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 '깡통의 공포', 금융당국 전방위 대응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12.08.02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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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용 대출 전국 LTV 실태 파악 착수, 사실상 규제 도입…하우스푸어 대출회수 보류

담보로 잡힌 집과 상가를 내다팔아도 대출금을 못 갚는 소위 '깡통 아파트'와 '깡통 상가'가 속출하자 금융당국이 대책마련에 나섰다. 경기 불황과 부동산 경기 악화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선제적 대응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깡통 상가', 상업용 대출 전국 LTV 실태 파악 후 '지도'



금융당국은 우선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상업용 대출)의 부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아파트에 비해 통상 가격 하락폭이 커 리스크가 높고 가계부채 문제의 최대 뇌관인 자영업자 대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방안 마련을 위해 먼저 전국적으로 실태파악에 착수했다. 현재 상업용 대출 실태는 은행별로 제각각 관리돼 지역별 담보형태별 분석이 힘들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상업용 대출 관련 통계도 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신용대출이 일부 포함돼 있어 정확한 수치로 보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상업용 대출의 전체적인 담보가치인정비율(LTV) 현황이 파악되면 이를 바탕으로 '적정 가이드라인'을 정할 계획이다. 은행에 '지도'하는 형식이지만 사실상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상업용 대출에도 LTV 규제가 도입되는 셈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대신 자영업자 대출 등을 경쟁적으로 늘려온 은행들의 영업행태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음식점 등 특정 업종에 대출이 쏠리는 것도 제한할 계획이다. 음식점, 도소매업, 임대업 등 3대 과밀업종에만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58% 가량이 몰려있다. 금융당국은 업종별로 구체적인 대출금액을 확인 중이다.

은행들도 자영업자들의 상업용 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담보 외에 차주의 신용등급 기준을 높인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는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의 경우 저신용자와 다중채무자 등 고위험군의 연체가 가장 큰 문제여서 신규 대출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취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한 시중은행 창구 전경.↑ 한 시중은행 창구 전경.


◇'깡통 아파트', 하우스푸어 초과대출 바로 회수 안 해

금융당국은 '깡통 아파트'로 대변되는 집값 하락에 따른 가계대출 문제도 집중 관리를 시작했다. 일단 집값하락으로 대출금을 갚아야할 처지에 몰린 사람들을 위해 담보가치가 떨어진 만큼 이를 신용대출로 전환해주는 방안을 마련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1일 시중은행 수석부행장들과 회의를 열고 집값하락으로 LTV 비율이 바뀜에 따라 소비자가 상환해야할 대출금을 신용대출로 전환해주는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는 LTV는 서울과 수도권이 50%, 지방이 60%다.

예컨대 수도권의 A씨가 6억짜리 집을 담보로 3억원을 빌렸는데 집값이 5억원으로 떨어졌다면 LTV에 따라 2억5000만원만 인정돼 나머지 5000만원은 갚아야할 판이다. 이때 5000만원을 신용대출로 전환해주는 방식이다. 차주의 신용등급이 낮아 신용대출이 힘들면 장기분할 상환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용한다.

금감원이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처럼 실제 집값하락으로 LTV가 60%를 초과한 금액은 지난 3월 말 현재 무려 4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체 은행들의 평균 LTV는 50% 미만(48.5%)으로 아직 문제가 없는 편이지만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급격히 집값이 떨어지고 있어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서울 주변 신도시와 인천, 용인, 과천, 분당 등 집값이 떨어진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LTV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임대주택 사업 지원, 노년층의 역모기지론 활성화, 사회초년생의 내 집 마련 지원 등을 추진한다. 미래 주택수요를 확보해 부동산 시장을 살린다는 복안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보완대책의 초점을 사회초년생들의 미래 주택구입 수요에 맞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대책들은 당장의 부실 확산을 막고 건전성을 관리하는 데는 유효하지만 궁극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깡통 아파트'와 '깡통 상가'의 문제는 전반적 경기침체와 맞물려 있어 범정부적 노력이 없으면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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