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점유율 70%에도 구글의 대가는?

머니투데이 이하늘 기자 2012.07.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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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브라더가 된 구글의 사악한 '돈벌이']⑤·끝 '1등 공신' 韓에 개발자 지원은 '쥐꼬리'

편집자주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라는 모토는 구글이 내세운 기업 철학 중 하나다. 하지만, 이미 IT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구글이 'Don't'를 삭제한지 오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구글이 개인의 사생활을 무시하고, 저작권을 훼손하며, 결과 적으로 인터넷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보수집 및 배열, 처리 과정에서 구글은 불투명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시대, '선출되지 않은 최대권력'으로 평가받는 구글이 사악해진 것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사악했던 것일까. 일반 이용자들이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구글 서비스의 문제점과 이들의 기업철학을 되짚어본다.

전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52%, 보유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50만건. 구글의 스마트폰 플랫폼 안드로이드의 현주소다. 첫선을 보인지 2년여 만인 지난해 3분기부터는 애플 아이폰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가트너).

이 같은 안드로이드의 빠른 성장비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그 비결의 뒤에는 한국이 있다.



국내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70%로 글로벌 평균을 크게 뛰어넘는다. 특히 한국에서 개발된 안드로이드 전용 앱은 전체의 14% 수준인 7만개에 달한다. 국내 개발자들은 앱 경쟁력이 부족했던 안드로이드가 아이폰(60만개)와 대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과의 협력 또한 안드로이드가 빠르게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는 아이폰의 대항마 역할을 했다. LG전자 역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며 안드로이드의 성장을 견인했다.



하지만 한국의 SW(소프트웨어) 및 HW(하드웨어) 지원에 비해 구글의 국내시장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오히려 구글이 자신들의 주도권을 강화하면서 한국 기업들을 견제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개발자 지원 턱없이 부족···인기앱 '톱10'자사 앱 절반 배치

↑국내 구글플레이 '인기무료애플리케이션' 카테고리 캡쳐사진. 상위 10위 안에 구글 콘텐츠 5개가 대거 올라있다. 국내 개발자들은 구글의 인기앱 선정 등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국내 구글플레이 '인기무료애플리케이션' 카테고리 캡쳐사진. 상위 10위 안에 구글 콘텐츠 5개가 대거 올라있다. 국내 개발자들은 구글의 인기앱 선정 등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주요 앱 개발자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안드로이드의 문제점은 '지원미비'다. 한 앱 개발사 대표는 "안드로이드 앱 개발은 아이폰에 비해 5배 이상 어렵지만 구글은 개발자 지원이 거의 없다"며 "기술별로 전문인력들이 수시로 지원하는 MS(마이크로소프트)에 비해 구글코리아는 한 두차례 세미나 여는 게 전부"라고 전했다. 또 다른 개발사 임원 역시 "개발관련 문제가 생겨서 본사에 연락해도 답변이 늦어 도움이 안 됐다"며 "단말기 종류가 너무 많아서 구글코리아에 테스트폰 지원을 요청했지만 해당 지원 프로그램이 없다는 답만 들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구글플레이의 추천앱, 인기앱 선정 기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플레이에 인기, 추천앱 기준을 문의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며 "앱을 개발해도 자칫 이용자들에게 노출되지 않아 사장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내 구글플레이 '인기 무료 애플리케이션' 카테고리 상위 10위권에는 구글이 개발한 앱이 5개나 포함돼있지만 그 기준은 명확치 않다.

반면 구글이 국내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은 지난 1월 방통위와 '인터넷 스타트업(신생벤처) 육성 및 개발자의 글로벌 경쟁력 지원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이 유일하다. 여기에 구글이 투자하는 비용은 100만달러(11억5000만원) 상당에 불과하다.

구글코리아가 '코리아 고 글로벌'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구글 코드잼 코리아' 역시 1위에 60만원의 상금을 지원하는 소규모 아마추어 행사에 그쳤다.

◇휴대폰 제조사에 개발자지원 턱없이 부족···기존 앱 보호도 미흡

강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국내 제조사들 역시 구글의 입장에서는 '경쟁' 혹은 '견제해야 할 대상이다.

지난해 10월 이원진 구글 본사 부사장는 국내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대해 "애플이나 삼성에 대한 '견제구'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삼성이 MS와 제휴를 강화했는데 안드로이드폰 성장에 뒷다리를 잡는다면 구글은 모토로라를 통해 단말기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간 아이폰에 맞서 협력관계를 맺었던 삼성전자 역시 안드로이드 진영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팽'을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등에서 애플의 특허침해를 이유로 판매금지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특허침해 판결을 받은 기술 가운데 상당수는 안드로이드 OS 자체의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특허를 침해했지만 삼성전자가 '카피캣'의 오명을 대신 뒤집어 쓴 모양새다.

아울러 국내 제조사들은 구글이 요구하는 제품 사양, 혹은 자사 콘텐츠 기본탑재 요건이 이뤄지지 않으면 단말기 인증을 지연한다는 불만도 토로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S2 론칭 행사를 앞두고 구글 인증을 받지 못해 애를 먹은 적도 있다. 제조사의 단말기 제조 자율성을 떨어뜨리고 경쟁관계인 국내 콘텐츠 개발사들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우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국내에서 많은 콘텐츠와 단말기 지원을 받고 있지만 반면 이에 상응하는 국내 IT발전에는 무신경하다"며 "지난해 한국의 러브콜를 뿌리치고 홍콩·싱가포르·대만에 2억 달러(2250억원 상당) 이상을 투자해 IDC를 짓기로 한 것 역시 구글이 한국을 협력대상으로 보지 않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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