨판매지수'다. 기상관측소를 기준으로 169개 지역으로 구분해 해당지역 점포들의 과거 5년간 판매내역을 분석, 날씨 변화가 카테고리별 제품 판매량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지표화한 것이다. 기온이 높으면 '쿨데니쉬'나 '빙글빙글 녹차단팥크림빵'처럼 차갑게 먹는 빵 제품과 빙수 판매가 상승하고, 비오는 날에는 '피자빵' 같은 조리빵류가 인기를 얻는다는 식이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이제 도입 두달째인 만큼 경제적 효과를 측정하긴 어렵지만 가맹점주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고 자랑했다. 약 1500명의 점주들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POS상에 제공되는 날씨판매지수를 활용하는 점주는 91%, 실제 이 같은 날씨정보가 판매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 또한 66%로 나타났다.



SPC보다 먼저 이와 같은 시스템을 도입한 곳이 편의점업체인 BGF리테일의 CU(옛 훼미리마트)다. 지난 2001년 날씨정보시스템을 강화하며 POS에 날씨정보를 도입하고, 그에 따른 구매형태 예측정보를 가맹점주에게 제공했다. 비오는 날에는 도시락, 김밥, 아이스크림의 발주량을 10~15%로 줄이는 등 날씨경영을 시행한 결과 날씨와 관련한 식품의 전체 매출이 33% 이상 상승했다. 예측생산량과 실제 점포의 주문량 차이로 인한 손실 또한 15% 이상 감소하는 효과를 얻었다.

홈쇼핑업체인 CJ오쇼핑 (88,600원 ▲7,500 +9.25%)은 지난 2002년 사내지식정보시스템에 기상예보를 강화, 시즌성 상품개발이나 상품 편성에 기상정보를 적극 활용했다. 그 결과 지난 2004년 황사 예측을 통해 정수기나 공기청정기 등을 집중 편성한 결과 매출이 30~40% 증가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2008년 날씨정보를 활용한 '판매기상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비오면 우산 스티커가 붙은 생필품을 최대 30% 할인하는 등의 마케팅을 펼친 결과 매출 증가는 물론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를 얻었다. 장기예보를 통해 계절상품의 물량을 미리 확보하는 등의 노력으로 에어컨 예약판매행사의 재고비용을 10%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사진_뉴스1 허경 기자 사진_머니투데이
 
◆택배부터 보험까지 "투자 대비 효과 쏠쏠"

날씨에 영향을 받기로는 택배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비가 오는 등 날씨가 악화되면 배달시간이 평균 20% 늘어나고, 그만큼 물량이 줄어든다. 때문에 최근에는 대부분의 택배업체도 날씨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대택배는 '고객만족 택배서비스'를 실시해 날씨에 민감한 상품을 수송할 때는 해당지역의 기온에 맞춰 냉동탑차의 온도를 조절한다. 더운 날에는 식품 상품에 아이스팩을 부착하고, 비가 올 때는 제품 훼손을 막기 위해 포장방식을 강화하는 것이다.

삼천리도시가스는 2011년 기온변화에 따른 판매량의 변화를 분석해 날씨를 고려한 '도시가스 수요예측 모델'을 수립했다. 그 결과 경영계획수립과 기온 변화에 따른 판매량에 대응이 신속해지며 연 6억원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 도시가스배관공사 및 시설물 관리에 약 128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얻었다.

광고산업도 날씨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예컨대 아이스크림의 경우 기온이 25도에서 30도로 올라갈 때 매출이 무려 50%가량 증가한다. 30도 이상의 기온일 때 아이스크림 광고를 집행한다면 두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날씨에 따라 적절한 광고를 집행한다면 최소 25%가량 판매 증진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건설과 조선 등 야외작업이 많은 산업분야에서는 기상정보가 중요한 변수다. STX조선 (0원 %)은 지난 2005년부터 부산지방기상청과 민간기상업체의 도움을 받아 웹 기반의 조선기상정보시스템을 구축, 이를 현장 직원들에게 휴대폰 문자서비스로 빠르게 전달하고 있다. 방대한 기상정보 가운데 조선작업에 필요한 정보를 선별적으로 구성해 혹서나 한파 시에는 옥외작업을 중단하고, 습도변화를 고려해 도장작업에 참고하고 있다. STX조선은 도입 1년 만인 2006년에 400만원을 투자해 47억원의 절감 효과를 거뒀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대우건설 (3,810원 ▼5 -0.13%)은 268개 현장과 해외 38개 현장에 상세기상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공정관리와 안전사고 방지 등에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대우건설 측은 이로 인한 공정별 원가 절감 효과를 약 3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양지파인리조트나 오크밸리 등의 레저숙박업계도 날씨정보를 활용해 쏠쏠한 매출 증가 효과를 얻고 있다. 통합정보전산시스템에 기상정보시스템을 구축한 이들 업체는 고객에게 리조트 현지의 기상정보를 문자로 제공, 기상이 악화되면 예약일을 변경하거나 실내행사로 유도해 예약취소율을 낮추는데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실제로 양지파인리조트의 경우 기상정보 도입 8개월 만에 순매출 증가만 약 6700만원을 나타냈으며 이 외에 20% 정도의 비용절감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에서도 날씨보험의 개발뿐 아니라 다양한 보험상품에 날씨정보를 활용한다. 메리츠화재 (51,600원 ▼2,700 -4.97%)의 날씨 안내서비스가 대표적인데 ▲눈 3cm 이상 ▲비 30mm 이상 ▲안개 발생 등 기상이 급변할 때 고객의 휴대폰에 SMS로 내용을 서비스해준 결과 7개월간 254건의 교통사고를 줄이는 효과를 얻었다. 이 기간 동안 사고율이 10.7% 감소해 사회적 비용을 51억원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국기상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날씨 예측이란 게 틀릴 수도 있는 만큼 어떤 분야든 날씨정보에만 100% 의존해 의사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며 "다만 날씨정보를 잘 활용하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경영에 있어서도 날씨정보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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