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채용 남학생 "뽑혀도 군대 때문에…"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2.07.1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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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고용 새로운 대한민국 만든다]<6>-③일선 학교에서 보는 '고졸채용' 문제점

고졸채용 바람이 확산되면서 취업 성공모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명문대 출신도 입사하기 힘든 공공기관, 대기업에 고등학생들이 채용되면서 대학진학에서 취업으로 진로를 바꾸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열린 고용'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안착되려면 개선돼야 할 문제점들이 적지 않다. '기대 반, 우려 반',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꿈 생긴 아이들, 계속될지가 제일 걱정"



"22년간 교직생활을 하면서 실업계고 학생들이 사회, 가정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걸 보고 가슴이 아팠는데 이제는 꿈을 꾸려고 합니다. 좋은 기업에 취업하는 선배를 보며 희망과 자신감을 찾는 거죠."

요즘 특성화고는 내로라하는 기업의 고졸채용 소식에 들썩이고 있다. 취업보다는 대학진학을 택했던 학생들이 점차 '선취업, 후진학'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15일 교육과학기술부 등에 따르면 15~29세 고졸자의 고용률은 지난해 9월 59.8%에서 올해 5월 61.6%로 단 기간에 증가세를 보였다. 상용직, 관리직, 전문직이 증가하는 등 고용의 질도 일부 개선됐다. 내년 3월 마이스터고 졸업예정자의 84.8%가 채용약정을 맺었고 특성화고 졸업 취업희망자의 취업률은 지난해 10월 63.6%에서 올해 4월 89.7%로 크게 늘었다.

고졸채용 남학생 "뽑혀도 군대 때문에…"


학생, 교사, 학부모들은 고졸채용 확대를 기대하면서도 '일회성 구호'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진욱 평촌경영고 취업지원관은 "작년과는 달리 올해 한 반 30명 중 25명이 취업을 희망하고 있는데 가장 큰 걱정이 고졸채용에 대한 관심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취업지원관 큰 도움"…공부 못하면 꿈도 포기?


학교에선 취업지원관을 통해 취업 지도의 전문성을 높인 점을 높이 샀다. 성갑열 여수정보과학고 취업지원부장은 "제일 성공적인 정책 중 하나가 취업지원관 제도로 정부 지원 덕에 학생들의 취업률이 양, 질적으로 많이 향상됐다"고 전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특성화고 학생이 취업할 경우 기초수급자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를 보완해 의료, 교육지원은 2년간 계속 받을 수 있게 해준 제도개선도 호평을 받았다. '탈수급'이 겁나 취업을 포기했던 학생들이 그만큼 줄었다.



고졸채용 남학생 "뽑혀도 군대 때문에…"
문제점으로는 취업기회가 일부 성적 우수자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김도영 성동글로벌경영고 취업부장은 "금융권에서 자격증을 우대하기는 하지만 공기업은 상위 5% 이내 성적 우수자만 추천받는 등 성적 위주로 학생들을 뽑기 때문에 밀리는 학생들은 소위 '들러리'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 취업지원관도 "공공기관, 대기업이 겉으로는 학력, 성적 위주로 뽑진 않는다고 하지만 생활기록부를 제출하라고 한다든가 성적 상위 5% 이내 학생만 추천을 받는다"며 "성적이 여기에 못 미치는 학생들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는데 이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외면 받는 남학생, "군복무가 죄인가요?"



병역의무를 져야 하는 남학생들은 여학생보다 취업경쟁에서 불리하다. 대기업, 중소기업, 공공기관을 막론하고 취업 이후 군복무를 해야 하는 남학생들을 뽑는 데 소극적이다. '손해'라고 생각하는 탓이다.

김 부장은 "군대가 남학생들에게는 큰 장애물이고 정부에서 군복무 이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는 하지만 공공기관 외에 민간 기업은 이를 '부담'으로 느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녀 학생을 통틀어 3학년 재학 중에 2~3개월에 이르는 긴 채용과정을 소화하느라 학업과 이중부담을 져야 한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상반기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에 합격될 경우 교칙 상 바로 취업할 수 없어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교사와 취업지원관이 인력이 필요한 기업을 발굴하고 기업정보, 직무를 파악해 학생을 지도하는 것도 만만찮다.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학생들이 기업과 직무를 제대로 모르고 취업하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 고졸채용 박람회를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려도 기업과의 '매칭'이나 '네트워크'를 쌓기가 어렵다는 점, 어렵게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대학진학을 위한 기업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 등이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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