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달인되는 '사회적기업'...신성장 동력(?)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2012.07.0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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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내일을 만들다] 上

↑'쿠키 상자 접기의 달인' 김희진 위캔 사원 ⓒ이경숙 기자  ↑'쿠키 상자 접기의 달인' 김희진 위캔 사원 ⓒ이경숙 기자


"텔레비전에서 '생활의 달인' 보면서 '우리도 나가면 좋겠다' 했는데 진짜 방송국에서 온 거예요. 아싸, 이게 웬일이냐 했죠. 너무 좋아서 실감이 안 났어요."

사회적기업 위캔 직원 김희진 씨(25)는 5월 28일 SBS '생활의 달인'에 출연했다. 그는 '쿠키 상자 접기의 달인'이다. 처음 해본 사람은 10~20초 걸리는 상자 접기를 1~2초 안에 한다. 지적 장애 3급이지만 일하는 모습을 보면 장애가 느껴지지 않는다.



위캔의 직원들은 제각각 세상으로 나가면 장애인이지만, 모이면 달인이 된다. 위캔 직원 54명 중 35명이 장애인이다. 임주현 위캔 마케팅팀장은 "위캔 안에 달인이 많다"이라며 "원래는 손이 안 보일 정도로 쿠키를 빨리 집어 담는 이철수 씨 동영상을 방송에 보냈다가 김희진 씨가 나온 것"이라고 자랑했다.

사회복지법인 위캔은 2007년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은 '1기' 사회적기업이다. 지난해 정부의 인건비 지원기간이 종료되면서 직원은 2년 전보다 13명이 줄었다. 직원은 줄었어도 매출은 꾸준하다. 2010년 12억5000만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2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위캔 경영진은 올해 13억 원 매출을 전망한다.



위캔은 매출 대부분을 자사 사이트와 이로운몰, 푸드마트 등 B2C 쇼핑몰 회원들의 구매에서 얻고 있다. 정부 지원의 수혜자던 장애인들이 우리 경제의 한 주체인 생산자로 자립한 것이다. 위캔 시설장인 마리아(이수경) 수녀는 "장애인을 돕는 길은 기부만이 아니다"며 "우리가 만든 좋은 쿠키를 드시면 장애인이 근로자가 되어 일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장애인도 달인되는 '사회적기업'...신성장 동력(?)
◇사회적기업 규모 8배 증가='좋은 일로 돈 버는 사업이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기대 속에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다. 2007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1기' 사회적기업은 정부의 육성 기간 3년이 지난 후 어떻게 되었을까.

지난해 사회적기업진흥원이 부산대에 의뢰해 분석한 '사회적기업의 경제·사회적 성과' 보고서는 뜻밖의 성과를 전한다. 조사에 응한 27곳의 매출은 2007년에서 2010년 사이 187.5%가 늘었다. 자산은 2006년부터 2010년 사이 153.3%가, 이익잉여금은 4.7%가 늘었다.

사회적기업의 규모 자체도 늘었다. 2007년 51곳이던 인증 사회적기업 수는 올해 6월 기준으로 680곳으로 증가했다. 매출 총액은 2007년 464억 원에서 2010년말 3765억 원으로 늘었다. 사회적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경제 규모가 3년만에 8배가 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에 종사하는 유급근로자수는 2539명에서 1만3443명으로 1만 명 이상 늘었다.
↑1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회 사회적기업 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사회적 기업을 직접 체험 및 관람하고 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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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내일을 만들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박람회에는 74개 사회적기업과 11개의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해 사회적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의 홍보 및 정보제공의 장을 마련한다. 공공기관ㆍ대기업 구매담당자 및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사회적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도 선보인다. ⓒ임성균 기자 tjdrbs23@↑1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회 사회적기업 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사회적 기업을 직접 체험 및 관람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내일을 만들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박람회에는 74개 사회적기업과 11개의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해 사회적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의 홍보 및 정보제공의 장을 마련한다. 공공기관ㆍ대기업 구매담당자 및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사회적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도 선보인다. ⓒ임성균 기자 tjdrbs23@
◇GDP '0.035%'의 한계=그러나 사회적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미미하다. 사회적기업 총 매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0.0047%에서 2010년 0.0353%로 늘었지만 여전히 0.1%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인증기업수가 늘면서 전체 종사자 수는 늘었지만 여전히 다수 사회적기업은 고용 시장에서 영세한 규모에 머물러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사회적기업 인적자원개발의 실태와 과제’ 보고서는 사회적기업 210곳을 조사한 결과 유급종사자 30인 이하 기업이 154곳(74.7%)으로 4곳 중 3곳이 영세기업이라고 밝혔다.

사회적기업 간 양극화도 나타났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09년 말 기준 사회적기업 전체 당기순이익 58억4130만원 중 82.3%를 상위 10곳이 냈다. 그중에서도 순이익 1위 기업인 아름다운가게의 당기순이익이 전체의 37.8%를 기여하고 있었다. 30% 이상의 사회적기업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사회적기업 안팎의 전문가들은 '생존'에서 희망을 찾는다. '사회적기업의 경제·사회적 성과' 연구를 수행한 곽선화 부산대 경영학 교수는 "국내 창업기업이 5년까지 생존할 확률이 46.3%로, 매우 낮은 실정이라는 점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조사기간(2007~2010년) 동안 경기침체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사회적기업이 높은 성장성을 보였다"며 "그러한 성장의 결과는 인증 3~4년 이후 더 큰 폭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주시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육성단체 중 한 곳인 사단법인 씨즈(seeds)의 이은애 대표는 "우리가 미국 중국 인도 같은 경제 규모였으면 세계적 사회적기업가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그만큼 사회적기업 발전에 녹록하지 않은 환경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시민사회가 정부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는 많은 정책과 제도를 끌어내 사회적기업의 종사자를 확보했다"며 "이제는 사회적기업이 사회혁신가로서의 책임감, 자기 혁신을 통해 시민자본과 시민적 소비 기반을 만들어낼 차례"라고 말했다.

올 연말 발효될 협동조합기본법이 조합원 중심 사회적 시장, 즉 시민 기반 시장으로 사회적 경제의 규모를 GDP의 1%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되어줄 수 있을까. 다가올 5년은 우리 시장 속 시민의식의 성장을 시험하는 세월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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