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주택가 관광호텔 난개발 데자뷔

머니투데이 최막중 서울대 환경계획학과 교수 2012.07.24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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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주택가 관광호텔 난개발 데자뷔


 우리나라 도시에서 어느 지역에 어떠한 용도의 건물을 얼마만큼 규모로 지을 수 있는지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에 의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특성에 따라 도시계획조례로 정하도록 돼 있다.

 이는 주변지역 토지 이용과 부조화를 이루고 도시경관을 훼손하거나 도로 등 기반시설에 과부하를 초래하는 소위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규칙 없이 제각각 마음대로 건물을 짓다보면 도시는 과밀과 혼잡으로 아수라장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도시를 돌아다니다보면 주택가 한복판에 난데없이 엄청난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가 돌출된 난개발 현장을 종종 목격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난개발이 제도적으로 통제되기는커녕 오히려 제도적 뒷받침을 받아 탄생했다는 점이다.

 그 주범은 2005년 유통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을 명분으로 제정된 '재래시장 육성을 위한 특별법'(현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다.



 유통구조 변화로 재래시장이 어려움을 겪자 시장정비사업을 통해 주거지역에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했다. 그 과정에서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건축연면적의 비율)을 도시계획조례에서 정한 범위를 초월해 700%(현재는 500%까지)까지 완화해준 것이 오늘날 주택가의 '나홀로 괴물'을 낳게 한 것이다.

 이러한 뼈아픈 경험을 한 지 불과 몇 년도 안돼 유사한 실수가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는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올 1월 제정돼 이달 27일 시행 예정인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이다.

 재래시장 현대화와 마찬가지로 외국관광객 유치 확대를 위해 호텔을 확충하자는 법 취지에는 누구나 동감할 수 있다. 이를 위한 호텔업 인·허가의 일괄처리, 국·공유지 우선 매각, 공유지 대부조건 등의 완화, 관광진흥개발기금 지원 등의 정책수단도 바람직해 보인다.


 문제는 이에 더해 호텔을 건설하는 경우 도시계획조례에서 정한 범위를 뛰어넘어 용적률에 대한 특례를 부여한다는 데 있다. 심지어 시행령 안에 따르면 2·3종 일반주거지역에선 국토계획법에서 정한 범위마저 초월, 용적률을 각각 50%, 100%까지 추가 완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300%, 3종 일반주거지역에선 400%까지 규모를 불린 관광호텔이 주택가 한복판에 들어설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입장에선 관광숙박시설만큼은 용적률에 예외를 인정받을 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앞서 재래시장특별법을 만든 지식경제부도 재래시장만큼은 특별하게 취급돼야 마땅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보건복지부는 의료·복지시설,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시설이 각각 특별하다. 이처럼 부처마다 '특별법'을 만들어 소관분야 용도의 건물에 용적률 특례를 허용한다면 도시환경은 삐죽삐죽 솟아난 수많은 건물로 인해 걷잡을 수없이 악화될 것이다.

 국토계획법은 바로 이러한 혼란을 방지하고 도시질서를 잡아주기 위한 것이다. 아무리 예외적이라고 해도 국토계획법에서 정한 용적률 질서가 흐트러져서는 안된다.



 뿐만 아니라 각 중앙부처 특별법에 의거한 규정은 전국적으로, 또 도시 내 모든 지역에 일률적이고 획일적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어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할 수 없다. 따라서 건물용도와 규모는 그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지자체 조례를 통해 세부적으로 관리돼야 마땅하다.

 관광숙박시설 특별법은 2015년 말까지 한시법이다. 그렇지만 건물은 한 번 지으면 장구한 세월에 걸쳐 도시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당장 호텔이 부족하다고 해서 도시질서를 무너뜨려 난개발한 도시를 보기 위해 외국 관광객이 얼마나 오겠는가. 호텔은 지어놓았지만 그로 인한 도시환경 훼손으로 정작 호텔을 찾는 손님을 내쫓는 자충수를 둬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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