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디킹' 통째 사들인 한국인, 아버지가…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12.07.0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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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전자 그룹 김효조 회장 장남... 2008년엔 모기업 실적 뛰어넘기도

'스무디킹' 통째 사들인 한국인, 아버지가…


#. 9일 오전 미국 뉴올리언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김성완 스무디즈코리아 대표(40)는 여느 때와 달리 감회가 새로웠다. 홀로살며 식사대용으로 스무디킹을 마시던 유학생이 어느새 그 회사의 '주인'이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 본사 출장길에 올랐을 때만 해도 법인 대표 중 한명 이었지만, 이제 스무디킹의 '글로벌 경영'을 맡은 그로선 마음가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스무디킹의 한국 법인인 스무디즈코리아가 미국 스무디킹 본사를 '역인수' 하면서 음료 프랜차이즈 업계에 화제를 모으고 있다. 스무디킹이 2003년 명동 1호점을 시작으로 한국에 진출한 지 10년도 안돼서 이뤄진 일이다.

1973년 스티브 쿠노씨가 창업해 미국 남부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스무디킹은 한국을 비롯해 이집트·터키 등 전세계에 700여개 매장을 두고 있으며, 지난해 전체 매출은 약 2500억원이다.



그동안 외식업계에선 일본계 미스터피자, 패션업계에선 독일계 MCM, 이탈리아계 필라코리아가 한국법인에 인수 된 바 있었지만 음료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첫 사례다.

김 대표는 음식료와는 거리가 먼 '전자(電子) 가문' 출신이다. 김효조 경인전자 (22,700원 0.00%) 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국내에서 고교(구정고)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MBA(UC어바인)를 마치고 벤처캐피털사에 잠시 근무했던 그는 아버지 회사에 들어오면서 '사업 다각화'의 임무를 맡았다.

2000년대 초반 웰빙열풍이 불자 미국 유학시절 즐기던 '스무디킹'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과일이 들어가 영양도 풍부한데다, 스타벅스와 함께 트렌드를 주도할 것이란 판단이었다. 경인전자 계열사인 경인정밀이 44.9%를 출자하고, 김 대표가 16.4%의 지분을 보유해 2대 주주로 사업을 시작했다.


스무디킹 본사의 라이선스를 얻어 직영점과 가맹점을 고르게 배치하며 내실 경영을 해 온 스무디즈코리아는 2008년부터 모기업인 경인전자를 뛰어넘는 호실적도 보였다. 명동점은 2006년 전 세계 스무디킹 매장 중 매출액 1위를 달성키도 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스무디킹의 창업자 겸 CEO인 스티브 쿠노씨의 신뢰를 얻어갔다.

그는 지난해부터 본사 인수를 위한 물밑 작업을 벌여왔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 오히려 스무디즈코리아가 매각될 것이란 설이 돌기도 했다. 성장세가 둔화된 경인전자에 투자키 위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스무디즈코리아를 매각하고 '실탄' 확보를 하지 않겠냐는 관측이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김 대표는 과감한 도전을 감행했다. 스무디즈코리아는 영국 스탠다드차타드가 운영하고 있는 사모펀드(SCPE)와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총 580억원을 투자를 받았고, 지난 7일 최종 인수 절차를 마무리 지으면서 1대 주주로 올랐다. 인수 금액은 미화 5000만 달러이다. 김 대표는 아시아권 출신의 강점을 내세워 거대 시장인 중국·싱가포르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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