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강남 재건축아파트 두 채 매입 '발동동'
퇴직을 앞둔 강진우씨(57·가명·중소기업 임원)는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두 채를 연달아 매입했다가 발목이 잡혔다. 강씨가 6억5000만원에 A재건축아파트를 산 시점은 2005년. 기존 보유한 B재건축아파트(당시 시세 8억원)를 담보로 3억원, A아파트를 담보로 3억원을 각각 빌려 자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최근에서야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A아파트를 보면 처분이 머뭇거려진다. B아파트라도 팔고 싶지만 급매물로 내놔도 문의조차없다.
◇노후 대비하려다 '원수'된 오피스텔
이정식씨(53·자영업)는 노후 대비로 매입한 오피스텔 탓에 노후를 망쳤다. 2007년 당시 시세 4억2000만원이던 양천구 목동 C오피스텔을 3억5000만원에 경매로 낙찰받은 게 화근이었다. 2억5000만원은 은행 융자로, 1억원은 자비로 투자했다. 매달 140만원 수준의 이자가 빠져나갔다.
경기침체로 벌이가 시원찮아 운영하던 가게 임대료 내기도 버거웠는데 설상가상으로 공실도 발생해 이자 내기가 점점 빠듯해졌다. 이 오피스텔 시세는 2억5000만원으로 추락했다. 결국 이씨는 지난 1월부터 6개월간 은행 이자를 내지 못했고 경매당하는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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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경매로 싸게 나온 물건이어서 앞뒤 재지 않고 덤빈 게 화근이었다"며 "노후에 임대료를 받아 생활할 계획이었는데 모두 망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집 한 채 빚내서 산 것 뿐인데…"은행 월세 살아요"
분당신도시에 D아파트를 보유한 김찬규씨(46·가명)는 최근 만나는 이들에게 "은행에 월세 내고 산다"며 자조 섞인 농담을 건넨다.
2006년 이 아파트를 8억5000만원에 장만하면서 받은 5억원의 대출금 탓이다. 5년 거치 20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연 4~5% 금리(변동)에 대출받아 매달 190만~210만원이 월급통장에서 이자로 빠져나간다. 올 초부터 원금도 갚아야 했지만 급하게 마이너스통장에서 5000만원을 마련해 우선 상환하고 거치기간을 1년 연장했다.
이 아파트 값은 2008년만 해도 10억원을 넘나들었다. 매달 200만원에 가까운 이자를 내면서도 버틴 이유다. 김씨 가족의 월수입은 공무원인 부인 월급을 합쳐 450만원. 초등학생 두 아들 학원비와 차량유지비, 기본생활비 등을 제외하면 저축은 꿈도 못꾼다. 벌써부터 몇 개월 뒤에 닥칠 원금상환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김씨는 "지금 시세대로 팔아도 본전을 못 건지는데 그마저 급매물 아니면 팔리지도 안는다니 참담할 뿐"이라며 "6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절대 5억원씩 대출받지 않을 것"이라고 푸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