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한항공, 女학교옆 '7성급호텔' 기사회생?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김태은 기자 2012.07.2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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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광진흥법 개정 추진…시민단체·교육계 "학교옆에 웬 호텔" 강력 반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송동 '서머셋팰리스 서울'에서 바라본 송현동 대한항공 7성급 한옥호텔 사업 부지. 부지 주변에 풍문여고, 덕성여중·고 등이 위치해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송동 '서머셋팰리스 서울'에서 바라본 송현동 대한항공 7성급 한옥호텔 사업 부지. 부지 주변에 풍문여고, 덕성여중·고 등이 위치해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 조현아 대한항공 전무(기내식 기판 사업본부장)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다 발목이 잡힌 경복궁 인근 7성급 한옥호텔 프로젝트의 재추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해당 호텔부지가 중·고등학교 인근에 위치해 '학교보건법'에 따라 호텔이 들어설 수 없어 백지화 위기에 처했지만, 정부가 최근 이를 허용하는 내용의 특례규정을 연내 법제화하겠다고 밝혀서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교육계를 중심으로 특혜 시비가 다시 붉어지고 있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문화관광체육부는 지난 24일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된 '관광숙박산업 활성화 방안'에서 관광진흥법 개정을 통해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내에 관공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학교보건법 특례'를 법제화하기로 했다.

다만 유흥시설과 사행행위장, 미풍양속을 해치는 부대시설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문광부는 이같은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마련, 지난달 8일부터 입법예고 중이다.



관련업계는 법이 통과될 경우 4년 가까이 사업추진에 제동이 걸렸던 대한항공의 경복궁 옆 호텔건립 프로젝트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독]대한항공, 女학교옆 '7성급호텔' 기사회생?
대한항공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49-1 일대(면적 3만6642㎡) 옛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숙소 부지에 지상 4층·지하 4층 규모의 7성급 고급 한옥호텔과 한국 전통 정원, 게스트하우스, 공연장, 갤러리 등이 함께 들어서는 복합문화시설 건립을 추진해 왔다.

이 부지의 용적률을 제1종 일반주거지역에 해당하는 136%(법정 용적률 150%)다. 대한항공이 삼성생명으로부터 2008년 6월 2000억원에 사들인 땅으로 경복궁에서 100여m, 덕성여중·고와 풍문여고에서는 50여m 떨어져 있다.


현행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학교 경계선 200m 이내인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 내 호텔을 짓기 위해선 관할 교육청의 금지시설 해제 승인이 필요하지만, 서울시 교육청이 반대하면서 호텔 건립이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학교보호법상 유해시설로 규정된 호텔이 학교와 근접해 건립이 될 경우 학생들의 학습과 위생 환경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대한항공은 호텔건립을 강행하기 위해 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에 이어 서울고법도 지난 1월 교육청의 손을 들어줬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대한항공측은 대형 로펌을 통해 관련법을 바꾸는 작업을 별도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이 통과되면 대한항공은 교육청과 소송전을 벌일 필요없이 호텔을 지을 수 있게 된다.



시민단체와 교육계는 이같은 특례조항 신설이 특정 대기업을 위한 특혜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선정책연구소장은 "인근에 경복궁 등 전통문화 현장과 학교가 밀집해 있는 곳에 호텔을 짓는 건 부적절하다"며 "실정법까지 고쳐 호텔을 허가하는 건 사실상 특혜"라고 주장했다.

인근 풍문여고와 덕성여중·고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윤종우 풍문여고 교감은 "어린 여학생들이 수업받는 학교 바로 옆에 호텔이 들어서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아무리 7성급 호텔이라도 면학분위기를 흐리는 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측은 단순한 호텔이 아닌 문화복합시설로 짓기 때문에 학생들의 면학분위기를 해치거나 유해환경을 조성할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다양한 전통문화시설이 같이 지어지고 인근 학교에서 호텔내부가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주변에 조경을 충분히 할 계획"이라며 "학생들이 고급문화시설을 체험학습의 장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교육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조 전무는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뒤 1999년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본부로 입사했으며 2009년 3월 칼(KAL)호텔네트워크의 대표이사로 선임, 한진그룹 호텔사업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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