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민 주거권보다 중요한 호텔?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2012.08.08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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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민 주거권보다 중요한 호텔?


 정부가 주택가 인근에까지 관광호텔 건립을 허용하는 특별법을 시행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정부가 마련한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은 1종 일반주거지역에 호텔을 지을 때 용적률을 최고 200%, 2종은 300%, 3종은 400%까지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이미 서울시 등 자치단체들이 3종 주거지역의 용적률을 250%까지 허용한 상황에서 관광숙박시설 건립을 위해 기존 허용 용적률의 1.6배를 상향 조정해주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특별법 시행으로 주택가에 호텔이 마구잡이로 들어서게 됨은 물론 병원 등 다른 시설들의 용적률 완화 요구도 잇따르는 등 도시계획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급기야 박원순 서울시장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이런 중앙정부의 조치는 현실과 맞지 않는 것이라 차관회의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서울시 의견을 전달했는데도 그대로 진행됐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서울의 경우 1만5000실 정도의 호텔이 부족하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하지만 현재의 허가신청 추세를 보면 2015년 무렵에는 공급이 과잉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서울시는 올들어서만 13건의 호텔 신축 및 용적률 상향 계획안을 승인했다. 사업계획 중인 호텔까지 포함하면 2016년까지 80개 이상 호텔이 들어선다.



 정부는 주택가에 호텔을 허용하는 것으로 부족했는지 학교 바로 옆에도 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법까지 바꾸려 하고 있다. 벌써부터 대한항공이 풍문여고 옆에 계획 중인 한옥호텔이 법 개정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거지역은 본래 토지 용도상 주택이 들어서야 하고 학교 주변은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들어설 수 있는 건물의 용도가 엄격히 규제돼야 한다.

 일단 서울시는 급한 대로 정부의 특별법에 맞서 관광호텔 건립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교육청에 "학교정화구역에 호텔 건립은 철저한 환경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국민의 주거·교육환경 보장보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더 중요하다는 정부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기존 도시관리 법체계가 붕괴돼 도시의 난개발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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