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대안 급부상 자기관리리츠 '벌써 시들'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12.06.2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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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강화·주가 약세·물량 기근 '3중고'
- 투자자모집 난항…올들어 인가 단 3건


ⓒ그래픽=김현정ⓒ그래픽=김현정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대안으로 급부상하던 '자기관리형부동산투자회사'(이하 자기관리리츠) 설립이 올들어 시들해졌다. 정부가 자기관리리츠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한 데다 상장한 자기관리리츠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배당이 어려워지면서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

 26일 국토해양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한미에셋, 경인개발, 빌드 등 3건의 자기관리리츠만 국토부로부터 인가를 받았다. 이는 변경인가를 제외한 순수 신규설립인가 신청 기준이며 현재 케이엠 자기관리리츠가 심사중이어서 인가는 4건으로 늘어날 수 있다. 전체 자기관리리츠 수는 18개.



 자기관리리츠는 금융위기 이후 PF대출이 어려워지자 대안으로 급부상하면서 지난해 1주일에 3~4건 국토부에 인가신청이 접수될 정도로 신청이 몰렸다. 심사가 강화되기 전인 지난해 6월 말 영업인가 심사중인 자기관리리츠만 15개에 달했다.

 하지만 다산리츠 상장폐지, 골든나래리츠 검찰수사 등 개발전문 자기관리리츠의 부실 운영과 신뢰성 훼손이 잇따르자 9월부터 리츠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이 강화됐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개발전문 자기관리리츠가 최저자본금 미충족, 사업계획 부적정 등의 사유로 리츠 설립이 무산됐고 일부 리츠는 스스로 인가신청을 철회했다.



 여기에 다산리츠 상장폐지 직후인 지난해 7월부터 국토부 인가를 받은 뒤 공모를 실시하고 일정한 외형조건만 갖추면 상장이 가능했던 것과 달리 거래소 예비심사제를 도입하는 등 상장요건이 강화되면서 공모도 어려워졌다. 올들어 더블에셋 자기관리리츠는 상장이 무산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상장요건과 인가심사를 강화한 후 상당수 자기관리리츠가 최저자본금 부족 등의 사유로 인가가 취소됐거나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지난해 자기관리리츠 설립이 과열됐다는 측면에서 올해는 진정세를 보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업계는 자기관리리츠의 구조적 한계로 설립이 시들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가 액면가를 밑돌고 배당이 거의 불가능해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재 거래소에 상장된 자기관리리츠 중 골든나래, 광희개발, 케이탑 등의 주가가 액면가를 밑돌고 있다.


 한 리츠 대표는 "리츠가 투자자를 모집하려면 주주들에게 배당이 가능해 투자할 만한 주식이란 인식을 심어줘야 하는데 전반적으로 리츠 주가가 액면가를 밑돌면서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물건 부족도 자기관리리츠 설립이 시들해진 이유다. 신규 프로젝트를 발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시장에 떠도는 리스크가 높은 물건만 남다보니 제대로 된 사업계획 수립과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한 사모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른 리츠 임원은 "리츠를 시작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1건도 설립하지 못할 정도로 물량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며 "최근 자기관리리츠의 변경인가 신청이 많은 것도 기존 리스크 높은 프로젝트를 포기하거나 사업계획을 수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리츠에 대한 현물출자 자율화와 공모 의무기간 연장 등 투자 자율성을 확대하는 내용의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이 연내 개정되면 리츠시장의 사정이 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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